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6년 01-02월 2025-12-31   72648

[활동가의 리뷰]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활동가

영화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의 포스터 사진.

팔레스타인은 오늘날 지구상에서 우리가 마땅히 목격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장소 중 하나일 것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를 보면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했다.

영화는 대부분 프랑스로 망명한 이란 출신 여성 감독 세피데 파르시와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여성 사진작가 파티마 하수나의 영상통화로 이루어져 있고, 관객은 주로 감독이 촬영한 휴대기기 속 파티마를 보게 된다. 파르시와 처음 영상통화를 하던 날 파티마는 파르시에게 이제 당신도 나와 함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스크린 너머로 그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전해지는 말이기도 하다.

관객은 1년여의 시간 동안 이루어진 스크린-휴대기기 속 영상통화를 통해 가자지구의 참상과 파티마의 변화를 지켜보게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통신불량과 영상통화 연결음은 이 영화에서 초조함과 파티마의 부재에 대한 불안을 불러 일으킨다. 파티마의 등 뒤 배경으로 떨어지는 폭격, 솟아오르는 불꽃, 이웃의 죽음, 굶주림은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환한 얼굴에도 감출 수 없는 그늘을 만든다. 그럼에도 파티마는 감독, 그리고 스크린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마침내 시적인 제목의 의미가 드러날 때, 관객은 탄식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한다.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의 한 장면. 파티마 하수나가 영상 통화 속 화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영혼을 손에 품고 걷는다》의 한 장면 ©Sepideh Farsi-Rêves d’Eau Productions /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공

이 영화는 감독의 몹시 개인적인 작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상통화를 그냥 화면녹화한 것이 아니라, 감독의 시점에서 캠코더로 찍었다. 감독이 반려묘를 찾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휴대기기나 TV 화면에 흐릿하게 감독의 얼굴이 비치기도 한다. 감독은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는 본인과 가자지구에서 나갈 수 없는 파티마가 거울 같다고 말한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정식 개봉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그래도 몇 번 더 상영되면서 국내에도 충분히 소개되고 보여지길 기대한다. 기꺼이 목격자가 되고자 하는 이라면, 나중에 이 영화가 어딘가에서 상영하게 될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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