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_노후소득보장
주은선 l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공적연금 강화 의지 불투명한 기본계획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노후소득보장은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실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출산율이 우리 사회의 유지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데에다, 공적연금에 대해서는 이미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과 공무원연금에 대해 추구하는 방향의 개혁을 완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 노후소득보장에 관한 부분을 소위 공적연금 강화 방안이라 지칭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매우 모호하고, 공적연금 강화의 실제 방법론은 부재하다.
그렇다고 해도 놀라운 부분은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대책의 노후소득보장 정책 방향은 공공성에 반하는 현 정부의 연금정책 방향을 매우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획기적인 공적연금 강화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으나, 정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대책의 노후소득보장대책의 명시적인 기조가 다방면의 사연금활성화 대책이 될 것이라고까지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노후소득보장으로 위해 사연금과 개인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제시
명시된 노후소득보장 대책의 핵심은 소위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이다. 이에 공적연금, 사적연금 각각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 공적연금에 대해서는 공적연금 급여 수준 강화 없는 사각지대 축소를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중요한 목표이다. 공적연금(기초연금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이 보편적인 소득보장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제도의 공공성에 중요하다. 이에 사각지대 해소는 언급하지만, 낮은 수준의 급여액은 문제로 언급되지 않으며, 급여수준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은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공적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매우 중요한 정책 목표이며, 특히 실질 가입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사각지대 해소는 실제로 급여인상 효과도 가질 수 있으며, 정책적인 노력에 따라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자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시장 체질 개선과 획기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사각지대 해소 방안은 그저 공적연금에 관한 공론(空論)에 머문다는 것이다. 정부는 두루누리 내실화 방안을 언급하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부재하다. 특히 시간제‧특수고용직‧영세자영업자 등 납부예외자를 2015년 기준 458만 명에서 2020년 기준 93만 명으로 줄이겠다는 훌륭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목표에 따르면 5년 사이에 350만 명 이상을 가입자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시간제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을 사업장 가입자로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 법적 조치는 물론, 영세자영업자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은 아무것도 제시되어 있지 않다.
사각지대 해소와 함께 공적연금 강화 대책의 다른 한 축은 1인 1연금 강화이다. 1인 1연금제로 나아가는 방안은, 대책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용제외 기간에 대해 국민연금 추납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수급권 확충을 위해 국민연금 작동의 예외적인 경로를 터놓는 것으로서 여성 연금수급권 강화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이는 생애 후반기에 목돈 내고, 연금을 받는 제도로 국민연금제도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가난한 중․고령 여성은 여전히 문제이다. 이는 주부인 중․고령 여성의 국민연금수급권을 일부 확대시킬 수 있는 대안이지만 고령사회 노후보장대책이라 하기에는 미약하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고령사회대책 중 하나로 기초지자체 단위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노후준비에 대한 상담, 코칭서비스 확대를 언급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노후소득 확보수단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서비스 확대가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노후소득보장정책의 핵심은 공적연금이 아닌 사적연금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사적연금상품을 다루는 금융시장 부문을 주요한 노후소득보장의 주체로 공식화시키고 있다. 우선 정부가 만들겠다고 하는 다층노후소득보장협의위원회는 분과 중 하나가 사적연금 활성화이다. 저출산․고령사회대책에 따르면 공적연금 수익률 제고, 자산운용 다변화, 기관투자자로서 역할 강화를 위한 장수리스크 대비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하는데 이는 금융기관 및 주요 공적연금운용 관계자, 금융당국의 정기 협의채널이 될 것이라고 언급된다. 다양한 퇴직연금, 개인연금 활성화, 특히 IRP(개인형 퇴직연금) 활성화를 언급하고 있다. 이미 낮은 수준으로 억제된 공적연금 공백을 메우는 방안으로 내세운 것이 주택연금제도와 농지연금 활성화인데, 정부가 내세운 주택연금 활용 목표는 2015년 2.8만 건에서 5년 후인 2020년에는 무려 33.7만 건으로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련된 금융시스템 개선방안으로 사적연금 자산운용방법 다양화, 독립투자자문업 등 자문업 도입을 언급하고 있다.
사적연금 활성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배제
이러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의 핵심인 사연금 및 개인연금상품 다양화 방안에서는 위탁사 책임 약화 및 노후보장의 안정성 약화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공적연금이 고령화 국면에서 노후보장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공적연금 강화보다는 민간 금융자본과의 파트너쉽 강화를 너무나 손쉬운 대안으로 상정하고 있다. 사적연금이 공적연금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공적연금의 역할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확대될 때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첫째, 노후소득의 금융시장 의존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때 금융시장 등락에 따른 노후소득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2000년대 초, 2008년 거듭된 금융위기가 그 사례이다. 둘째, mis-selling scandal과 같은 이윤추구 동기에 따른 정보 비공개에 따른 가입자 손실, 셋째, 공적연금 운용 정보를 활용한, 사적연금펀드들의 금융시장에서의 부당한 이득 추구 등이 그것이다.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대책에서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경계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연금상품 운용사들의 수익 확대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과 규제완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어떤 형태의 사회적 수익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방안은 담겨있지 않다. 요컨대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정책 의지는 불투명하고, 사연금과 개인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에 집중한 대응책이다.
국민연금의 저연금 문제를 주택연금으로 보완?
한편 낮은 수준의 국민연금을 주택연금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 좋은 정책 방안인지, 그리고 가능한 정책 방안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전체 노인들의 주택보유 비중은 절반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주택이 없는 절반 이상의 노인들은 주택연금 활용이 불가능하며, 특히 빈곤할수록 주택이 없거나 주택가격이 낮다. 이는 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필요가 클수록 주택연금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주택연금을 활용하게 되는 경우에도 주택연금액이 노후보장에 의미 있는 액수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기초연금 수급자만 보면 노인 약 207만 명의 주택 재산가액이 1억 6,800만 원 이하이다(보건복지부, 기초연금 통계자료, 2015; 이재훈, 노후빈곤관련 쟁점, 2015에서 재인용). 이에 주택연금 활용에 대한 인센티브는 크지 않다.
퇴직연금 운영 및 지급방식 다양화로 가입률을 높이겠다?
또한 퇴직연금 운영 및 지급방식 다양화가 가입률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안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절반가량의 노동자가 퇴직금과 퇴직연금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가입률 제고는 필요한 정책 방향이지만, 공적연금보다 오히려 더 긴 50년 이상 역사를 가진 퇴직금 및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연금상품의 다양성 부족이 낮은 퇴직연금 가입률의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본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퇴직연금 가입은 노동권의 일부로서, 사용자 책임성의 문제이다.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없이, 퇴직연금상품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으로 퇴직연금가입률을 높일 수 없다.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은 평생에 걸친 노동권과 사회보장권 양자를 강화해야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은 결국 평생에 걸친 노동권과 사회보장권 두 가지 모두를 강화하는 문제이다. 노후보장의 실질적인 도구인 노동권(사용자 책임) 강화와 공적연금 보장수준의 확충을 도외시한 채, 개인의 자원동원 능력에만 온전히 기대는 사적연금상품의 확대가 의미 있는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은 현재의 노인빈곤은 물론 고령사회에서 그 규모가 더욱 커질 노후소득보장의 공백에 대한 심각한 문제인식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현재 극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가 노후소득의 양극화 역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 내부의 양극화 심화 전망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사연금활성화를 통한 고령사회 대응이 가지는 약점이다. 노동권과 사회보장권이라는 노후보장의 기본에 충실한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월간 <복지동향> 2016년 2월호(제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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