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9-02-24   1168

[제20호 쓴소리] 국민의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의 새로운 관계를 위하여

국민정부 출범 1년을 맞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암울했던 IMF체제 초기 시절을 생각하고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참 '대단한' 1년이었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 동 안 과연 국민정부가 시민사회와의 올바른 관계맺음에 성공하였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 희들의 의견이 틀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께서 새로운 각도에서 사태를 바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몇가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돌이켜 보면 문민정부의 개혁은 시민사회의 개혁동력을 살린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였습니다. 반면에 국민정부에서는 그러한 인식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람직하다 고 생각합니다. 제2건국위원회 같은 노력도 그렇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추진방법에서 는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제2건국위원회를 처음 꾸릴 때 정부가 기대하였던 시민사회단체의 폭넓은 참여를 위 해서는, 미리 정해진 틀에 시민사회단체가 들어오도록 하기보다는 먼저 강력한 개혁드라이 브를 통하여 친 개혁적인 사회적 기풍을 조성하고 그리하여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의 개혁에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공간 자체를 만들지 않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제2건국위원회에 참여해라 하는 식으로 접근하 게 되니, 문제가 꼬이게 된 것입니다. 그 동안의 제2건국위원회 추진과정에서 보여지듯이 국 민정부가 시민사회단체를 엮어 개혁주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시민사회단 체를 위로부터 동원하는 방식으로 시민사회의 개혁적 힘과 연결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강 력한 개혁드라이브를 추진하게 되면, 개혁적 시민사회는 '개혁적' 정부와 자연스럽게 사회적 연합관계를 형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둘째, 제2건국운동은 '개혁'프로젝트라는 것이 명확하게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2건 국운동이 성공하려면 제2건국운동 프로젝트가 '개혁'프로젝트라는 것이 보다 선명하게 되어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혁과정에서는 기득권세력과 싸우기도 하여야 하지만 기득권세력이 개혁저항세력이 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응하여야 한다는 것을 저희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국민정부의 지난 6개월을 돌이켜 볼 때, 기득권세력과의 싸움 속에서 개혁의 대명제는 뒷전 에 밀리고, 기득권세력을 끌어안고 그들이 개혁저항세력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방법 론적인 신중함만이 돋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신중하여야 한다는 개혁방법론만이 부각되니까 정작 개혁의 내용이 분명하게 되지 않고 전국민적인 개혁의 기풍과 분위기가 죽 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저희는 개혁을 향한 단호함은 없고, 반 개혁에 대한 '우려'만이 전면 에 있는 현 정부의 기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많이많이 듣습니다.

'제2건국'의 화려한 팡파레 가 울려퍼지고 있지만 그것이 화려한 '수사'인지 진정한 개혁프로젝트인지 모르겠다는 사람 도 많습니다. 전 사회가 대통령의 '원맨 플레이'를 관망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이는 잘못하면 개혁의 파국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대통령께서 지금부터라도 방 법론적 신중성을 고려하면서도 개혁기조를 실감나게 하는 과감한 조치들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을 감동시키고 신이 나게 하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제2건국운동체는 보다 중립적인 사회운동으로 존재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안에 따르면 순수민간운동도 아니고 순수 정부주도도 아닌, 민관합동의 범국민운동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은 신(新)관변단체라는 의혹에 바로 휩싸이게 되고 그러면 정작 목적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제2건국 운동이라는 절박한 과제도 손상을 입게 됩니다. 현직 행정자치부장관이나 정무수석이 기획 단의 핵심역할을 맡는 식으로 진행하면 금방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합니다. 대통령이 신임하 는 민간인이 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넷째, 제2건국위원회는 전국 16개 시·도지부 시·군·구 지회가 있는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과거의 새마을운동조직같은 구(舊)관변조직이 실질 적으로 네트워크의 내용을 구성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 등 이 개혁추진네트워크의 중심에 서서는 않된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새마을중앙협의회는 개 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민운동가를 임명하여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를 개혁하겠다는 것 자체를 이 자리에서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구 관변단체들의 성원 들에 대한 폭넓은 민주적 교육 및 조직 자체의 전면적인 개편 이후에야 중립적인 사회단체 가 될 것입니다.

제2건국운동이 개혁운동이라면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를 민주적으로 개편하 고 그 구성원들을 민주적으로 재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사업이 아니겠습니까. 최근 국민회의 내부, 특히 일부 지구당 당원들 사이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보도가 있었 습니다. 그것은 제2건국위원회가 5.6공 사교클럽으로 되고 있고 정권교체를 위해 싸워온 자 신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불만이 국민회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입니다. 특별히 그 동안 제2건국위원회와 관련하여, 시민단체는 국민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한 바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국민회의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제2건국운동이라는 것이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쇄신운동이 라고 이해되는데 도대체 국민들이 동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여야 하는지가 불분명합니다.

그냥 개혁에 박수만 보내면 되는 것인지. 옛날 박정희대통령 시절 새마을운동은 하다못해 열심히 일하고 마을개량하고 하는 등 국민에 대한 행동적 요구를 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현재 6개의 특별과제팀(타스크포스)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습니 다. 저희는 제2건국위원회가 신 노사관계와 같은 사안을 다루지 말고 예컨대 비정치적이면 서도 국민적 과제인 반 부패과제 같은 것을 집중해서 성과를 내고 개혁영역을 확대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섯째, 개혁적 정부와 개혁적 시민사회단체간의 건설적 관계는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를 '동원화'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시민사회의 개혁적 힘이 국가 및 제도정치의 개혁을 추동하는 힘으로 분출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최근 청와대나 국민회의 내부에서는 바깥에서의 애정어린 비판 자체에 대해서도 거부반응들이 생겨나고 있 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오히려 내부의 반 개혁세력을 통제하고 개혁을 추동하는 힘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정부나 집권당 대한 시민사회운동의 외부적 비판역할이, 정부 내부에서나 정부와 재벌관계에서 개혁추동력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방식의 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저 희는 두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개혁적 요구를 개혁의 이슈로 수용하 는 방식, 또한 개혁의 '과정'에 시민사회운동단체들이 개입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혁과정을 개방화하는 방식입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요구들(법안 등)을 수용하고 정책'의제'화한다 면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간 주제별 논의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여야 정 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가 '부패방지법''언론개혁''정부개혁' 등을 의제로 하여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다른 야당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집권당은 오히려 개혁적 시민 단체의 지원을 받는 입장이 될 것입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시민사회단 체가 개혁의 목소리를 정부가 마련한 제도적 공간에서 높이는 방식도 멋있는 방법이 아니겠 습니까.

더 나아가 정치개혁위원회에도 개혁적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여하게 하거나, 국 회 차원의 선거구 획정위원회에도 시민사회단체들의 대표들이 참석하게 하거나, 조세개혁위 원회 같은 데에도 국민적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특별히 '정 치개혁'을 여야간의 당사자들로만 하지 말고,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참여하는 국민적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를 향한 개혁'과정' 자체 의 '개방화'가 개혁의 동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시민사회의 개 혁적 힘이 기득권세력의 저항 속에서 힘겹게 개혁을 해나가는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는 것으 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은 개혁을 향한 목소리를 높히고 대통령은 더욱 강력한 개혁드라이브 를 걸고 중립적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심에 서서 제2건국운동을 민간자율적인 형식으로 추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제2건국위원회의 성공적 운영을 위하여 시급하게 보완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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