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새 교황 레오 14세 알현

현지시간 2025년 5월 21일(수) 오전 9시,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새 교황 레오14세의 첫 일반 알현(General Audience)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이상은 님의 유가족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새 교황을 알현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당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만난지 11년 만입니다.
이날 교황은 전 세계에서 모인 신자들과 교류했으며, 직접 알현 대상자 중 13번째로 이상은 님의 아버지 이성환(세례명 요한마르코) 님, 어머니 강선이(세례명 로즈마리) 님을 만났습니다. 이번 알현은 희생자 이상은 님이 가톨릭 교리 수업 중 이태원 참사를 겪게 된 인연에서 비롯되었고, 가족의 신청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일반 알현은 교황이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주 수요일 오전 신자들과 만나 교류하는 공식 행사입니다.
교황청은 지난 2월, 5월 21일 일반 알현을 통해 유가족들과의 만남이 가능하다고 회신했으나, 4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최근까지 일정이 불투명했습니다. 다행히 5월 18일 레오 14세가 새 교황으로 즉위함에 따라 알현은 예정대로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교황, 진실을 바라는 희생자 어머니 손잡고 이야기 경청
교황님은 유가족들을 향해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셨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경청한 뒤 유가족이 가져온 희생자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에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어머니 강선이 님은 교황님에게 “10.29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상은이를 포함한 159명의 영혼을 돌봐주시고, 저희 부모들이 그 날의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들은 교황님께 보라리본과 별 뱃지를 전달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해줄 것을 당부드렸습니다. 아버지 이성환 님 역시 “교황님의 축복 속에 159명의 아이들이 영원한 안식 속에 평화를 누리기를 소망한 감격스러운 자리였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유가족 위로 후 희생자 사진 담긴 보라빛 현수막에 축복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도 이상은님 부모님의 바티칸 방문과 교황 알현 소식을 듣고 축복의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이날 교황은 일반 알현을 통해 “하느님의 씨앗은 어떻게든 열매 맺는다”는 메시지를 각국에서 온 신자들에게 전하며 첫 공식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 어머니 강선이 님 발언 (국영문)
Holy Father,
I’m Rosemary from Korea. My heart is broken because I lost my only daughter, Sang Eun Silvia, in the Itaewon tragedy three years ago. Please take care of her and the other 158 people who died that terrible night. Keep them safe in heaven.
We parents are still searching for answers. Please help us find the truth about what happened that day. We need your blessing to give us strength.
교황님,
저는 한국의 로즈마리입니다. 3년 전 이태원 참사로 저의 외동딸인 상은 실비아를 잃어 저의 마음은 산산조각났습니다. 그 끔찍한 밤에 세상을 떠난 상은이와 다른 158명의 영혼을 보살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들을 하늘에서 안전하게 지켜 주십시오.
유가족들은 여전히 답을 찾고 있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저희에게 힘을 주시는 축복이 필요합니다.
▣ 레오14세 교황 첫 공식 메시지 (비공식 번역)
좀 특이한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가지만, 씨앗이 어디에 떨어지는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는 열매를 맺을 가능성이 없는 곳, 곧 길가, 돌밭, 가시덤불 속에도 씨앗을 뿌립니다. 이러한 태도는 듣는 사람을 놀라게 하고 “어째서?”라고 묻게 합니다.
우리는 계산하는 데 익숙하고, 때로는 그럴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낭비하는”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는 방식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사실, 씨앗의 운명은 땅이 씨앗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비유에서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의 씨앗을 온갖 종류의 땅에, 다시 말해 우리가 처한 어떤 상황에도 뿌리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때로는 우리가 피상적이고 정신이 없을 때도 있고, 때로는 열정에 휩쓸릴 때도 있으며, 때로는 삶의 걱정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기꺼이 기꺼이 환영할 때도 있습니다. 하느님은 씨앗이 언젠가 꽃을 피울 것을 확신하시고 바라십니다. 이것이 바로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입니다. 그분은 우리가 가장 좋은 땅이 되기를 기다리지 않으시고, 언제나 우리에게 아낌없이 말씀을 주십니다. 어쩌면 그분이 우리를 신뢰하시는 것을 보고, 더 좋은 땅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우리 안에 불타오를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관대함과 자비라는 반석 위에 세워진 소망입니다.
씨가 열매를 맺는 방식을 말씀하시면서 예수님은 당신의 삶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말씀이시며, 씨앗이십니다. 씨앗은 열매를 맺으려면 죽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비유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시들어 버리실” 준비가 되어 계시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기꺼이 죽으실 준비가 되어 계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반 고흐의 아름다운 그림, ‘해 질 무렵의 씨 뿌리는 사람’이 떠오릅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씨 뿌리는 사람의 모습은 농부의 고된 노동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씨 뿌리는 사람 뒤편에 이미 익은 곡식을 묘사한 반 고흐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는 희망의 이미지처럼 보입니다. 씨앗은 어떤 식으로든 열매를 맺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매를 맺습니다. 그러나 그림의 중심에는 옆에 서 있는 씨 뿌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림 전체는 태양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마도 때로는 부재하거나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역사를 움직이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심을 상기시켜 주기 위한 것일 것입니다. 땅덩어리를 데우고 씨앗을 익게 하는 것은 바로 태양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날 하느님의 말씀은 어떤 삶의 상황에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까? 주님께 그분의 말씀이라는 이 씨앗을 언제나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은총을 간구합시다. 우리가 비옥한 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더 나은 토양이 되도록 주님께 더욱 힘써 일해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