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8-10-01   1090

[제3호 개혁정론] 제2건국의 팡파레에 묻혀버려서는 안될 몇가지 것들

제2건국운동 범국민추진위원회의 윤곽이 며칠전에 발표되었습니다.

처음 제2건국운동이 발표되고 청와대의 한 수석이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하여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시민협'에서도 반박성명이 나갔고 저희 단체에서도 논평문을 냈었습니다.

그 당시, 이런 반응이 오해에서 비롯되었고 앞으로 제2건국운동체의 구체적인 구상이 나오면 모든 의문이 풀릴 것이라 했습니다.

그 구체적인 구상이 발표되고 그것을 추진할 주체도 발표되었지만

저희들의 의문과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말 제2건국운동과 관련해 대통령께 꼭 드려야 할 말씀을

꺼내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사실, 개혁과정에서는 기득권세력과 싸우기도 해야 하지만 구세력의 많은 부분이 개 혁저항세력이 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통제해야 한다는 것을 저희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국민정부의 지난 7개월을 돌이켜 볼 때, 기득권세력과의 싸움 속에서 기존의 구조를 창조적으로 파괴하여야 한다는 개혁의 대명제는 뒷전에 밀리고, 보수세력, 기득권세력 을 끌어안고 그들이 개혁저항세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방법론적인 신중함만이 돋보일 뿐입니다.

이는 김영삼 정부가 파탄한 원인을 너무 한 쪽에서만 교훈으로 삼은 탓이라 저희는 생각합니다. 신중하여야 한다는 개혁방법론만이 부각되니까 정작 개혁 의 내용이 분명하게 되지 않고 전국민적인 개혁의 기풍과 분위기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지 요. 저희는 개혁을 향한 단호함은 없고, 반개혁에 대한 '우려'만이 전면에 돋보이는 현 정 부의 기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2건국'의 화려한 팡파레가 울려퍼지고 있지만 그것이 화려한 '수사'인지 진정한 개 혁프로젝트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전 사회가 대통령의 '원맨 플레이'를 관망하 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통령께서 지금부터라도 방법론적 신중성을 고 려하면서도 개혁기조를 실감나게 하는 과감한 조치들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 다. 이제는 정말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신이 나게 하는 뭔가가 필요한 때입니다.

그런 신명나는 새바람이 제2건국운동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엊그제 발표된 제2 건국운동의 구상은 실망스러운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의 생각으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민운동협의체는 보다 중립적인 사회운동으로 존재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제2건국운동이 표방하고 있는바는 순수민간운동도 아니고 순수 정부주도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민관합동의 조직입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반관반민은 신관변단체 라는 의혹에 곧바로 휩싸이게 되고 그러면 정작 목적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됩 니다. 금방 한나라당이 의혹을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되니까 제2건국운동이라는 긍 정적인 운동 자체도 손상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개혁적 정부와 개혁적 시민사회단체간의 건설적 관계는 개혁적 시민사회세력 을 '동원화'하는 방식은 결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시민사회의 개혁적 힘이 국가 및 정치사회에서의 개혁을 추동하는 강력한 힘으로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 직한 결합입니다. 행정자치부장관이나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주도하는 방식은 개혁적 사회운동이 자신의 '운동적' 정체성을 포기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등이 개혁추진네트워크의 중심에 선다는 구상 역시 크 게 잘못된 것입니다.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는 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닙니다. 시민운동가를 임명하여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를 개혁하겠다는 것 자체를 반대할 필 요는 없을 것이나, 그 시민운동가를 통해 최소한의 민주적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환골탈 퇴'와 거듭남이 한참 진행된 이후에나 진정한 시민운동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는 본디 개혁적이지 않으면 자신의 존립근거가 상실되기 때문에 정부가 개혁적인한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시민운동은 그 자 체가 힘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제도정치나 언론에 의해 반영되지 못하는 국민적 불만을 대리표현하는 데서 공신력을 갖고 힘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와 근거리로 접근하면 할수록 힘을 잃게 되는 '시민운동의 역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개혁적 시민사회단체에 정작 힘을 실어주는 방안은 정부가 추진 하는 개혁과정을 시민사회에 '개방'하는 것입니다. 시민사회의 개혁적 힘이 국가 및 정치사회의 제도적 수준에서 표출되도록 하는 '개혁과정 개방화'가 이루어진다면 제도 영역 내에서의 보수세력의 강력한 힘을 상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재벌개혁' 이 재경부와 재벌들이 협상해서 될 일이며 '부패방지법' 제정이 과연 정치권에게 맡겨져 서 될일인가요? 이 중대한 개혁과정에 시민사회운동이 국민들의 절절한 개혁염원을 담아 당당히 발언하고 개입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개혁성공의 요체가 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아무래도 시민사회단체와 정부와의 총체적인 네트워크가 성립되기는 어려 울 것입니다. 그것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뿐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벌개혁' '공정한 고통분담' '부패방지법제정' '언론개혁'과 같은 시민사회 단체가 줄기차게 제기하는 요구들을 정책의제화하고 그 자리에 시민운동의 대표들이 나서 서 개혁을 소리높여 외치며, 정부가 그것을 수용하여 과단성있게 추진해나갈 때, 바로 그 때,개혁적 정부와 개혁적 시민운동이 만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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