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임용시험에서 탈락한 어느 장애인의 법정투쟁

충남도의 불합격처분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99년 6월 30일자)에서는 공무원임용시험에서 탈락한 어느 장애인의 지루한 법정투쟁을 소개하였다. 사건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동네형이 건네준 폭발물을 갖고 놀다 왼쪽 손목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장애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그는 충남대 행정학과를 마쳤고, 1993년도 충남도가 실시한 7급 행정직 공무원임용시험을 보았으나 탈락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그는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1995년 4월 14일 대전고등법원에서는 "피고의 불합격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대전고등법원 1995. 4. 14. 선고 94구680 판결). 그러나 그의 기쁨도 잠시. 2년이 걸린 후 나온 대법원 판결은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한다는 것이었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누7055 판결).

쟁점 두 가지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개채용을 할 때에 장애인을 2% 이상 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충남도는 1993년 7급 행정직 41명, 9급 행정직 160명, 9급 보건직 8명을 공채하면서, 7급에서는 장애인을 한 명도 뽑지 않고, 9급에서만 총 인원 209명의 2%인 4명(정확히는 4.18명인데, 충남도는 단수인 0.18은 버리고 4명으로 계산하였다)을 뽑기로 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7급과 9급 공무원을 함께 뽑으면서 7급에서는 장애인을 뽑지 않고 9급에서만 장애인을 뽑아도 괜찮은지? 두 번째는 장애인 의무고용율인 2%를 계산할 때에 1 미만의 단수는 버려도 되는지? 만일 충남도가 7급에서도 장애인을 뽑기로 하고, 1 미만의 단수를 버리지 않는 것으로 계산하였다면 그는 위 시험에서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법원에서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군경력 가산점제도였다. 즉 군복무를 마친 사람에게는 최대 5%의 가산점이 주어졌는데, 장애로 인하여 군대에 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그에게는 당연히 가산점이 없었던 것이다. 가산점을 합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석차는 7급시험 응시자 중 28등. 그런데 가산점을 고려한 뒤 그의 석차는 133등이었다. 그런데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두 쟁점에 대하여 완전히 다른 견해를 취하였다.

7급에는 장애인을 뽑지 않고, 9급에만 장애인을 뽑을 수 있는 재량이 있는지

충남도는 어느 직급에서 장애인을 채용할 것인가는 시험실시기관의 장이 재량에 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대전고등법원은 "장애인고용의무를 준수함에 있어, 장애인에게 부적합한 직무분야, 직종, 직급 등은 법과 시행령이 따로 규정하고 있으므로(공안, 공업, 항공 등), 이와 같이 직무의 특수성 때문에 장애인고용의무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직종의 공무원이 아닌 이상, 시험실시기관의 장은 의무적으로 장애인이 채용되도록 시험을 실시하여야 하고, 시험실시기관의 장에게 특정 직급, 예를 들어 9급 행정직에서만 전체 채용인원의 100분의 2를 장애인에게 배정하고 7급 행정직에서는 장애인이 채용되지 않도록 시험을 실시할 재량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시험실시기관의 장은 각 시험별 선발예정인원수, 직급의 정도, 기존의 고용장애인의 인원수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시행계획이 공고된 수 개의 시험 중에서 장애인에 대하여 분리 실시하여 장애인을 선발하는 시험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7급에서는 한 명의 장애인도 뽑지 않기로 한 충남도의 결정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50명 중에는 1명, 40명 중에는 0명? 1명?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2% 이상의 장애인을 뽑을 때, 단수의 처리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사업주가 장애인을 뽑을 경우 1인 미만의 단수가 있을 때에는 그 단수는 버린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대전고등법원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일반 사업주에 관한 위 규정이 공무원을 뽑을 때에 준용된다고 볼 수 없고, 장애인에게 유리하게 단수를 버리고 1을 올려 인원을 결정한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반드시 1인 미만의 단수는 올려야 한다고 볼 수는 없고, 시험실시기관의 장과 사업주의 경우를 구별하여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므로, 공무원 채용시에도 사업주에 관한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1인 미만의 단수는 버리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더 이상 장애인을 울리지 말자!

대법원은 법률규정에 대한 원칙적 해석을 앞세웠고, 고등법원은 정의관념과 구체적 타당성을 앞세웠다고 볼 수 있다. 98년 6월 현재 공공기관은 1.15%의 장애인만을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김종필 총리는 2%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재판에 이기고 지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이런 싸움을 통해 장애인을 무조건 무시하고 차별하는 사회와 행정기관 일각의 그릇된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그런 잘못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그의 말이다. 그는 다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인터뷰내용 중 나를 너무나 부끄럽게 한 대목이 있었다. "선뜻 사건을 맡겠다고 나선 변호사가 없고, 비싼 선임비를 댈 여력도 없어 홀로 법전을 뒤져가며 수천 쪽의 증빙서류를 준비해 재판에 임했다."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이 있었지만 때로 너무 외롭고 힘들어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 더 이상 그와 같은 이가 울지 않도록 하자. 변호사인 나의 각오였다.

임성택 / 변호사

월간 <복지동향> 1999년 08월호(제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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