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
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
글.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간사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눌 만큼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4월 26일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억 4,600만 명, 사망자는 약 310만 명에 달합니다. 백신이 도입됐지만,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재난과 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를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이 심각한 위협에 놓여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어진 산불, 폭염, 장마, 가뭄은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변하지 않은 군사비 지출
그러나 이러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도 매년 치솟는 군사비는 변함이 없습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0년 세계 군사비지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전 세계는 군사비로 전년 대비 2.6% 증가한 1조 9,81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군사비 지출 상위 10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모든 국가의 군사비가 증가했습니다.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군비를 증강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한 국가지만,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합니다. 4월 26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57만 명에 달합니다. 군사비 지출 상위 10개국(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중서 미국, 인도,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 5개국은 코로나19 확진자수 상위 10개국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해 매년 천문학적인 금액의 군사비를 지출해왔지만 정작 시민의 안전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첨단 무기와 군사력 증강에 지출하는 동안, 신종 감염병이나 기후 변화와 같은 보다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는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4월 26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을 맞아 불타는 지구와 위기에 처한 인류, 군사비 삭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인 나라, 대한민국
한국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군사비 지출 세계 10위 국가로, 2013년부터 8년째 같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증가해 온 국방비는 2021년 약 53조 원에 달합니다. 반면 코로나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 예산은 약 9조 원 뿐이죠. 코로나19 장기화로 양극화·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지만 소득 감소, 고용 위기, 돌봄과 교육 공백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은 여전히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사람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예산을 중심으로 안보 패러다임을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렵게 맺은 ‘단계적 군축’ 합의 이행해야
3년 전 평화의 봄을 모두 기억하실 것입니다. 지난 2018년,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단계적 군축을 합의하고, 9.19 군사합의를 통해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남한 정부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군사비를 늘려왔습니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대폭 늘린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고 경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 등 새로운 무기 체계 도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대표적인 공격형무기인 F-35A 추가 도입, F-35B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군비 증강은 대화를 어렵게 만들고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남한의 국방비지출은 북한의 총 GDP 규모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더 이상의 증액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은 남북한 군비경쟁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원한다면 국방비 증액부터 중단하고 남북 합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단계적 군축’ 합의의 이행이야말로 전쟁을 끝내고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우리 세금을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데 사용하자!
지난 4월 26일, 참여연대를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2021 세계군축행동의 날➊을 맞이하여 한 목소리로 우리의 자원을 군비 증강이 아닌 사람과 지구를 살리는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방비를 대폭 삭감하여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회 안전망 확충, 불평등 해소,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고, 나아가 군비 경쟁을 중단하고 평화적 수단으로 평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면 전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2021년 세계군축행동의 날, 전 세계 곳곳의 시민들이 군사비 삭감을 외치고 있습니다. “군사비를 줄여 사람과 지구에 투자하라!”
➊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Global Day of Action on Military Spending)이란, 매년 4월 26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를 발표하는 날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하자고 요구하는 국제 캠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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