참여사회 2026년 01-02월 2025-12-31   69114

[여는글] 2026년에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글쓴이인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용산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새 정부의 국정목표!'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서인

시민의 참여와 연대가 더욱 빛났던 한 해를 지나 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는 우리 모두에게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불안과 혼란이 이어졌고, 상식과 원칙이 흔들리는 장면을 수없이 마주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분노했고, 때로는 깊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 길에 함께해 주신 회원 여러분께 지면으로나마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여러 번 지치고 흔들렸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연대의 힘을 믿었기에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한 해는 단순히 견뎌낸 시간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어떤 가치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질문과 답의 축적이 오늘의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새해는 어제의 반복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새로운 결의와 행동의 시간입니다. 참여연대는 2026년 새해를 맞아 보다 나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정의와 민주주의, 참여와 연대라는 가치가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현실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깁니다.

참여연대는 올해도 내란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흔들림 없이 이어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사법 정의가 훼손되거나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겠습니다. 내란 주동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역사적 심판은 내란 청산의 출발점입니다. 이는 복수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의이자 민주주의의 회복 과정입니다. 책임을 분명히 묻고 진실을 기록할 때에만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란 청산이 일부 주동자들에 대한 처벌로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 사태는 윤석열의 권력에 대한 집착과 망상·충동에서 시작됐지만, 우리 민주주의의 제도와 구조가 가진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를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문제는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란 종식의 진정한 완성은 시민이 주도하는 헌법 개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87년 헌법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역사적 성과이지만,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고, 40년 가까이 단 한 차례의 개정도 없이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와 시민의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2·3 비상계엄은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이 어떻게 헌정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이를 민주적으로 견제할 헌법적 장치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12.3 내란 이후 주권자들은 내란 수괴의 파면을 넘어, 내란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사회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사회 대개혁의 요구를 분명히 해왔습니다. 40여 년간 축적된 변화의 요구와 개혁의 목소리가 이제 헌법 개정 논의로 이어져야 할 시점입니다. 참여연대는 이 역사적 과제가 공론의 장에서 실질적으로 논의되고 실현될 수 있도록 힘차게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대화와 숙의, 참여와 연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수많은 작은 발걸음이 모일 때 역사는 움직입니다. 2026년은 더 자주 만나고, 더 단단히 연대하며, 더 멀리 내다보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비판할 때는 책임 있게, 행동할 때는 용기 있게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새해에도 우리는 함께 걷겠습니다. 더디더라도 멈추지 않고, 끝내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의 프로필 사진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시민연대에 참여하면서 시민운동에 첫발을 들였다.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촉구하는 이 운동은 당시 ‘바꿔!’ 열풍을 불러오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듬해 참여연대 들어와 정치개혁·국회감시·검찰감시·사법개혁 등 권력감시 활동을 했고, 2022년부터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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