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_보육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우리나라의 출산율 추이를 살펴보면 1983년 합계 출산율이 인구대체 수준인 2.1명보다 낮은 2.06명으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을 경험하였다(그림1 참조). 특히 2001년부터는 합계 출산율이 1.3명 미만에서 지속되는 초저출산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며 2014년 현재 합계출산율 1.21명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와 같이 심각한 저출산 현상은 사회전반적인 고령화와 연관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가속화하는 주요한 요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저출산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크게 저출산 대책과 고령사회 대책으로 구분하여 향후 5년 동안의 정부 기본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저출산 대책은 청년 일자리, 주거대책 강화, 출생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맞춤형 돌봄 확대, 교육 개혁, 그리고 일 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 등으로 구분하여 개별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들 대책들 중에서 보육정책을 중심으로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과 이에 기반한 대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정부는 맞춤형 보육과 돌봄지원강화 대책을 제시
저출산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보육관련 정책은 소위 맞춤형 안심보육 확립과 공공, 민간의 돌봄지원체계 강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중 맞춤형 안심보육은 결국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아이와 부모이든(12시간/일), 필요에 따란 맞춤으로 긴급하게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아이와 부모이든(6-8시간/일), 혹은 야간 근무나 교대근무를 하는 부모와 그 아동과 같이 특히 밤늦은 시간까지 시간 연장형 보육이 필요한 경우이든 필요한 양질의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 및 유아교육을 위해 국공립, 공공형 직장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등 공공성 높은 보육 및 유아교육시설의 비율을 높이는 등의 계획을 내오고 있다. 또한 학부모의 편의를 증진하기 위해서라는 다소 모호한 정책목적으로 유아교육과 보육을 통합하는 소위 유보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또한 보육과 돌봄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먼저 부모 대학(원)생의 학업 및 육아 병행여건의 개선을 위해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군 관사내 보육 및 돌봄의 공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군 관사 내 아이돌봄 위탁세대를 선정 및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가정양육의 경우에도 가정양육수당의 인상을 통해 가정양육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에게 지원되는 금액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에게 지원되는 금액의 차이에 따라 가정양육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어린이집 보육수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정책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돌봄지원체계의 강화를 통해 여전히 돌봄이 필요한 학령기 아동에 대한 방과후 돌봄과 지역사회 내 돌봄 여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방과후 돌봄기능을 위한 초등돌봄교실을 확충하고 이의 안정화를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사회 내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 주요한 방과 후 돌봄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여 돌봄서비스의 수준향상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아이돌봄서비스도 공공 영역의 아이돌봄서비스를 확충할 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의 아이돌봄서비스에 대해서도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인증제 등의 도입을 통해 시장의 질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대책은 선언적일 뿐,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부재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제시한 보육 및 돌봄 관련 정책은 보육 및 가정양육정책과 관련하여 그동안 제기되어온 다양한 과제들, 즉 국공립보육시설의 비율 확대, 방과후 돌봄 인프라 확대 및 질 개선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들 정책들은 구체적인 실현 경로에 대한 고민이 부재한 채 선언적으로만 제시되거나, 혹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보육교사들의 신분안정과 처우개선 부재
다른 한 편으로 저출산의 문제와 관련하여 돌봄의 영역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주요한 쟁점들이 다루어지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보육의 질을 담당하고 있는 보육교사 노동자의 신분안정과 처우 개선, 그리고 노동환경의 개선 등에 대한 정책이 부재한 점이다. 안심보육은 결국 아동이 양질의 돌봄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안심보육의 실현을 위해 보육의 질을 담당하고 있는 보육교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없는 점은 이들이 관련되어 있는 대책들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12시간 보육은 근로기준법과 충돌
둘째, 장시간 어린이집 이용이 필요한 아동과 부모를 위해 하루 12시간 보육시설을 운영한다는 정책과 근로기준법과의 충돌 문제이다. 사실 보육시설을 12시간 운영한다는 정책은 이번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으로 새롭게 도입된 것은 아니며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상에 명시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12시간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어린이집 운영원칙은 현재 주중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과 충돌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불법적인 초과근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초과근무수당조차 변변히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양질의 보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적이지 않다.
12시간 보육정책이 OECD 최장시간 노동을 하는 부모들의 현실적 보육수요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방적으로 12시간 보육정책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만 12시간 보육이 보육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과 부당함을 감내하는 것에 기반해서는 안심보육이라는 보육정책의 목적은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면 이러한 정책은 저출산 현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12시간 운영 어린이집에 대해 보육교사 2교대제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보육현장에서는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보육교사가 유아에 대한 돌봄 업무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하루 5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중 3시간은 각종 행정업무나 교재준비 등에 활용하도록 하여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 대한 안이한 현실인식 문제
셋째,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에 대한 안이한 현실인식의 문제이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2015년 국공립어린이집이 전체 시설의 15%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국공립 어린이집과 소위 공공형 어린이집을 구별하지 않고 혼용한데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열악한 보육 공공성 현실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지나치게 안이한 인식이다. 아래 (그림 2)에서 보인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은 최근 10여 년간 5-6%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의 비율 측면에서 봐도 15% 미만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계획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150개소 신축이던 것이 2016년 예산에는 이보다도 오히려 10% 줄어든 135개 신축을 계획하는 등 안이한 현실 인식이 다시 확인되는 부분이다.
이와 같은 현실인식은 결국 국공립어린이집의 확충이라는 보육정책의 주요과제를 소위 공공형어린이집 확충계획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공공형어린이집 제도란 신청과정을 통해 일종의 인증과정을 통과한 민간 어린이집에 대해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 프로그램이다. 공공형어린이집이 실제 국공립어린이집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나 실제로 국공립어린이집을 대체하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점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결국 공공형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의 질적 제고를 위한 정책 프로그램의 하나로 운영될 수는 있으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통한 보육의 공공책임성 강화라는 정책방향을 대체할 수 있는 성격의 정책 프로그램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폐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유보통합 논의
넷째, 유보통합에 대한 폐쇄적인 접근법의 문제이다. 유치원과 보육의 통합이라는 과제는 지난 몇 년간 유아교육 분야와 보육 분야 양쪽의 이슈를 모두 빨아들여 삼키는 블랙홀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유아교육과 보육 양자 모두의 현장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유보통합이 그 결정과정에 대한 충분한 정보공개 없이 밀실에서 진행되다시피 하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 절차적 민주성의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또한 이와 같이 폐쇄적인 진행으로 인해 유아교육과 보육 현장에서는 일상적인 변화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주요한 결정을 유보통합 이후로 미뤄둔 채 이에 대한 정부의 발표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저출산 고령사회 대책에도 유보통합은 그 실시 시기와 추상적인 당위성만 제시되어 있을 뿐이고, 주요한 쟁점부터 유보통합의 과정과 내용 등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대안은 제시되지 않았음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드러난 우리나라 보육정책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정책대안이 되기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의 조성과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은 저출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부모, 혹은 부모가 되기를 고려하는 성인들,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출산과 경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출산은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사회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이와 같이 원치 않는 선택으로부터 예비부모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 보육에 대한 사회적 공적 책임성 강화는 반드시 구축되어야 할 전제조건이다.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가 필요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라는 저출산 극복의 전제조건 충족을 위해서는 좋은 질의 보육서비스에 대한 모든 부모들의 기대감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육서비스를 다양화하고 개별 부모들의 조건과 환경에 맞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공되는 보육서비스의 전반적인 질 개선의 문제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보육서비스의 질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보육노동자의 신분강화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개입이 절실하다.
뿐만 아니라 설립부터 운영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국공립보육시설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결국 10여 년 째 5:95의 벽을 깨지 못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과 민간어린이집의 비율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보육전달체계 전반에 대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는 적지 않은 공적 자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이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에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6년 2월호(제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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