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상 자리 비운 채 맥빠진 질문 던지는 의원들과
뻔한 답변 반복하는 국방장관의 묘한 조화
지난 2일 국방위원회가 의결정족수 미달로 어이없게 끝난 후 다시 개회된 오늘(23일) 국방위원회에서는 국방부의 F-15K기종선정 결과보고와 국방위원들의 국방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이날 역시 시민단체 모니터단의 대표로 참여연대 이태호 정책실장이 방청을 했다.
국방부의 기종선정 발표이후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국방위원회는 자리를 제대로 지킨 의원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여야간의 공방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저 형식적인 질의응답만 오간 채 별다른 성과없이 또다시 어이없게 산회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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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회의실
국방위원회에 소속 국회의원들은 반도 채 참가하지 않아 회의실은 내내 텅텅 비어있었다. |
출석의원 및 질의 의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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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는 국민이 얘기하면 안돼요”
오후 1시 55분 : 참여연대 이태호 실장과 기자는 국방위원회(이하 국방위)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했다. 안내데스크에서 방문증을 받고 들어서려는 순간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경비들이 손에 쥔 자료들을 문제삼는 것이 아닌가. 국방위원장(민주당 천용택 의원) 및 국방위원들에게 나누어줄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사항이 담긴 자료였다. “개별적으로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지난 3월 25일 국방부장관과 면담을 할 때에도 질의서자료 뭉치를 가지고 들어가는 등 다른 때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던 만큼 생게망게할 따름이었다. 이 실장의 “국민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이 말도 못하는가. 우리가 자료를 나눠주면 받고 싶은 위원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아니냐”며 따져 묻자 “국회에서는 국민이 얘기하면 안돼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오후 2시 10분: 안내원들은 3층 국방위원실로 전화를 걸어 아래 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역시 “안 된다”는 대답이 내려왔다. 국방위원회가 시작하기로 되어있던 2시를 이미 넘긴 상태였다.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위원들에게 자료를 나누어주려고 했지만 결국 그냥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가방을 열어보라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규정상…”이라는 말은 어떠한 말도 원천봉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힘없는 국민”이라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국방부의 노트북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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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없이 국방장관 답변을 준비하고 있는 국방부 관계자들 |
오후 2시 25분 : 서둘러 3층으로 올라가자, 국방위의 사무실 여직원이 “막 비공개회의를 시작했다”며 공개회의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애초 비공개회의로 진행되리라는 것을 시민단체 모니터단에 알려온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자료라도 건네줄 요량으로 갔지만 공개회의를 기다려볼 만했다.
한숨을 돌리고 있는 동안 3층 복도에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자들인 줄 알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같은 명찰을 패용하고 있었다. 일명 ‘노트북부대’. 한 명씩 노트북을 가지고 재빠르게 손을 놀리고 있는 국방부관계자들이었다. 지난 2일 국방위원회 때와 마찬가지로 복도 여기저기에서 정신없이 답변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45분 : 비공개회의가 끝나고 곧바로 회의가 공개 진행되었다. 김동신 국방장관의 뒷모습과 함께 그리 넓지 않은 회의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국방위원들의 자리가 심할정도로 비어 있었다. 방청석 역시 국방부 관계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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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들의 질의내용을 받아 적고 있는 김동신 국방장관(아래)와 최동진 획득실장(위) |
한나라당 이연숙 의원이 김동신 국방장관에게 질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카메라 렌즈에 비친 김동신 국방장관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가끔씩 눈을 깜빡이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위원들이 질의를 하는 동안 김동신 국방장관과 함께 최동진 획득실장은 바로 뒤편에서 종이에 질의를 받아 적고 있었다. 국방장관 못지 않게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던 획득실장은 간간이 보고 중에 거의 모든 말의 마무리를 “예. 그렇습니다”로 처리하는 등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국방위원들의 질의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방식이었다. 위원들은 뒤늦게 차례로 들어와 한 명당 15분 내지 20분 씩 질의를 하고 있었다. 질의를 한 위원들은 어느 새 한 두 명씩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그 많은 질의들을 국방부 관계자들은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 진풍경이 반복되었다.
결국 F-15K 기종결정 합리적이었다고 “동의”한 후 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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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단체 모니터단 대표로 국방위원회를 방청하고 있는 이태호 정책실장(사진 가운데) |
오후 4시 45분: 위원들의 질의가 끝나자 천용택 위원장이 국방장관에게 휴회여부를 묻자 “30분 정도 시간을 달라”고 답했다. 회의실 밖. 노트북 부대의 손길과 발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회의실 내부에서는 국방장관을 십 여명이 둘러싸고 숙의를 하고 있었다.
오후 5시 10분 : 위원회가 속회되었다. 민주당의 조성준 의원이 회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국방부가 보고자료를 걷어갔다며 항의를 했다. 천용택 위원장 역시 “어디 이런 몰상식한 일이 있느냐”며 다시 가져다 놓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당황한 국방부 관계자들은 수근거리며 자료집을 찾기 시작했다.
곧바로 김동신 국방장관의 답변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천용택 위원장의 제안으로 군인사법률안 통과를 위해 위원들의 동의를 구하면서 회의의 맥이 끊어지기도 했다.
계속된 김동신 국방장관의 답변은 대부분 “최선을 다해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긴장감을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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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내용을 숙의중인 국방부 관계자들과 국방장관 |
오후 6시 15분 : 천용택 위원장은 “의사결정과정을 겪으면서 국민들의 ‘오해’가 있었다고 본다”며 “기종결정에 있어 고려할 단계들을 밟아 합리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추가목표달성을 전제로 위원회는 이 사업에 ‘동의’한다”고 정리발언을 한 후 산회를 선언했다.
한편, 회의실을 나온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일부 단체들의 주장이다. 우리 국민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대꾸했다. 그는 김동신 국방장관이 자신의 대답을 대신 해줄 것이라며 가리킨 ‘실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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