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1998년 12월 조세부문에서 작은 혁명이 일어났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혜택을 폐지하는 세법 개정안의 통과가 그것이다. 세법조항 하나가 개정된 것을 갖고 혁명 운운하는 것이 우습지 않냐고? 천만의 말씀! 변호사회를 비롯한 전문직 단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집단이다. 이 로비집단의 연합전선을 허물고 시민의 힘으로 이뤄낸 최초의 세법 개정인데 어찌 혁명이라 부르는 것이 과하리오?지금까지 조세분야는 여론의 사각지대였다. 세법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골치아픈’ 법이라는 누명하에 철저하게 외면당해왔다. 그 결과,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유보돼 3만 명의 부유층을 위해 대다수 서민층의 주머니가 털려도, 1%의 부유층을 위해 상속·증여세법이 개정돼도 누구하나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시민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국회 앞에서 극한 투쟁을 벌여도 법 개정이 될까말까한 현실에서 시민들의 무관심은 세법을 천덕꾸러기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천덕꾸러기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민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니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혁명이지 않겠는가?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덕분에 이 천덕꾸러기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제까지의 비뚤어진 삶을 청산하고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자신감말이다. 그래서, 참여연대 조세팀에서는 이 천덕꾸러기가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세제세정 10대 개혁과제다.
조세불평등 다섯 가지 치료제
이 천덕꾸러기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점중의 하나는 좌우, 위아래가 심하게 불균형하다는 점이다. 근로소득자라고 불려지는 왼쪽은 지나치게 크고 자영업자라고 불려지는 오른쪽은 지나치게 작다. 그리고, 부유층이라고 불리는 윗쪽은 지나치게 작고 서민층이라고 불리는 아래쪽은 지나치게 크다. 이러한 조세부담의 불평등을 치료하기 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치료제를 마련하였다.
첫째,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시행이다. 97년 12월, 금융소득종합과세 유보조치 이후 일반서민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은 16.5%에서 24.2%로 약 8% 상승한 반면, 3만 명 남짓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한 세율은 최고 44%에서 24.2%로 약 20% 하락하였다. 그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의 세부담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실시할 때보다 약 4,000∼5,000억 원 정도 감소한 반면, 원천징수세율의 인상으로 전체 국민의 세부담은 1조 6,000∼7,000억 원이 증가하였다. 이는 부유층과 서민층간의 조세부담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대표적인 조치이다. 따라서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조기에 재시행돼야 한다.
둘째, 부가가치세의 과세특례제도 및 간이과세제도의 폐지이다. 현행 과세특례·간이과세제도는 영세자영업자의 납세협력의무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율을 낮춤으로써 탈세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조기에 폐지돼야 한다.
셋째, 신용카드영수증공제제도의 도입이다. 이 제도는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신용카드영수증을 제출할 경우 영수증 금액의 일정액을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최종소비자를 주고객으로 하는 사업자의 탈세가 가장 심한데, 이 제도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신용카드사용을 촉진시켜 과표를 양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최종소비자를 주고객으로 하는 사업자에 대한 과표가 양성화될 경우 이들 사업자와 거래하는 중간도매상 또는 영세제조업자에 대한 과표도 연쇄적으로 양성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므로 탈세의 방지와 세수확보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 도입이다. 현재 비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대주주의 경우 비상장주식보유자에 비해 상장주식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부유층임에 비추어 이는 조세의 형평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여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해야 한다. 또한,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자본이득세를 도입할 경우, 부유층의 주식이동을 통한 상속·증여세 등의 조세회피노력도 어느 정도 방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에 대한 피해와 주식시장의 경색을 우려하는 반론이 예상되나, 기본공제액과 이월결손금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장치로 심각한 문제점은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다섯째, 소득세법에 순자산증가에 의한 소득추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1년동안 증가한 납세자의 순자산증가액이 신고된 소득금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액을 소득으로 추정하여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부유층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탈세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탈세의 구멍을 메꾸는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한편, 이 천덕꾸러기는 속이 너무 시커멓기 때문에 도대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러한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세무관행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다음의 다섯 가지 치료제를 마련했다.
불공정 세무관행 척결 다섯 가지 대안
첫째, 공정한 예규 및 기본통칙의 확립이다. 예규 및 기본통칙은 과세관청의 업무처리지침으로서 일선 세무행정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해 국세심판소 또는 대법원의 판례와 어긋나거나 상호상충되는 예규나 기본통칙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모순된 예규나 기본통칙으로 인한 부당한 과세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경부산하에 예규와 기본통칙을 심사하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독립적인 기구로 설치하여야 한다. 심사위원회 구성원의 50% 이상은 민간인 전문가로 위촉해야 할 것이고 정기적인 모임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새로 산출된 예규나 기본통칙 등을 과세관청의 인터넷사이트에 즉시 공개하고, 이에 대해 조세전문가와 납세자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잘못된 부분을 신속히 수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자의적인 법 해석에 의한 부당과세의 방지이다. 실적위주의 세무관행으로 인해 세무공무원의 자의적인 법해석에 의한 부당한 과세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예규 및 기본통칙에 반하여 임의적으로 부당한 과세를 하였음이 불복절차 등을 통해 입증될 경우, 당해 세무공무원에 대해서는 인사고과상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엄격한 법해석의 관행을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세무공무원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도의 폐지이다. 세무공무원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부여제도로 인해 퇴직 및 개업을 앞둔 공무원에 대한 전관예우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유능한 공무원이 조기에 퇴직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세무자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있어 세무공무원에게 부여되는 일체의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
넷째, 조세정보공개의 활성화이다. 조세관련 정보의 공개는 조세행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어느 계층 어느 직업의 사람들이 세금을 얼마나 내는 지를 알게 함으로써 조세정책의 수립과정에 국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세청은 조세관련 정보 공개를 일관되게 거부해왔다. 우리는 국세청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시정하기 위해 올해 국세청을 상대로 집중적인 정보공개청구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섯째, 조세범에 대한 형사고발확대이다. 선진국에서는 조세범에 대해 매우 무거운 형사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탈세에도 불구하고 조세범으로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은 연간 탈세액이 2억 원 이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탈세범에 대해 국세청의 고발없이는 공소제기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세청의 고발없이도 공소제기가 가능한 조세범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국세청이 고의적인 탈세를 적발한 경우에는 반드시 적극적으로 고발하도록 행정을 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본 문제점은 워낙 고질적인데다 저항세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치료제가 쉽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끈기와 사랑을 갖고 이 천덕꾸러기를 돌본다면, 언젠가는 천덕꾸러기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때가 올 것으로 믿는다. 그때가 되면 부가가치세가 뭔지도 모르는 국회의원이 재경위에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코미디가 사라지고,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선거때 조세정책이 가장 중요한 공약사항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날을 꿈꾸면서 10대 세제세정개혁안을 다시 한번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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