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6일(월) 오후 7시, 화성시 동탄에서 참여연대 수원·화성·오산 지역회원 소모임이 열렸습니다. 2022년 모임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린 자리였는데요.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회원님들뿐 아니라 처음 인사를 나눈 회원님들까지 모두 반가운 마음으로 뜻깊은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이날 모임에서는 12.3 내란 이후 광장에서 함께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우리가 바라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특히 이번 모임 장소를 기꺼이 제공해 준 조아라 회원님에게 감사드리며, 조아라 회원님이 직접 작성해 준 따뜻한 모임 후기도 함께 공유드립니다. 그날의 생생한 분위기를 담은 모임 스케치, 같이 보실까요?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함께 답을 찾아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때론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것 같다는 불안함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자꾸 묻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의 끝자락에서 저는 늘 참여연대를 떠올렸습니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참여연대의 활동은 늘 가슴 깊이 울림을 주었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주로 서울에서 열리는 일정에 참여하기란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마음은 기꺼이 동참하고 싶었지만, 그 마음이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고, 결국 온라인을 통해 활동을 지켜보며 홀로 생각만 이어가는 시간들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다 성남에 살던 시절, 우연히 성남·용인지역 모임을 알게 되었고 어렵게 시간을 내어 참여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엔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었고, 단순히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고민과 관심을 공유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집 안에서만 느꼈던 답답함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지역을 옮기면서 ‘참여하는 시민’으로서의 저의 모습은 다시 멀어져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긴박한 그날, 노트북과 휴대폰, 패드까지 총동원해 실시간 영상들을 지켜보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아이들은 잠들어 있었지만, 저는 새벽 5시가 넘도록 마음을 졸이며 그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밤, 가슴속에 억눌렸던 감정들과 함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동안 현실 때문에 미뤄왔던 실천의 필요성이 더는 외면할 수 없는 감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시작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편이고, 운 좋게도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제가 참여해서 즐거웠고, 시민으로서의 소속감을 느꼈던 ‘지역 모임’을 이곳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고요.
참여연대 지역 모임 오픈 채팅방에 제안을 올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과 공감을 보내주셨고, 그 따뜻한 반응에 더 큰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각자가 품고 있던 갈증, 나누고 싶었던 생각들이 서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6월 16일, 제 공간에서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16명의 참여연대 회원분들이 모였습니다. 어색한 첫 인사를 나누고 김밥과 다과를 함께하며 분위기는 금세 따뜻해졌습니다. 참여연대 이조은 팀장님의 자연스러운 진행 덕분에 서로의 관심사, 일상 속 고민,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들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정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대’의 부재에서 오는 답답함을 나눴고, 단순한 의견의 개진을 넘어 현재의 사회 문제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지난 3년 동안 후퇴해 온 민주주의를 바라보며 느꼈던 두려움, 지키고 싶은 가치들, 다시 회복하고 싶은 일상에 대해 함께 돌아볼 수 있던 시간. 그 속에서 다름과 공감이 공존하는 대화는 이 작은 공간을 꽉 채웠고,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감정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웃이 되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과정. 그 속에서 시민으로서의 소속감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수원,화성,오산 지역모임’은 이제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무겁지 않게, 산책하듯. 앞으로도 이 지역 모임이 사람과 생각이 이어지는 따뜻한 장이 되기를 바라며, 시민으로서의 참여를 이어가 보려 합니다.

*후기와 함께 조아라 회원님이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하며 쓴 시를 보내주었습니다. 아래 시는 수원·화성·오산 회원모임에서 낭독되었고, 함께 극복해 온 내란 시기를 떠올리며 감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앉고 서고 걷고>
주저앉은 후로 한참을 일어서지 못했다.
캄캄한 연기가 쏟아진다.
흐릿한 어둠에 눈동자 둘 곳 잃어
한참을 앉아있어야만 했다.그저 어둠 위에 얕은 빛 한줄기가 되기까지
빈 공간을 찾아 몸을 구겨 넣어본다.
코 끝이 시려오고 손가락이 뻣뻣해질 때쯤모르는 이의 온기에 기대 몸을 녹인다.
몰랐던 이의 용기에 기대 마음도 녹인다.모르는 이와 몰랐던 이의 두 손이 포개진다.
뿌연 연기 사이로 누군가의 어깨가 보이고
어깨 동산 너머로 보이는 가로수들,
조금 더 멀리 솟아있는 깃발 축을 바라보며
끝이 없을 듯이 걷고 또 걷는다.어느새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새하얀 빛이 하나 둘
밝혀온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