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북풍’, 정전 체제를 끝내야 사라질까
글 전갑생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 냉전평화연구센터장

‘적 오물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시 원칙적으로 경고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하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 15일 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군에 지시했다. 일명 ‘오물풍선 원점 타격 계획’은 이른바 ‘북풍’을 유도해 계엄 명분을 만들려는 공작이었다. 지난 6월 11일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다시 쓰는 공소장] 내란 일당, 북한과의 국지전 시나리오도 준비했다”라는 기사에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적 오물 쓰레기 풍선 관련 사령부 대응 지침’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의 군사재판 진술, 여인형의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한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 등을 제시하면서 내란 세력의 ‘북풍’ 작전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들은 ‘북풍’을 국내 정치적 통제용과 계엄 명분으로 삼으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내란과 북풍, 달라지지 않은 대결구도
내란 세력들은 과거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과 같은 국지전을 일으키고자 세밀하게 준비했다. 이 ‘북풍’ 유도 사건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1의 오물 풍선과 두 국가의 무인기 침입에서 기인했지만 비상계엄과 완결성으로 이어졌다.
이런 사건은 왜, 다시 발생하는 것일까. 근원은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 사건은 1997년 이후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메뉴이다. 한국과 북한은 1991년 12월 “남북한 기본 합의서”에서 ‘남북한’을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상호 인정했다. 그리고 두 국가는 유엔에 동시에 가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헌법 제3조의 영토 규정에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북한의 영토 규정은 사회주의헌법에 명문화시키지 않고 있지만 정치적·선언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극보수’ 정권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 제한적인 교류만 이어갔다. ‘보수’ 정권은 문화체육, 학술 등 여러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갔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바로 양국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1997년부터 2019년까지 한반도 평화체계 수립에 대한 다자(1997년 남북+미·중 4자, 남북+미·중·일·러 6자)와 양자회담은 여러 번의 공동선언을 발표했지만 정권 교체마다 물거품으로 성과를 이어가지 못했다.
4자든 6자든 양자든 서로가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서 진정성 있는 행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계엄 전후 ‘북풍’ 기획이 재발됐다. 그럼 근원적인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양국은 냉전과 사상적 이념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양국은 똑바로 시선을 마주하지만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 다자와 양자회담에서 주된 의제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프로그램 중단과 국제협약 준수와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국제원자력기구 복귀 등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국가의 붕괴와 동일하다고 인식해 무기생산까지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유엔의 제재와 핵무기 포기를 압박했다. 요즘 이란-이스라엘 그리고 미국의 전쟁은 동북아시아의 위기를 부추기는 듯하다. 유럽에서 시작된 전쟁이 중동에서 격화되는 분위기이다. 미국의 선전포고 없이 시작된 이란 핵시설 폭격은 북한을 비롯한 러시아까지 경고하는 암시와 같다고 할까. 이런 상황에서도 조선은 독자적인 생존전략에서 중·러와의 ‘정통적인 우방’임을 강조했다. 여기서 ‘정통적인 우방’은 매우 사상적이고 냉전적인 것을 의미한다.
급박해진 현시점에서 양국은 탈냉전과 반공주의를 넘어 평화적인 이념을 추구할 수 없는가.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냉전적인 논리보다 한 개인의 사익에서 출발한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끊임없이 폭격하며 자신의 비리를 감추고자 사익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사법적인 문제와 자본의 증식 차원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이처럼 사익에서 시작된 전쟁이 동북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풍, 서로 인정 없이는 계속된다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세력들은 과거 극보수 정권과 다름없는 ‘북풍’을 통해 국지전까지 기획했다. 만약 내란 세력들이 국지전을 유도해 성공했다면, 끔찍한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다.
정권 교체 이후 이재명 정부는 ‘북풍’을 유도한 내란 세력들의 사법처리뿐 아니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평화로운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 ‘북풍’ 유도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사면과 복권 등의 면죄부 없는 철저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또한 평화로운 대화를 위해 단절된 약 3년의 시간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해야 한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조선은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에서 적대적인 두 국가의 노선을 선택했으며, 기존의 각종 민족화해 관련 조직들을 청산한 상태이다. 지난 2024년 6월 18일 조선은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을 통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내란 세력의 국정원과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조선인민군 포로들을 심문하고 한국으로 송환하려는 공작까지 펼쳤다.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트럼프는 이란의 핵시설들을 폭격하면서 열전에 접어들고 있다. 사익에서 시작된 열전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3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 정부는 아직 내란 세력들과 잔당의 처벌조차 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진정 평화를 원하지 않는가?!
유럽에서 시작된 전쟁이 중동을 휩쓸고 있다. 한국은 내란을 끝내는 중에 새로운 정권을 맞았다. 하지만 불안전한 국내 정세와 맞물려 열전의 소용돌이에 벗어나기 힘들 듯하다.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자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 자국주의를 내세우는 자는 공익보다 사익私益을 우선시한다. 그 장본인이 트럼프이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시설들을 폭격한 뒤 ‘평화’를 내세우며 전쟁 중단을 선언했다. 이런 방식이 자의적이고 사익적이지 않는가? 트럼프, 푸틴, 네타냐후, 김정은 그리고 윤석열과 그 내란 잔당, 국민의힘은 모두 공익보다는 사익에서 출발한 폭력으로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내란 세력의 발호가 잦아들고 있다고 하지만 불안전하다. ‘북풍’이 없는 한반도의 진정한 봄을 맞을 수 있을까. 내란 세력과 간절하게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새로운 길을 나설 수 있는가.
함께 한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북풍’ 유도에 나선 인물들의 완전한 사법처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현 정권은 이들을 선처해서도 안 될 것이며 사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게 진정한 정의이다.
두 번째, 두 국가라는 선언과 함께 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남북한’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국가이다. 하지만 한국의 영토 규정은 조선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국제 경기, 유엔에선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정확하게 기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일본과 중국 등 여러 국가들은 ‘남한’, ‘북한’, ‘남조선’, ‘북조선’ 등 실제 국가명을 사용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열렸던 두 국가의 정상회의와 다자회담에서도 정상들은 ‘남한’은 한국으로, 조선은 ‘북한’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한다. 미국은 ‘남한south korea’과 ‘북한north korea’으로 표기하지만 영국을 비롯한 유럽, 아프리카, 남미 대부분 국가들은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 ROK’과 ‘조선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으로 표기한다. 이처럼 두 국가는 국제 여러 조약 등에서 공식적인 국가명으로 불리고 있다. 이젠 우리가 실천할 때이다.
셋째, 평화를 위한 조약과 실천만이 ‘북풍’을 막을 수 있다. 앞의 첫 번째 세력들을 청산하고 사법처리가 끝나면 헌법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정상적인 국가간 지속적인 교류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다. 과거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에서 영구적인 양국가 체제가 필요하다. 인적 교류와 평등적이고 평화로운 관계만이 동북아를 비롯한 유럽까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냉전시대에 종지부 찍고 평화시대로 나아가려면 선언해야 한다. 우리는 ‘통일이 국시가 아니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냉전을 청산할 법과 제도, 인적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제도를 만들고, 폭력적인 통일 방안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대화와 협의,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만이 ‘북풍’을 막을 수 있다.
- 조선으로 줄임. 대부분 조선 대신 반국가단체라는 인식을 포함시키거나 특수한 관계라는 특성을 지닌 ‘북한’이라는 용어 사용, 하지만 필자는 북한 대신 조선을 사용. ↩︎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