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1-06-29   1684

재부는 돈세탁을 근절해야 할 무 부서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인가?

1. 재정경제부가 외환거래 등 대외거래에 한해 금융정보분석원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돈세탁방지법대안을 여야에게 제안했음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 재경부 대안은 불법정치자금을 돈세탁방지법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되 외화도피, 해외은닉 등 대외거래에 한정해 FIU가 계좌추적을 할 수 있고 불법정치자금, 마약, 탈세 등 어떤 범죄혐의든 국내거래 부분에 대해선 상당한 의혹이 가더라도 검찰이나 국세청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할 수만 있을 뿐 계좌추적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2. 이러한 재경부의 주장은 과연 재경부가 돈세탁을 적발하고 근절할 것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로서의 책무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정치자금과 금융정보분석원의 계좌추적권을 둘러싼 여야간의 협상이 지난 4월과 마찬가지로 당리당략 수준에 맴돌면서 6월 임시국회를 넘어 9월로 미루어질 것으로 예견되는 지금, 정치권의 구미에 맞는 함량미달의 법안일지라도 이를 회기내에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재경부의 노력은 일면 이해 가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경부는 스스로가 법안의 지체를 제공한 당사자 중의 하나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97년 법안에 규제대상으로 포함되어 있던 정치자금을 슬그머니 배제한 채 이를 국회에 제출한 주무부서가 바로 재경부 아닌가. 이러한 함량미달의 법안이 결국 국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직면하게 되고 이러한 요구에 맞부닥친 정치권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정치자금을 전제범죄로 포함한 것이 지난 3월의 일이다. 만약 재경부가 처음부터 정치권의 눈치를 살필 것이 아니라 부패추방과 투명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개혁 입법을 힘있게 추진하였더라면 지금처럼 스스로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쩔쩔매며 빈껍데기 법안이라도 통과시키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3. 사실 돈세탁방지법의 효력을 반감시키고 금융정보분석원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재경부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 4월 돈세탁방지법은 ‘마약이나 조직범죄의 검은 돈을 규율하는 것이지 정치자금법 위반의 절차규정위반죄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하여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은 전례가 있다. 이번 재경부 주장은 정치자금뿐 아니라 국내에서 발생하는 탈세나 마약자금 자금세탁의 적발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지난번 주장과 비교하여 일보 더 후퇴한 것이며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마약 등의 조직범죄나 탈세와 같이 경제구조를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자금의 세탁행위의 적발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은 돈은 그 존재 자체로 경제구조를 왜곡시키고 시장의 효율적 자원분배를 저해하는 것이지 그 출처원이 탈세이든, 마약이든 불법 정치자금 이든가에 좌우되지 않으며 자금세탁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국내이든 국외이든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과 달리 정치권과 결탁된 검은 돈처럼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돈세탁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은 불문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거래에만 금융정보분석원이 계좌추적권을 갖겠다는 것은 돈세탁방지법 제정목적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선언인 것이다.

4. 재경부는 정치권의 구미에 맞는 법안을 제출하여 생색내기 돈세탁방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할 것이다. 돈세탁근절을 비롯한 부패추방을 위한 일련의 움직임은 단지 국제적인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눈가리고 아웅식의 일회성 행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이는 부패추방이라는 시대적 과제로부터 도출되었던 우리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였음을 재경부는 염두해 두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의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원칙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돈세탁방지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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