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0-05-23   1672

[제58호 권두언] 국무총리 서리는 어느 법에 있는가요?

초미의 관심은 남북정상회담의 진행과정에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무역수지 흑자목표를 둘러싸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들립니다. 그 와중에 국무총리의 재산형성과 운용으로 곤욕을 치르고, 새 국무총리 임명과 관련해서도 국회 동의 절차를 놓고 순탄하지 않은 정국이 예상됩니다.

새 천년의 새 국회 개원을 앞두고 대통령께서 심려가 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태에서는 새 국회가 원을 구성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입니다. 국회법에 의하면, 총선 후 새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개시되고 7일째에 최초의 임시국회를 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국회도 시작부터 국회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형편에 놓였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모든 일을 헌법과 법률에 따른 원칙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관행에 젖어 발걸음을 옮겨 놓기 때문입니다.

새로이 임명하고 하는 국무총리 후보의 자질과 임명절차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우선 후보지명자의 정치적 경력이나 구태의연한 성향에 관해서는 참여연대의 성명으로 밝혔기 때문에 재론하지는 않습니다. 저희들로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고자 할뿐입니다.

그 다음 문제는 법적 절차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국무총리 임명과 관련하여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의 내용을 알고 계신지 의문입니다. 우선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은 후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헌법 제 86조의 내용입니다. 따라서 국회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이란 그 단계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국무총리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 국무총리가 사퇴하고 신임 국무총리가 임명되지 않은 기간에는 법률상 국무총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마련해 놓은 것이 정부조직법 제 22조의 직무대행 규정입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위원 또는 정부조직법상의 서열에 따른 상위 장관이 국무총리 직무를 대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국무총리 서리가 무슨 말인가요? 헌법이나 법률에 근거도 없거니와, 오히려 그 취지에 반하는 서리제도가 어떻게 가능한가요? 남북정상회담 과정에 필요하다고 헌법에 반하는 국무총리 직무 집행이 허용되어야 하는가요? 만약 새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가 국회가 동의를 얻지 못하게 되면, 서리로서 한 직무의 효력은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께서는 이런 중요하고도 가장 원칙적인 부분을 간과한 것입니다. 돌이켜 보십시오. 지금 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사람은 지금 정부 출범 당시 김종필 국무총리 서리에 대하여 위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시 국무총리 서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다니, 이런 기현상을 누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첫째, 새 국무총리에 임명할 인물에 대하여 심각한 재고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철회는 임명 전이라면 언제라도 늦지 않습니다. 둘째, 법률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인사청문 절차를 가지도록 하십시오. 훌륭한 모범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이한동씨를 후보로 유지하고, 무사히 국회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에 임명을 한다면, 그때는 대통령께서 그 실질적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해야 할 것입니다. 동의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이번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관련하여 네 번째 의견을 보내드립니다. 시행을 앞두고 드러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윤곽은 법의 취지를 살리기에 너무 미흡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참여연대의 의욕적 입법청원의 결과이긴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참여연대의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아울러 알려드리는 것은 검찰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벌금예납제도의 문제점입니다. 벌금집행의무가 있는 검찰에서 헌법과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예납제도를 사실상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제도화하여 운용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통하여 확인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 제도가 행정편의를 위한 악습인지, 그들의 주장대로 국민의 벌금납부 편의를 위한 것인지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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