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참여행사 2025-06-30   16788

[회원 답사 후기]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는 평화

평화의 인사를 드려요.🌿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입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 28일(토) 전쟁기념관에서 회원 답사 ‘전쟁기념관 다크투어’를 개최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회원 답사여서 그런지 무더위에도 회원 및 예비 회원 20명이 모여주셨어요.

전쟁을 ‘과정’으로 바라본다면

6·25전쟁으로 잘 알려진 한국전쟁은 1950년 6월 25일에 발발하여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한 뒤 지금까지 72년째 휴전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해설자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박석진 활동가는 참여자들을 향해 한국전쟁 발발에 대한 다른 시선을 제시했어요. 북한·소련·중국의 세 지도자가 무력 남침을 결정했다는 문구를 가리키며 “갑자기 일어나는 전쟁은 없다”고 강조했는데요. 북한의 ‘남침’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한국전쟁의 시작을 갑작스러운 북한의 침략으로만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한반도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이념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있었고 남북 간 지속적인 무력 충돌이 약 1천여 건이 있었다고 해요. 서로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이 켜켜이 쌓여 전쟁으로 불거진 것입니다.

전쟁을 단순한 결과가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당시 남북이 지속되는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대화를 통해 충돌을 예방했다면, 한국전쟁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전쟁기념관이 말하지 않는 ‘평화’

전쟁기념관에는 당시에 사용했던 미사일, 총, 탱크 등 여러 무기가 전시돼 있었습니다. 마치 무기박람회에 온 것 같았어요. 해설자는 1950년 당시 학도병 이우근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향해 일독을 권하며, 기념관 내에서 유일하게 군인의 감정이 드러난 전시물이라고 설명했어요. 많은 이들이 전쟁에 동원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내용 이면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가족을 향한 그리움 등 전쟁의 참화 속에서 감춰진 인간적 면모를 알 수 있었습니다.

2025.06.28. 16살 학도병 이우근의 일기장 속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사진=참여연대>

기념관 어디에도 한국 전쟁 당시 있었던 한국군과 미군에 의한 전쟁 범죄,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강한 무기와 군사력만 과시하며 한국군과 미군, 유엔군이 “어떻게 나라를 지켰는지”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었어요. 나아가 제주4.3항쟁과 여순항쟁을 ‘좌익세력의 무장투쟁 선동’으로 치부하는 등 역사 왜곡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지요.

전쟁기념관 해설을 듣고 있는 회원들
2025.06.28. 전쟁기념관 해설을 듣고 있는 회원들 <사진=참여연대>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로 잘 알려진 ‘고지쟁탈전’은 휴전을 위한 협상이 이어지던 2년 간 벌어진 전투입니다. 정전 협정 당사국은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협상 중에도 공격을 중단하지 않았고, 남북 군인들은 고지에서 전투를 벌여야 했지요. 고지쟁탈전 당시 10만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기록돼 있을 뿐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은 고지쟁탈전을 통해 “국군은 양적으로 확대되고 질적으로 성장하였다”는 문구에 집중했어요. 고지쟁탈전은 참전한 군인과 민간인들의 피와 눈물, 고통으로 쓰인 역사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쟁은 마을과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폭력 행위입니다. 여러 참여자들은 전쟁기념관에 군이 아닌 시민의 관점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전쟁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평화와 인권적 관점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어요.

전쟁기념관에서 이야기하는 1953년 고지쟁탈전 설명
2025.06.28. 전쟁기념관에서 이야기하는 1953년 고지쟁탈전 설명 <사진=참여연대>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

다크투어를 마친 참여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소감을 나누었어요. 시작 전 한국전쟁과 관련된 여러 키워드 카드를 나누어 가졌는데요.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받은 참여자는 전시를 둘러보며 전쟁에서 사망한 민간인 중 다수가 여성, 노인 등이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참여자는 전쟁기념관을 둘러보며 ‘애도하는 마음’이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역사를 깊이 애도하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나누어주셨어요.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한 참여자들도 있었습니다. 이산가족이자 한국전쟁 당시 다친 가족에 대해 말하는 참여자부터, 백마고지전에 참전했던 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전쟁에 대해 자주 말씀해 주셨던 경험 등 개인적 소회도 나누었는데요. 전쟁기념관이 초중고 학생들의 현장학습 장소로 이용되는 만큼 정확한 정보로 수정되어야 하고, 전쟁을 기념하는 공간이 아닌 전쟁과 인권, 평화를 말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나야 하는 점에 공감을 표하는 시간이었어요.

전쟁기념관 입구에서 다크투어 참여자들과 단체사진
2025.06.28. 전쟁기념관 입구에서 다크투어 참여자들과 단체사진 <사진=참여연대>

전쟁기념관 광장에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기억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72년째 휴전 중인 가운데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시민들은 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요? 전쟁은 예방할 수 있다는 관점, 군비 증강과 무력 과시가 아닌 평화적 방식으로 만드는 평화에 대한 요구가 더 커져야 하는 시점 같습니다. 단절됐던 남북 간 소통 창구도 열려야겠지요.

답사에 참여한 이들은 전쟁기념관이 전쟁과 평화, 인권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올 때까지 참여연대 회원들의 걸음도 계속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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