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1999-03-30   1316

소액비리 공직자 관용 앞서 부패방지법 제정·특별검사제 도입해야

1. 지난 3월 25일 김대중대통령은 행정자치부로부터 국정개혁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무원의 과거 소액비리에 대한 관용조치를 지시하였다. 과거의 사소한 비리 때문에 소신있는 업무처리를 못하고 불안해 하는 공무원을 구제해 개혁에 적극 동참토록 한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또한 김정길 정무수석은 26일 국민화합에 도움이 된다면 정치권의 과거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용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 그러나 소액비리에 대한 관용조치는 법치주의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될뿐만 아니라 부패의 온상지로 인식되어온 공직사회의 비리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 것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부정부패 척결은 경제회생과 국가위기 극복의 가장 큰 과제로 대두되어왔으며 이에 대해 현 정부는 누차 부패를 근절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부패공직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부패방지대책 수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그동안 공직자 비리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줄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부패를 뿌리뽑아도 모자랄판에 오히려 아직 드러나지도 않은 부패에 대한 관용을 배풀겠다면 어느 누가 현 정부의 부패척결의 의지를 믿겠는가? 또한 이번 조치는 기준과 범위의 모호성이나 일반인과의 형평성, 공직사회의 부패 불감증 야기 등의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이 부패문제에 있어서 추상과 같은 법집행을 통해 깨끗한 공직사회를 이루어왔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3. 더욱 큰 문제점은 향후 부정부패 근절에 대한 대책이 전혀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대선공약이었던 부패방지법은 지난 해 6월 25일 김대중대통령이 신속한 법 제정을 지시했지만 오히려 핵심조항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은 제외되었고 해가 바뀌도록 국회에서 전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야당시절 법안까지 제출했고 마찬가지로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특별검사제는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의 계속적인 도입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로 인해 중수부에서 공직비리수사처로 포장만 바꾼 검찰총장 산하 기구로 신설될 예정이다.

그러나 명칭만 바꾼다고 해서 똑같은 검찰내 기구가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를 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로 탈바꿈될 수 있겠는가? 정치적 사건에 대한 엄정하고 중립적인 수사와 편파사정의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청장 산하의 기구가 아니라 검찰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수사기구를 설치해야만 한다. 껍데기만 바꿔서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4. 우리는 김대중대통령의 소액비리 관용 지시가 내년 총선에서 공무원들의 표를 의식한 조치이며, 내각제 개헌을 위해 정치권까지 대상을 확대시킬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가 부정부패 척결을 비롯한 개혁작업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먼저 고려하여 각종 정책을 추진하다면 머지 않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대중대통령과 현 정부가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공직자비리에 대한 관용에 앞서 부패방지법 제정과 특별검사제 도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국민의 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정부패 척결의 한 획을 그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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