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제일은행을 필두로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4년 째다. 지난 98년 SK텔레콤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연대는 소액주주운동의 쾌거를 올렸다. 새로 소액주주운동의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데이콤이 참여연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위한 제안을 대폭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3월 7일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데이콤의 정규석 사장과 남영우 부사장, 그리고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의 장하성 위원장과 김상조 부위원장이 나란히 참석,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의 주된 내용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과 사외이사 선임시 우리사주조합과 소액주주의 의견을 수렴하여 후보 추천할 것,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부거래 승인권 등의 권한을 강화할 것 등 일반적인 기업관행에 비춰 비교적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데이콤측은 이렇다할 반감없이 시민단체측의 내용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다음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자못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참여연대가 이날 삼성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97년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에 대한 변칙 세습문제로 시작된 삼성전자와의 싸움은 이건희 회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고, 98년 주주총회 13시간 30분, 99년 8시간 30분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삼성전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참여연대의 방책은 삼성의 기업지배구조개선. 그래서 예년처럼 2000년 주주총회에 참가하여 경영 개선 노력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장부열람권 등 강력한 법적 수단을 행사하고, 이재용 씨에 대한 삼성의 3세 변칙 경영·재산세습을 저지하는 전담팀을 구성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삼성전자가 경영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에 눈감고 있으며 총수의 영향력으로부터도 독립적이지도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사외이사 ‘로비용 인사’ 추천
참여연대는 그 동안 삼성전자에 경영투명성과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꾸준히 제안해왔기 때문에 사실상 올해는 삼성전자가 자발적으로 경영개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삼성측도 참여연대에 사외이사들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최근 증권거래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의무화된 내용 외에는 어떠한 개선조치도 포함하지 않은 정관개정안을 제시했고, 사외이사도 황재성 전 서울지방 국세청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후보 선출 과정도 의혹투성이다. 삼성전자는 처음에 대한투자신탁이 황재성 씨를 후보로 추천하였다고 했다가 사실은 대한투자신탁이 추천한 인사에 문제가 있어서 삼성전자측에서 추천한 것이라고 번복하는 등 추천경위가 불분명하다. 더구나 같은 계열사인 삼성SDI에서도 국세청 임원 출신 인사를 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볼 때, 삼성이 오랜 국세청 고위 공직자로서의 경력과 직책을 이용하기 위해 ‘로비용’으로 황재성 씨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의 변칙증여문제로 인하여 국세청이 수 차례 조사할 것을 발표하고도 아무런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국세청 고위관료 출신을 로비스트로 삼기 위해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이에 덧붙여, 황재성 씨는 현재 삼성전자의 법률자문회사인 김&장의 고문으로도 재직 중이다. 주주총회장에 어김없이 나타나 법률 자문을 해주고, 주주대표소송의 상대측 변호사로 나오는 ‘김&장’의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다니, 이야말로 생선가게에 고양이를 맡기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는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음에 대한 또다른 표현이다.
또한, 이번에 삼성전자는 총 76명에게 150만 주를 스톡옵션하기로 했다. 참여연대는 이름만 나와 있는 그 76명이 과연 누구인지 한명 한명 조회하였으며, 그 결과 12명이 삼성전자 이사로서의 실질적인 역할은 수행하고 있지 않은 삼성구조조정본부 임원들과 이건희 회장 비서들이며, 4명의 삼성전자 이사들은 정작 삼성전자 이사회에 거의 참석하지 않은 이사들임을 밝혀냈다.
스톡옵션이란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으로 생산성과 기업가치를 높인 임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로 부여되는 것임을 볼 때, 이렇게 이사로서 책임을 방기한 임원들에게 막대한 재산상 이익을 넘겨주는 것은 스톡옵션의 근본 취지를 크게 왜곡하는 것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무려 25%에 해당하는 직원을 해고하는 등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인해 얻은 구조조정의 성과를 이사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총수의 전횡 경영의 전위대인 비서실 이사들에게 돌려주는 몰염치하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
삼성, 총수 중심체제 굳히기 안간힘
참여연대는 앞으로 총수 중심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후진적인 삼성전자에 대해 삼성자동차 등 부실계열사에 대한 출자 및 지급보증한 내역과 경위, 편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우회적으로 지원한 사실이 없는지, 특히 Pan-Pacific과 같은 해외법인을 통해 불법적으로 자금을 운용한 사실이 없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적발한 부당내부거래가 없는지 회계장부 뿐만 아니라 전표, 영수증, 계약서까지 다 확인해서 경영실태를 낱낱이 밝힐 것이다. 그리고 장부열람을 통해 부실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부당내부거래를 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질 경우 해당 책임 임원을 상대로 2차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또한, 지난 해 8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들이 한빛은행 등 삼성자동차 채권은행단과 합의서를 체결하여, 이건희 회장이 출연하는 삼성생명 주식의 처분금액이 2조 4,500억 원에 모자랄 경우 그 부족액만큼 채권금융기관들에 대한 자본출자 또는 후순위채권 매입 등의 방법으로 보전해주기로 한 것과 관련 삼성전자 이사들을 상대로 ‘위법행위유지청구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재용 씨가 삼성 계열사와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방식으로 경영권과 재산을 물려받은 사례 및 수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전혀 내지 않은 것에 대하여 법적·사회적 책임을 추궁하는 시민행동을 전개할 것이다.
애초 소액주주운동은 재벌을 개혁하기 위해 시작하였지만, 참여연대가 제기하는 모든 소송에 법원과 검찰이 재벌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재벌개혁은 사법개혁과도 깊은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어,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는 내부의 사법감시센터 또는 납세자운동본부와 함께 ‘이재용 변칙 세습 저지 전담팀’을 구성해 주요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재용 씨의 변칙 세습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16일 삼성SDS 주주총회에 참여연대가 기습적으로 참가한 것과도 연관되며,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은 현시세로 1조 7,000억 원이라는 부당이득을 얻게 됐음이 참여연대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에 대한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의 목소리도 높기 때문에 참여연대는 이들과의 연대활동도 검토중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