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1999년 08월 1999-08-01   843

전남지역 네트워크로 시민운동 경쟁력 강화할 터

광주 참여자치21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광주는 여전히 5.18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민군의 최후 저항지였던 도청, 피의 학살이 자행된 금남로, 당시 서로에게 작은 손길을 건네던 푸근한 인정마저도. 변한 것은 이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둔 김대중정권이 집권했다는 것 뿐.

그러나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였던 이 지역민들에게 김대중정부의 집권은 오히려 부담일 뿐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또 다른 지역주의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광주를 비롯한 호남지역에서는 김대중정부의 실체가 사라져야 실질적 민주화가 가능합니다.” 광주 ‘참여자치21’ 김영집 운영위원장(37세)은 많은 국민들이 김대중정부의 개혁에 실망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요즈음, 김대중정부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호남민심은 현정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서 던진 질문에 이렇게 답변한다. “걱정스럽고 답답합니다. 잘 했으면 하는 공통된 희망과 일말의 아쉬움이 동시에 공존합니다.”

지역운동은 지역주민들의 정서나 의식과 무관할 수 없다. 특히 우리와 같은 정치현실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개혁추진에 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김대중정부는 과거의 정권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그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고 생각해요. 자체개혁, 즉 지역 내에서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한 내부의 변화가 내용있는 개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꾸고 올바른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과제라면 여기에 대처하는 지역운동가의 현실적 대안은 무엇일까? 이런 필자의 고민이 부담스러운 정치적 질문을 먼저 꺼내게 했던 것이다.

광주다운 광주를 위해

‘참여자치21’은 설립된 지 1년 남짓 지나고 있다. 지난 98년 4월, 광주지역의 5·18세대인 4, 50대가 현실에 안주하며 지역현안에 보다 진취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하자,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광주지역의 새로운 운동세력과 전문가그룹이 참여해 21세기를 대비한 지역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참여자치21’을 태동시켰다.

‘선거참여를 통한 지역주민과의 결합’을 모토로 시작한 ‘참여자치21’은 6·4지방선거에 시민후보를 출마시켰다. 기초의회선거에 15명이 출마하여 12명이 당선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집권여당의 정치적 입김이 막강한 호남지역에서 시민후보들이 입후보해 12명이나 당선됐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로 기록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역주민들과 지역언론의 반응 또한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지난 12월엔 기초의회에 진출한 회원들을 중심으로 광주시와 5개 구청에 대한 예산분석평가를 실시했고, 180억 원의 낭비성 예산의 문제점을 지적해냈다. 그 당시 이들은 광주시와 5개 구청으로부터 드러난 낭비성 예산에 대한 시정책임을 약속받았으나 광주시는 약속을 어기고 낭비성 예산이 아닌 일반사업예산을 삭감하는 기만적 조치를 취했다. 이런 실패를 교훈삼아 ‘참여자치21’은 상설적 지방재정감시단을 조직하게 됐다.

또한 ‘참여자치21’은 정보교류의 필요성 때문에 지방자치와 관련한 국내외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연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방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지부형식은 상하관계가 되기 쉽고 관료화의 위험, 지역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지역은 없게 되는 거죠.” 동병상련의 고언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광주지역에는 35개 정도의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민운동의 역사로 인해 지속적인 연대기구보다는 일종의 정보교류 연합이랄 수 있는 사안별 연대사업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조차도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 시민사회단체간의 정보공유에 대한 요구는 정보센터의 필요성을 현실화시켰다. ‘참여자치21’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투여되는 참여자치정보센터는 행정과 의정 데이터베이스를 가공, 인터넷 공간에서 활용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정보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사이버 주민참여 공간이다. 이를 토대로 올 하반기에는 ‘네티즌 페스티벌(netizen festival)’을 기획하고 있다. ‘참여자치21’이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사업은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주민자치센터’ 설립운동이다. 각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동사무소에 주민복지 및 문화시설 건립을 제안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지역특성에 뿌리두고 연대모색

지역현안문제에 개입, 주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은 시민운동에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1년 4개월이라는 짧은 활동기간이지만 ‘참여자치21’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도 생활실천형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무신도시의 소각로 건설, 무등산 온천개발, 두암 빌리지 건설 등 그동안 정체돼 있던 지역개발에 대한 각종 목소리를 등에 업고 개발 우선 논리를 펼치는 지역 기업과 관료들에 맞서 환경보존과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는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 참여시키고 있다. 특히 도청이전과 관련한 결정은 지역주민들의 이해와 갈등이 첨예한 사안으로 주민여론 수렴과 민주적 절차에 따른 주민투표 등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도지사와 국민회의의 정치적 책략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되고만 아쉬움이 남아 있다.

그리고 ‘예향’ 광주를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비엔날레도 민간화를 지향하겠다는 비엔날레 조직위의 주장과는 달리 관료측에서 여전히 중요직책과 업무는 관장하고 있어 분쟁의 소지를 간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많은 지역 현안을 ‘참여자치21’은 3명의 상근인력과 빈약한 재정으로 감당하고 있다. 본부회원 120여 명이 납부하는 100만 원 정도의 회비는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담양, 화순, 곡성, 순천 등 전남지역에 6개 네트워크 단체가 있으며 순천에서만 약 300명의 자체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지역내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지역 민주화의 선두주자가 되어야할 5·18세대가 기득권(?)에 안주하며 운동을 정치진출의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등 지역사회의 일부 부정적인 분위기를 쇄신하고 “80년대의 에너지를 모아 그 열정과 헌신으로 역동적인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참여자치21’은 노력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젊은 세대, 새로운 것을 보는 눈과 순발력을 지닌 여러층을 포괄해서 조직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정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정서뿐 아니라 지역토호들에 의한 매수, 협박이 가해지는 상황, 누가 시장이 되든지 지역 기업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는 현실에서 유일한 저항은 시민단체에서 가능합니다.” 단호하고 결의에 찬 김영집 운영위원장의 한마디가 ‘참여자치21’의 미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재야, 노동운동, 시민운동 진영뿐만 아니라 세대간의 분열 역시 심각한 지역현실에서 시민운동 본연의 위치를 확립하기 위한 ‘참여자치21’의 헌신을 기대해본다.

인터뷰│김영집 운영위원장

김영집 운영위원장님이 제2건국위 상임위원직을 갖고 계시는데 시민단체 활동가가 관주도의 운동단체직을 겸임하는데 대해 오해가 있을 법도 합니다.

“제2건국위가 사회개혁이나 국민의식 개혁의 추진체가 될 수 있습니다. 두 차례 회의 후 많은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단체장들이 주도하는 제2건국위를 그냥 방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시민운동관련자들로 구성된 제2건추 시민기획단을 통해 이런 문제를 시정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광주라는 도시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광주는 5·18로 기억됩니다. 즉, 민주주의 정신, 인권이 광주의 정체성입니다. 그럼에도 내면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민주주의가 체화 됐는가? 라고 반문한다면 그렇지 못하다는 게 대답입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정신과 내면에서 생활화될 수 있을 때 5·18로 상징되는 광주의 정체성은 확립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참여연대 연대사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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