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또 다른 ‘기후악당’ 트럼프가 돌아왔다
글 우다영 뉴스펭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극단적인 발언과 기후위기보다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기후변화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거나, “날씨가 춥다”는 근거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기후위기 부정론자’ 평가를 받아온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집권을 앞두고, 기후위기 대응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위기 역행 정책과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 국제사회에서 촉발된 논란을 집중 조명해 왔다. 그 논란을 짚어보자.
2016년: 기후위기 부정의 시작
도널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2년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기후변화는 중국이 미국 제조업을 무너뜨리기 위해 꾸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선 이후 “열린 마음으로 기후변화를 향한 각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행보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기후변화 주범은 온실가스로 꼽힌다. 온실가스는 주로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데 트럼프는 이를 우려할 만한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의 부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에너지 생산의 주요 자원으로, 산업혁명 이후 현대 경제 발전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해 기후변화를 가속한다. 당시 미국의 탄광 지역과 석유·가스 산업 종사자들은 자동화 기술과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트럼프는 이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 “미국 우선주의”와 “에너지 독립”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다만 그의 발언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등에 따르면 전 세계 기후 과학자의 97% 이상은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 특히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라고 동의한 바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기후위기 대응을 지연시키는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했다. 당시 국제사회는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었으며, 트럼프의 회의적인 태도는 이에 역행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7년: 파리기후협정 탈퇴 그 이후
파리기후협정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글로벌 협정이다.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두고 있다. 2017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협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해치는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비판하며 탈퇴를 강행했다. 그는 “이 협정은 미국을 희생시키는 반면, 중국과 인도 같은 다른 나라들은 거의 아무런 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협정이 미국 경제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파리기후협정은 국가별로 자발적 목표NDC를 설정해 이행하도록 설계되었다. 미국은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탈퇴 이후 영향도 컸다. 일부 개발도상국은 기후목표 이행 속도를 늦추거나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 발표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중국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 공백으로 국제적 리더십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며, 이는 기후목표 이행 도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 규제 완화를 통해 산업 활동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추진했다. 환경보호청EPA의 역할을 축소하며, 2018년 예산안에서 EPA의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당시 삭감된 예산은 약 31%에 달했으며, 이는 EP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감축이었다. 이러한 조치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 및 프로그램, 특히 청정에너지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을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환경보호청 예산 삭감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배출 기준을 완화하고, 산업체의 온실가스 배출 보고 의무를 축소했다. 자동차 연비 및 배출 규제 역시 완화되면서, 연비 기준 상향을 목표로 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규제는 폐지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화석연료 산업 활성화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한 조치로 평가되었지만, 환경 및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2018~2020년: “Drill Baby Drill”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가 상징적으로 떠오른다. 이 구호는 2008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화석연료 개발 확대를 통해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자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미국 에너지는 세계 최고”라고 선언하며, 석탄·석유·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드릴 베이비 드릴’ 구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멕시코만과 알래스카 북부에서의 대규모 석유 시추 허용 등 화석연료 개발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멕시코만과 알래스카 북부에서 대규모 석유 시추를 허용하고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통 에너지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은 소비자와 산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고용 증가 효과도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 전통적인 탄광 지역에서 경제적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환경적·경제적 문제를 초래했다. 화석연료 사용 증가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기후위기를 심화시켰고, 재생에너지로 전환 속도를 늦추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는 풍력발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풍력발전소는 소음을 유발하며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과학적 근거가 없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풍력발전은 탄소 배출 없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많은 국가가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4년: 기후위기 부정론자가 돌아왔다
2기 집권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2024 대선 당시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 “미국 경제를 억압하는 불필요한 법안”이라며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는 IRA가 미국 내 화석연료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고, 일부 동맹국과의 무역 갈등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며 법안 철회를 통해 전통 에너지 산업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테슬라·X(옛 트위터) CEO 일론 머스크의 행보도 주목할 점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AI 스타트업인 xAI의 데이터센터 확장을 발표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수를 기존 10만 개에서 100만 개로 늘리는 대규모 계획을 추진 중이다. AI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많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OpenAI의 ChtGPT 답변 한 번이 구글 검색보다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GPT-3와 같은 언어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는 약 1,287MWh의 전력이 소모되었으며, 이는 1년 동안 미국 평균 가정 100여 곳이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데이터센터는 이미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터센터 확장은 AI 기술의 발전을 가속할 수 있지만, 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않을 경우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위기 시대 정치와 언론의 역할’ 콘퍼런스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이 기후위기 대응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후위기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어도 전 세계적인 흐름이 완전히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기후정책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장기적인 기후위기 대응에는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는 꾸준히 이어진다. 그의 2기 집권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할 결심은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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