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기변호사의 수임비리에 대한 한 사무장의 폭로에서부터 시작된 대전법조비리사건은 검찰사상 초유라고 하는 여러 가지 기록들을 만들어 내며, '검찰개혁'으로 그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이종기변호사로부터 금품향응을 수수한 것으로 밝혀진 판·검사만해도 30여명에 이르렀습니다. 수사과정에서는 금품수수의 혐의가 의심받는 현직 고검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객관적 수사와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고 새로운 검찰로 태어나기 위해 먼저 검찰총장 및 수뇌부가 퇴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서울 및 수도권과 부산 지역 등의 일반검사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검찰개혁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검찰총장이 퇴진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에서 한번도 없었던 그야말로 검찰초유의 사건들이 전개되고 있고 이러한 기운이 쉽게 사그러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검찰 내부에서 개혁에 대한 요구가 비등해져있는 지금이 바로 역동적인 개혁을 이루어낼 기회입니다.
이중의 잣대는 곤란합니다.
그러나 김태정 검찰총장의 사과성명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법무부의 대책발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조비리의 근절과 전면적인 검찰개혁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또 다시 실망만을 남겨주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을 미온적으로 처리하면서 앞으로 잘해보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일반 검찰직원의 사건소개료 수수는 뇌물이고 검사의 경우는 관행적인 떡값수수였다는 검찰의 이중적인 잣대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정치인에 대해서조차 포괄적인 뇌물죄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면서 사법적인 처벌을 해온 검찰이 유독 판검사의 경우에만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법처리하지 않는 것은 사법적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며 공소권의 남용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처신이라 할 것입니다.
이른바 항명파동, 문제의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현직 검사 25명이 연루된 대형법조비리사건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검찰총장의 태도는 몹시 실망스러울 따름입니다. 더욱이 현직 검찰 고위간부가 '정치적 시녀론'을 제기하였고, 국민은 물론 현직 검사 대다수가 이에 공감하고 있는 마당에 검찰총장이 이에 대해 단 한마디의 자성과 사과가 없어 사과성명의 진실성조차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심재륜 고검장의 기자회견을 단순한 비리검사의 항명 정도로 치부하는 현 법무부 및 검찰 수뇌부의 태도는 심 고검장 개인의 도덕성 여부를 떠나서 그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온 국민의 해명요구를 애써 외면하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으로써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특별검사제에 기초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가 핵심입니다.
박상천 법무장관의 검찰개혁방안 발표 역시 국민들이 기대하는 검찰개혁에 턱없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요구받고 있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개별검사의 자율성 확대를 위한 근본적 대안이 되어야 함에도 미시적 대책에 그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그동안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을 통해 요구해온 특별검사제에 기반한 독립적인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과 검찰인사위원회 실질화, 검찰심사회제도, 상명하복제의 폐지등 보다 근원적인 제도개혁에 대한 부분은 언급조차 없다.
검찰개혁의 선결과제는 새로운 개혁리더쉽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대다수 검사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검찰개혁의 요체는 바로 이러한 제도개혁에 의한 검찰면모의 일신과 새로운 인사에 의한 검찰물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개혁에 대한 미온적인 대안과 기득권에 연연하는 모습으로는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구성원인 검사들조차 결코 납득시킬 수 없습니다.
우선 검찰개혁에 앞서 검찰의 최고책임자인 김태정 검찰총장과 사실상 검찰조직을 지휘하고 있는 박상천법무부장관이 퇴진해야 합니다. 이들에 대해 검찰에 대해 제기된 정치적 독립성의 문제나 법조비리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그간 검찰이나 법무부가 국민이 기대한 개혁요구에 부응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도 퇴진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재야법조인 중에서 개혁을 담당할 만한 인사를 통해 검찰개혁을 과감히 추진해야 합니다.
국민을 중심에 두고 용단을 내려야 합니다.
정당하게 제기되는 일선검사들의 문제의식을 집단행동 또는 항명으로 몰면서 그 뜻을 왜곡하는 것으로 오늘의 위기를 피해 나갈 수 없습니다. 비등한 비판여론은 차치하더라도 수많은 현직검사들이 검찰개혁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를 또다시 미봉하거나 보다 근본적인 검찰개혁안이 강구되지 않는다면 검찰은 존립근거 자체를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박상천 장관과 김태정 총장은 퇴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전면적인 검찰개혁의 물꼬를 트는 용단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한편, 현 검찰 수뇌부의 퇴진을 마치 검찰조직에 대한 장악 실패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들을 옹호하거나 두둔하는 것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삼는 듯한 청와대의 태도도 사태의 핵심을 심각하게 비껴간 것으로써 중대한 오판입니다. 부디 국민을 중심에 두시고 현 검찰의 문제점을 직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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