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책장] 광장 이후
글 민선영 참여연대 배움행동팀장

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니, ‘내가 지난 상반기를 어떻게 지냈더라’하고 곱씹는 중이다. 돌아보면 2024년과 2025년을 잇는 연말, 연초 인사를 가까운 사람들과 나눈 기억이 거의 없다. 대신 광장을 드나들었던 수많은 시민들과 탄핵, 파면을 함께 외쳤던 기억은 선명하다.
나는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까지 탄핵 정국을 두 번 겪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활동가와 시민들은 과거의 경험과 연결해 익숙하게 집회 대오를 정리하고, 평등한 집회를 위한 약속문을 일찍이 마련하고, 길어질 투쟁을 대비해 손난로와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그 와중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촛불이 응원봉으로 바뀌었고, 케이팝과 민중가요를 서로 배우기 시작했고, 청년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주목받았다는 점 아니었을까.
언론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언제는 청년 여성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나. 강남역 살인 사건부터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태까지 집회 나갈 일들은 끊임없었는데. 그런데, 서부지법 폭동 사태가 터지면서 ‘찬탄’과 ‘반탄’으로 쪼개졌던 광장의 모양새가 달라졌다. 진보적인 청년 여성과 극우화되는 청년 남성의 대립으로 프레임이 다시 짜이기 시작한 것이다.
“왜 청년 여성들의 참여가 두드러지게 주목받고 있나?”, “반면, 청년 남성들은 극우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내란 우두머리의 비상 계엄령 발표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회복해야 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대답을 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과거 아카데미느티나무 강좌로 연을 맺은 신진욱, 양승훈, 이승윤 교수에게 ‘지금 이 순간 시민 지형을 분석하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며 그 대안을 알려달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 요구는 아카데미느티나무의 2025년 봄학기 강좌 〈광장 안과 밖의 시민,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나?〉로 완성되었다. 우리만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 강좌는 문학동네 편집부의 시선에도 들어 《광장 이후》라는 제목을 달아 책으로 출판되었다.
《광장 이후》는 비상계엄에서 극우 파시즘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짚어보고, 탄핵 광장의 중심에 있었던 청년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실었다. 심층적으로 ‘청년 남성 극우화’라는 뜨거운 논쟁에 대한 시사점을 짚고, 특히 청년들의 삶의 불안정성과 의식에 대한 분석도 담겨있다.
그러나 질문의 모든 해답을 책에만 맡길 수는 없다. 《광장 이후》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언제고 무슨 사건이 또 다시 우리에게 닥칠지 알 수 없다. 결국 광장에서 지켜낸 민주주의가 일상의 평등과 연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애쓰는건 우리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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