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이라크 포로학대 및 팔루자 학살 사건과 관련한 질의서 외교통상부 발송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소장 : 박순성 동국대 북학학과 교수)는 이라크 포로학대 및 팔루자 학살 사건과 관련한 질의서를 외교통상부 측에 발송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질의서를 발송한 취지에 대해 ‘반기문 장관의 발언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주권 국가에 대한 침략이나 국제인도주의법, 국제인권법 등에 대한 현정부의 외교 철학이 지극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팔루자 학살과 포로학대는 쉽게 덮어질 문제가 아니고 장기간 동안 책임이 추궁되어야 할 심각한 반인도적 전쟁범죄이며 세계화 시대에 이를 간과하는 외교란 불가능함에도 현 정부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반기문 장관의 이같은 불충분한 외교철학이 과연 현재와 같은 전환기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한미동맹의 충실한 관리자로서는 적합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반인도적 전쟁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김대중 전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를 창설하는데 한국 외교사상 전례없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과 현 참여정부가 지극히 소극적으로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꼬집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및 팔루자 학살 관련 질의서

○ 이라크 내에서 미군과 영국군에 의해 자행되어 왔던 포로 학대 사건은 전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포로 학대 사건은 이번에 공개된 것 외에도 이라크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자행되어 왔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반인륜적 범죄가 미군 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미국 정부의 도덕성마저도 흔들릴 위기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 그런데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내외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는 비인도적 행위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발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파병원칙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인 인권이 이라크에서 이처럼 유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병강행 원칙만 되풀이하는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유감스러울 따름입니다. 이에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외교통상부 측의 입장을 듣고자 질의 드리는 바입니다.

1. 포로학대 사실이 공개되기 전에 한국 정부는 연합군의 이러한 조사방식과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는지, 만약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그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2. 정부가 현재 파악하고 있는 이라크내 미·영군의 포로학대 및 민간인 학대·학살 상황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3. 이번 포로학대 사건은 제네바 협약 제3규약 3조, 13조 ,17조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3조와 7조’ 또한 어긴 것입니다. 이는 엄연한 전쟁범죄 행위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이같은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부도 이번 포로학대 사건이 제네바 협약 등의 국제협약을 위배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시는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4. 참여정부는 ‘인류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문제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인권증진을 주요 외교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아울러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CAT)’에도 가입한 상황입니다. 이번 포로학대 사건은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외교목표와 상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5. 반기문 장관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형식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과연 이런 수준의 표명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현 정부가 갖고 있는 주권 국가에 대한 침략이나 국제인도주의법과 국제인권법에 대한 외교철학이 지극히 의심스럽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유감표명의 수준이나 형식이 적절했다고 보시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표명이 외교부 자체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참여정부 전체의 입장인지에 대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6. 지난 4월 말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무차별적인 보복 공격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망자 숫자가 800여명에 이르렀음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1959년 발효된 제네바 4협약(“전시 민간인 보호에 대한 협약”)과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7조(인도에 반한 죄), 8조(전쟁범죄 : 민간인 주민·민간 대상물에 대한 고의적 공격금지)를 위반한 것입니다. 제네바 4협약에 위반된 경우에는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형사처벌·손해배상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이번 공격은 사실상의 보복 학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범죄행위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와 정부는 팔루자 사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7. 이번 포로학대 사건과 팔루자 학살 사태는 앞서 설명했듯이 반인륜적 범죄일 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외교목표와도 상충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 동참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지만 반기문 장관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뿐 아니라 이라크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는 이유로 한국군의 파병원칙을 견지하며 절차에 따른 준비를 진행하겠다고 강변했습니다. 설령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한국군의 파병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보시는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8. 이라크에 주둔중인 연합군은 이미 고문학살의 주체가 됨으로써 평화정착과 민주주의를만들어 나가는 후견자나 당사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물론 한국군이 파병을 통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면 마찬가지의 처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군의 파병원칙인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9.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라크 파병은 이라크 국민의 평화·재건 노력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악화되고 있는 이라크 정황상 그 어디에도 평화·재건임무가 가능한 곳은 없습니다. 심지어 공병과 의무병으로만 구성된 서희·제마부대 조차도 외부활동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정부는 제2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에서 평화·재건지원 임무가 가능하다고 보시는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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