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밥상과 건강한 시민운동
곽노태 회원
ⓒ사진글방 장은혜
올해 4월 ‘이해충돌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에는 많은 이들의 기여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매서운 꽃샘추위를 이겨내며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해준 회원들의 행보를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현미밥 카페를 운영하면서 한겨울 1인 시위 현장에 연거푸 나타났던 곽노태 회원을 만나보았다.
현미밥 채식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한겨레신문 지국장으로 일하다가, 아버지 병원비를 벌기 위해 1991년부터 건강관리 사업을 시작했어요. 15년간 건강식품 쪽으로 영업 일을 했는데 사람의 병을 고치려면 식품보다 ‘건강한 밥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까지 올인해 왔습니다. 사회운동을 하다가 생명운동을 하게 된 셈이네요.(웃음) 병이 난다는 건 결국 혈액순환이 잘 안 된다는 것인데, 건강하게 피가 곳곳으로 돌지 못하면 세포가 죽거나 암세포로 변하는 등 제 기능을 못하면서 병이 만들어집니다. 가령 호수가 좁아지면 물이 못 흐르듯이, 혈관도 좁아지거나 뒤틀리지 않게 해주어야 하고 그럴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현미 채식이더라고요.
채식카페 외에 건강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신다면서요?
네, 교정 마사지와 명상 지도도 하고 있지요. 여기서는 밥을 짓고, 나머지 시간은 사무실에서 보내요. 스트레스로 몸이 수축된 상태를 명상을 통해 이완시키고, 마사지로도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지요. 무엇보다 제가 중요시하는 것이 바로 ‘알아차림 식사법’인데요, 몸은 밥을 먹고 있는데 생각은 딴 데 가 있다면 그건 밥을 먹고 있는 게 아니지요. 시금치를 먹을 때도, 한 번 씹을 때의 맛과 두 번째 씹을 때의 맛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감지하면서 식사하는 겁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하는데 몸이 하는 것과 머릿속이 하는 것이 어긋나서 이상하게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하는 일을 잘 느끼면 매 순간 불행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밥 먹을 때 음식의 맛 변화를 인지하는 것 자체가 현재를 사는 일상적인 훈련이 되는 거죠. 버스를 탈 때도 왼발을 먼저 올렸는지 오른발을 먼저 올렸는지를 감지하고요. 머릿속은 딴 데 가 있지 말고 지금 하는 일을 인지한다면, 불행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 고정된 생각, 과거의 기억들로 두뇌가 괴롭지 않고 오로지 새로운 정보만을 매 순간 입력하게 되니까 삶 자체가 달라집니다.
카페 벽면에 붙은 포스터(위)와 곽노태 회원이 차려주신 밥상(아래) ⓒ사진글방 장은혜
그래도 찾아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스트레스의 경우 명상을 통해 자신이 열 받을 만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직면하도록 하는 게 필요해요. 현대인의 스트레스 대부분은 자신이 한 만큼 보상을 못 받았다는 분한 마음으로 시작되더라고요. 가족을 향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요. 저는 사람들이 ‘이중계산’을 하는 게 잘못이라고 보는데, 상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었다면 기여하면서 분명 마음이 기뻤을 거거든요. 그걸로 이미 보상은 받은 건데 나중에 그 사람에게 뭔가를 또 받으려고 하면서 억울해하죠. 이것이 ‘이중계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만 해도 스트레스받을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대부분 망상이죠. 그리고 우리 두뇌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것도 필요해요. 두뇌는 자극이 안 오면 심심해해요. 자극받기 위해 과거에 자극이 됐던 기억을 끄집어내서 현재화시키죠. 그렇게 사는 건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도움이 안 돼요.
공동체를 만들고자 계획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모습을 구상하고 계신지 설명해주세요.
그냥 ‘우리 마을 사람들은 전부가 이렇게 밥을 먹어요’라고 소개하는, 그래서 아무에게도 병이 없는 그런 마을이요. ‘치유 마을’이 되는 거죠. 1박이 됐든 1주일이 됐든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그런 삶을 익히고, 돌아가서도 자기 생활이 바뀌는. 그뿐 아니라 공유경제 식으로, 서로가 필요한 것을 빌려주고 함께 쓰고 힘 모아 도와주고 하는 거지요. 참여연대와 똑같이 ‘피플 파워’예요. 서너 가구로 시작해볼까 하고 지금 그런 마을을 찾고 있어요.
2011년 회원으로 가입하셨고, 2019~2020년 회원모니터단으로 활동하셨어요. 참여연대 활동에 칭찬하고 싶은 부분과 좀 더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다들 박봉에 애쓰고 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대중을 떠나지 않고 대중운동을 했다는 걸 정말 칭찬해주고 싶고요. 대중에게 한 발 더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도 같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광화문에만 있지 않고 곳곳의 동네에도 있는 그런 형태요. 지역 사랑방? 시민 사랑방? 같은 게 만들어져서 시대 정신이 뭔지를 같이 확인하고 동네에 그 시대정신을 담기 위한 행위를 하는 거죠. 잔뿌리가 움직여야 에너지가 들어와요. 운동의 과정을 나누면서 더불어 함께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함께했다면 그냥 알 수 있는 건데, 개별적으로 하면 한 것에 관해 알리는 과정이 또 따로 필요한 거잖아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다’는 말처럼요. 진짜 대중운동이죠.
올초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1인시위도 세 번이나 참여하셨어요. 어떠한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이 시대의 핵심 문제는 권력이나 정보의 힘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한 형태의 보호막을 만들어서 끝까지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것이라고 봐요. 그런 보호막은 깨야 맞다고 생각했고, 그 성벽을 허물기 위해 갔던 겁니다. 시위는 계속 참여해 왔는데, 1인 시위라고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요? 그냥 해야 될 일인 거지요. 이번 계기로 보다 더 공평한 사회로 흐를 수 있도록 큰 둑이 하나 무너졌다고 봐요. 뭐, 참여연대는 매번 이기니까요~(웃음) 이길 수밖에 없는 아젠다를 항상 설정하죠. 고맙죠.
시위 참여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추천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참여를 통해서 실무진들을 포함해 다양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하나 있고요, 시민으로서 자기 뜻을 어필하여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는 장점도 있지요. 시민으로서 사회적 힘을 갖는 거예요. 무엇보다 자기 견해와 사회적 의식 자체가 공정한 건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보편타당한 생각인 건지 등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여러 사람과 더불어 활동함으로써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지요.
지난 4월 20일, 오전 일찍 국회 정문 앞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1인시위에 참여 중인 곽노태 회원 모습
권력 감시와 정책 제안, 캠페인 등 긴장을 놓지 않고 활동하는 참여연대 간사와 실행위원들에게, 몸과 마음을 건강히 가꾸라는 의미로 제안하고픈 건강 관리법이 있을까요?
철학자 헤겔이 말한 ‘양질 전환의 법칙’을 잊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양이 쌓이면 질적으로 바뀐다는 건데, 물이 100도로 끓어야 수증기가 되잖아요. 원하던 게 실행이 안 됐다면 ‘왜 안 되지?’ 하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아직 그 뚜껑을 열만큼 끓지 못했으니 더 끓을 수 있게 에너지를 모으면 될 것이라 믿고 좀 더 해보는 겁니다. 제일 중요한 건, 밥 먹는 것이에요. 음식 섭취는 에너지를 구하는 일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만드는 재료를 넣어주는 일이죠. 재료 자체도 중요하고, 재료를 잘 씹어서 두 시간 후 바로 세포로 바뀔 수 있도록 잘 쪼개주는 게 중요합니다.
음식과 식사법을 바꿔내면 웬만한 병은 고쳐낼 수 있어요, 컵라면 하나로 대충 식사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요. ‘오늘 몇 시에 몇 인분 밥해서 갖다주실 분 계시면 좋겠습니다’ 라고 메시지 보내면, 사람들이 밥이랑 반찬이랑 갖다줄 수 있게 되잖아요. 도와 달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은 얼마든지 나타나요. 릴레이로 밥 당번을 나누어도 되고요. 밥해주고 싶어도 ‘어휴, 나는 3개월이나 기다려야 되네?!’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죠. 같이 해 먹으면 비용도 적게 들고, 그걸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면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게 되니까 모임도 생기고 연대도 시작되고요. 그 안에서 다 해결하려 하지 말고, 시민들 안으로 이렇게 들어가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알리는 게 무척 중요한데, ‘당신이 밥해줘서 그 밥 먹고 이런 일 했다’라고 그때그때 알려줌으로써 자신이 그 일에 동참했음을 알고 자기 힘을 확인할 수 있게 돼서 뿌듯하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도 주고요. 이렇게 피드백이 잦게 있어야 일 추진이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곽노태 회원에게 참여연대란?
참여연대는 내 삶이다. 제가 길을 잃을 때 등대처럼 제 갈 길을 보여주니까요. 그리고 등대가 바로 서야 저도 바로 갈 수 있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할 겁니다. 서로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만 기여해도 돼요. 밥은 할 수 있는데 배달은 어려우면, 배달해줄 사람을 또 모집하는 거죠. 함께하면 인생은 두려울 게 없어요. 함께하지 못해서 두려운 거지요.
곽노태 회원은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주방에 들어가더니, 단내 가득한 찐 고구마와 김치, 현미밥과 버섯국을 내주셨다. 그리고 전화 한 통이 걸려오자 마사지하러 가야한다며 남은 거 싸 가라고 비닐 팩을 꺼내놓고 황급히 나가셨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더불어 함께라는 건 이런 것이구나!’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음식을 차린 후 뒷정리까지가 그 사람이 응당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구분 짓는다면, 그는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 했을 것이며, 나는 그를 도우면서 느끼는 얻는 기쁨의 기회를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언제부터 도움을 청하고 받는 일이 어색해진 걸까? 이곳 ‘현미밥 카페’는 누구든 언제나 와서 밥을 짓고 먹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더불어 함께’를 연습하는 공간이 한 군데쯤은 있기를 소망해본다.
글. 이은주
‘지혜로운 협력대화 모델’ 와이즈 서클 대표. 민주적 의사소통 및 회의, 진행자 과정 프로그램으로 학교, 마을 공동체, 민간단체나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으며, 참여연대 운영위원 및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장은혜 사진글방
녹취. 조연우 참여사회 편집위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