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재판소원·대법관 증원, 기본권 강화 향한 진일보

법왜곡죄 도입, 명확성·구체성 담보 위해 숙의해야

집권여당은 사법개혁 청사진과 로드맵도 함께 제시해야

지난 2월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12명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법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그 목적 또한 국민의 기본권 수호에 있다. 그동안 사법부의 폐쇄적 구조와 심각한 재판 지연으로 고통받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사법개혁 제도들이 안정적으로 안착해 시행될 수 있도록 정교한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재판소원제도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하거나, ▲재판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를 심판 대상에 명시했다. 법원이 헌법재판소 결정을 따르도록 기속력을 확립하고, 헌법에 반하는 판결로부터 국민을 구제할 최후의 보루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특히 확정된 재판과 기본권 침해 등의 요건을 두고 있어 일각에서 반대하는 ‘4심제’와는 차이가 있다. 

한편, 재판소원제도가 도입되면 초기 재판소원 청구가 쇄도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비해 시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원활한 운영을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해당 재판을 취소했을 때, 이후 법원이 재판을 재개하기 위한 관할과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정의해 사법 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 나아가 재판소원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독일처럼, 일반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중대하고 불가피한 손해 우려가 있을 경우, 확정판결뿐만 아니라 중간판결 단계에서도 권리구제가 가능하도록 심사 범위를 확대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헌법소원제도의 직접성, 보충성, 현재성 등의 요건도 보다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14명인 대법관의 수를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천여 건이 넘는 사건 적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상고심 개선 방안으로 대법관 증원, 상고법원, 상고허가제, 대법원 판사제도 등 여러 방안이 논의돼 왔으나, 시민사회는 대법관 증원을 실질적 대안으로 주장해 왔다. 이번 증원을 통해 상고심 적체를 일정 정도 해소하고 재판의 충실성과 신뢰도가 제고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증원될 12명의 대법관이 다시  ‘서·오·남 (서울대·50대·남성)‘으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해, 소수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상고심 충실화는 단순 인원 증원만으로는 어렵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현재 법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다. 내란범 비호 논란부터 고위공직자의 뇌물 수수 사건까지,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 잇따르며 법원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반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두 법안과 함께 거론되는 ‘법왜곡죄’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은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수사와 재판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려는 취지에도, 법 왜곡의 기준이 모호할 경우 정치적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숙의를 거쳐 보다 명확성과 구체성을 담보해야 한다. 

한편, 사법개혁 입법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 입법이 종잡을 수 없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은 문제이다. 지난 연말, 금방이라도 처리할 것 같았던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법안은 발의 후 후속 논의 없이 계류 상태이다. 숙의가 필요하다고 지적된 법왜곡죄도 후속 논의 없이 계류되다가 다시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법개혁은 단순히 제도를 바꾸는 것을 넘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원을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 각각의 제도는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법률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사법개혁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