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0년 07월 2000-07-01   740

세상흐름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뛴다

환경운동가 최열의 24시


절대로 안 쓰는 단어 : “힘들어” “바쁘다”

별명 : 돌쇠, 고장난 시계, 플라스틱인간

여가생활 : 요리, 여행, 목욕

자주 쓰는 말 : “머리가 왜 그렇게 안도냐?” “동작이 왜 그렇게 느리냐?”

만일 환경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맥주회사에 근무했을 것.

환경운동연합 최열(49세) 사무총장. 그는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를 만들어 지난 18년간 환경운동에 매진해왔다. 1975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4년, 그해 YWCA 위장결혼사건 포고령 위반으로 2년, 총 6년간 감옥살이를 하고나서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일은 환경운동. 생각해보면 꿈만 같은 세월이지만, 그는 18년간 환경운동의 파수꾼으로 살아왔다.

4000번의 강연, 해마다 전국순회, 외국 생태환경조사, 하루에 적어도 네다섯 건 이상의 약속, 28개나 되는 직함에 따른 일 챙기기…. 늘 바쁘게 사는 그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시작될까?

정치? 황소를 닭장에 집어넣는 격

그의 생활철칙은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 따라서 새벽 5시에 일어나 그날치 신문을 모두 챙겨 읽는다. 하루의 시작을 조간신문과 함께 여는 그는 7시 30분께 잡히는 조찬모임을 마치고, 10시쯤 사무실로 들러 각종 결제를 치른다. 점심식사 전까지는 사무실을 돌며 활동가들과 만나 별일 없는지를 챙기고, 집회 및 각종 회의, 기자회견 등에 참석하고 나면 석양에 비친 노을이 그의 어깨를 토닥인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면 영락없는 밤 12시 혹은 새벽 1∼2시. 가정에는 새벽 2시전에 반드시 귀가한다는 원칙을 만들어 두었지만 그 약속은 자주 깨지고 만다. 그가 집에서 식사하는 건수는 월 2회. 그것마저 잘 안 지켜 하나뿐인 딸과 부인은 그의 생활에 그리 만족하지 않는 편이라고.

기자가 찾은 지난 6월 13일도 그는 여전히 바쁜 나날 중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침 8시 ASEM 민간모임 대표자회의 조찬회동, 10시 ASEM 민간모임 실무자회의, 12시 환경연합 회원팀과 점심식사, 사무실에서 각종 결제, 3시 개인약속, 4시 30분 월간 참여사회 인터뷰, 7시 동강댐 백지화를 자축하는 모임…. 이렇게 많은 일정들을 어떻게 다 챙기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가능하면 일을 안 맡으려 하고, 일을 줄이려고 하는데, 그러면 또 사람들이 가만두질 않아요. 직접 주재하는 회의도 많아서 불참하기도 힘들고요. 그런데 앞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아서 내년 2월 총회때 사무총장 직을 후배활동가에게 물려주려 합니다. 1년 정도는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조직 내에서 제가 지원할 부분만 빼고, 나머지 현업에서는 물러나려구요.”

많은 일을 소화하는 법을 물었던 기자에게 그는 대뜸 “이제 그만” 둔다는 말부터 서둘러 했다. 18년간 보병 식으로 월차 한번 제대로 쓰지 않고 오로지 환경운동에만 매달려 온 그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정치요? 82년부터 여섯번 정도 정치권으로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한번도 응수한 적이 없어요. 정치도 중요하지만, 환경운동이 더 중요하다는 게 제 입장이었죠. 저 같은 사람이 정치하는 건 황소를 닭장에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환경운동은 지구의 문명을 바꾸는 운동이잖아요? 쓰레기 분리수거, 일회용품 안쓰기 이런 수준이 아니라구요. 하지만 지자체에는 환경운동가 혹은 친환경후보 특히 여성의 진출이 필요해요. 함량미달의 지자체 의원들이 정치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죠. 왜냐하면 물, 쓰레기, 교통 다 지자체 관련 생활이슈들인데, 그걸 엉터리들에게 맡겨 환경을 망치는 것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그는 환경연합 실무에서 떠나게 되면 활동가들의 재충전을 위한 장학위원회 활동, 시민사회단체 연수원 건설, 시민기금 활성화 등에 힘을 쏟고 싶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주 밥이 맛있는 식당 하나를 운영하고 싶다”고도 귀띔했다. 이유는 그의 취미가 요리라는 것. 그러나 실제 그의 부인 허훈순(47세) 씨는 “요리가 취미인 사람이 집에서 밥 한끼 제대로 먹지 않냐”며 자주 통박한다고.

최열 총장에 대한 환경연합 활동가들의 평가는 “일 열심히 하는 것은 못 따라 간다”로 압축된다. 그러나 운동가의 모범으로 최열 총장처럼 살고 싶냐는 물음에는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김중렬 회원팀장의 말이다.

“사업에 대한 추진력, 주도면밀한 사업 점검은 못 따라가요. 총장님은 여유가 남아도 절대 딴 생각을 하는 법이 없어요. 지금껏 환경연합을 끌어올 수 있었던 힘이 그 속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총장님처럼 살겠냐구요? 글쎄, 그건 다른 문제죠. 하하하!”

친환경적 삶을 실천해야

최열 총장은 18년 운동의 선배로서 활동가들에게 권고하고픈 게 참 많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행동반경을 최대한 넓혀 동년배에서 제일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라는 것. 둘째, 시간이 나면 무조건 여행하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가 환경연합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준비중인 프로젝트 하나.

“4인 1조로 해서 아시아권이든 어디든 장소를 정해 무조건 떠나게 할 거예요. 가서 그곳의 환경, 환경운동, 환경운동가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조사활동을 펼쳐 돌아와 단행본을 한권씩 내는 거죠. 열심히 일하고, 일한 것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하고, 견문도 넓히고…. 최소한 일거 3득 이상은 될 거예요.”

현장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어 문명을 바꾸는 환경운동은 컴퓨터 앞만 보는 경실련, 참여연대같은 시민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친환경적 삶을 실천하며 언제나 지구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는 30년만 있으면 탈퇴 의사 있는 사람 빼고는 모든 국민이 환경연합 회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

“45억년 지구역사 속에서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100만년간 환경변화가 가장 많이 됐다고들 하잖아요. 그중 20세기 100년이 가장 환경피해를 많이 만든 기간이에요. 그럼 앞으로 특별한 대책을 갖고 환경을 보호하지 않는 한 더 나빠지지 좋아질 수 있겠습니까?”

중국 황사기행에 갔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을 걸으면서 그는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환경문제가 무엇인지, 또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지만 어느새 우리에겐 환경호르몬 문제, 유전자조작식품의 문제, 복제인간문제가 닥쳐 있어요. 생각도 못하고 있지만 지구환경은 점점 벼랑으로 기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죠. 우리보다 1세대 후손이 더 큰 난관에 처할지도 몰라요.”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심각하게 말하는 그는 일회용품 안쓰기부터 작은 환경실천을 하고 있다. 그가 몸에 지닌 몽블랑 만년필과 책상 위에 놓인 유리컵, 그가 직접 만들어 200kg의 체중까지 견딘다는 종이의자가 반증해준다.

내년에 환경연합 뉴욕연락사무소를 만들어 미국의 그린피스, 독일의 ‘지구의 벗’ 등과 같은 단체들과 끊임없이 경쟁하며, 한국에 친환경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직접 초청, 국민들에게 환경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절감케 하는 대중적 운동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가진 그는 평생 한길을 간다는 신조를 세우고 있다. 어느 곳 어느 자리에서든 지구 환경문제를 가슴에 안고, 좀더 철학적으로 이 땅, 이 사회의 문명을 바꾸는 일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그것이 지천명의 나이에 그가 밝힌 결의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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