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8월에 발표된 부패방지종합대책에 따라 12월 1일 집권여당인 국민회의가 내부고발자보호제도, 시민감사청구제도, 반부패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반부패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이번 법안에는 내부고발자보호제도와 시민감사청구제도 등 중요한 제도의 도입이 포함되어 있지만, 참여연대 법안이나 96년과 98년에 제출된 국민회의 법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 96년이래 4년동안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로서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2. 반부패기본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패방지 관련제도의 통합법 형식인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이나 국민회의의 96년과 98년 부패방지법과는 달리 아주 기본적인 조항만을 나열한 기본법이라는 것이다. 즉 공직자윤리규정 강화나 돈세탁방지, 부패행위의 처벌 등의 내용들은 기본법규에 위임하거나 별도입법으로 제정하도록 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어느 한 두 개의 제도를 도입해서는 사회전반에 구조적으로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부정부패를 뿌리뽑을 수 없으며, 부패근절을 위한 제도들을 총체화시킨 종합입법이 필요함을 누누히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은 기본법의 형식을 띠고 있어 얼마나 부패근절과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부패를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확실하다면 당연히 반부패법안은 통합법으로서 제정되어야 한다. 만약 돈세탁금지 등 각각의 제도들을 개별법으로 입법화한다면 최소한 패키지 입법으로 동시에 입법화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부패통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3. 이번 법안에 내부고발자보호제도 도입을 명문화한 것은 부패방지에 있어 획기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와 처리방식에 문제가 있다. 법안에 따르면 반부패특별위원회에 신고된 부패사안에 대해서 조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이를 감사원이나 유관기관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으며, 감사원도 자신의 권한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다른 기관에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를 접수하는 반부패특별위원회나 감사원이 끝까지 책임지고 조사하여 처리하지 못한다면 신고를 받을 이유가 없다. 지금도 관련기관들이 온갖 민원과 부패관련 고발을 서로 떠넘기기에 급급하지 않는가? 또한 반부패특별위원회나 감사원이 신고사항에 대해 조사를 해 주지 않는 경우에 대한 대안이 전혀 마련되어 있으며, 신고자에 대한 보상금도 임의규정으로 되어 있다. 반부패특별위원회나 감사원이 조사하지 않는 경우 시민이 직접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보상금도 의무지급으로 바뀌어야 한다.
4. 이번 법안에는 대통령직속의 반부패특별위원회 신설이 포함되어 있다. 원래 96년의 참여연대와 국민회의 법안에는 고위공직자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가 있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후 법무부와 검찰의 반발로 인해 98년에 제출된 법안에서 빠지더니 결국 반부패특별위원회로 축소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고위공직자가 연관된 부패사건을 볼 때 독립적인 부패특별수사기구의 필요성은 여전히 절실하다. 특별검사제가 도입되었지만 이는 옷로비사건과 파업유도사건에만 한정된 특별검사제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부패법안에 포함되지는 않더라도 지금의 한시적 특별검사제는 상설적 특별검사제로 바뀌어야 하며, 향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5. 무엇이든지 첫단추를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부패공화국이란 불명예를 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반부패법안의 제정은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이 펼쳐나갈 부패방지정책의 첫단추이다. 그러나 반부패기본법의 내용을 살펴볼 때 첫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있다. 이왕 부패근절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여 반부패법안을 제정하려고 한다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법안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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