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찰을 수사하는 것은 어불성설
1999년 7월 21일 (수)
1. 7월 20일, 검찰은 전국고검장회의를 통해 진형구 前대검공안부장의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의혹사건에 대해 특별수사본부를 구성,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2. 그러나 검찰이 조페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록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하는 수사팀이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과 학연.지연 및 과거 근무경력상 직접 얽힌 게 없고 상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수사 종결후 검찰에 복귀해 검찰총장의 인사지휘체계 아래 있을 수 밖에 없는 검찰내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전현직 상관과 동료들이 직접 개입된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특별검사제라는 제도가 고안되게 된 근본취지는 “검찰이 임명권자나 검찰자신의 문제를 다룰 때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상충(conflict of interest)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해법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도 법무부장관의 부인이 관련된 고급옷로비사건에서 검찰은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수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이미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의 진형구 사건 수사는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불가능한 것이며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이다.
3. 이러한 저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검찰이 다시금 ‘진형구 사건에 대한 독자수사’를 새삼스레 거론하고 나선 것은 진상규명의 의지보다는 모종의 정치적 계산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검찰의 이런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 여야 모두를 겨냥한 제2사정설이 나돌고 있는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그 동안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력히 반대해 온 검찰이 사정을 무기로 정치권과의 모종의 거래를 통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무산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4. 사실 검찰은 지금 진형구 사건 수사를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이 사건의 처리는 특별검사에게 맡기고, 당장 현안이 되고 있는 경기은행 외압사건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함으로써 이 사건의 처리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의혹에 답하고 실추된 위상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경기은행 사건마저 용두사미로 마무리되어 정치적 거래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마당에 본분에도 벗어나는 사건에 대해 의욕을 보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5. 아울러 우리는 특검제 논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검제 도입은 이미 확인된 국민의 요구다. 여야 정치권은 고급옷로비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으로 인해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자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하는 듯 하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구속과 세풍사건 수사, 임창렬지사 구속 등으로 인해 제2사정설이 나돌고, 정계개편 등으로 인해 여야가 정쟁을 거듭하면서 특별검사제 도입에 대해서는 진지한 대화나 협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지금 지켜야 할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들의 신뢰이다. 여야 정치권은 정쟁을 당장 중단하고, 임시국회를 소집하여 특별검사제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6. 특검제 도입은 정치적 술수나 거래로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검찰개혁과 부패추방을 위한 시대적 요구이다. 특별검사제는 검찰개혁의 시금석이며 현 정권의 사법개혁의지의 리트머스 시험지다. 검찰의 물타기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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