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중독사회가 되었는가?
윤명숙 ㅣ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중독포럼 공동대표
우리나라는 중독사회인가? 중독이 되었다면 왜 그럴까?. 불행하게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행복한 복지국가(?)를 꿈꾸며 경제성장에 매달려온 우리 국민들의 현실은 술에 중독되고, 도박에 빠지고, 게임에 중독되는 그런 사회가 함께 하고 있다. 국가통계(보건복지부, 한국정보화진흥원, 사행성산업통합감독위원회, 검찰청 등)들을 종합해보면, 알코올, 마약, 인터넷게임, 도박 중독 등으로 상담치료를 포함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중독자의 수는 300만 명이 넘고 고위험 집단을 포함하면 전체 중독위험집단이 1,000만 명을 상회하는 그런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 즉 우리나라 국민들 8명 중 1명이 중독자인 중독사회인 것이다. 이들 300만 명의 중독자들 중 10%정도는 당장 치료적 개입이 시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중 중독별로 최대 8%에서 1%만이 상담을 포함한 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의 중독문제와 중독과 연관된 가정폭력, 범죄, 질병, 자살 등의 문제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알코올사용장애, 고위험음주의 유병율과 알코올이 비감염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이 조사국 중 최고 수준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며, 도박중독 또한 그 유병률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에서도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 등 또한 마찬가지다. OECD 국가 대상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수면시간과 체육시간은 가장 적은 반면, 컴퓨터, 비디오게임시간은 가장 길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일반 아동∙청소년의 하루 평균 인터넷사용시간은 이미 2시간을 넘어서고 있으며, 15% 이상의 아동 청소년이 하루 2시간 이상을 매일 인터넷 게임으로 보낸다면 이는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정상화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중독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살펴보자. 정부자료를 종합해보면 4대 중독(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109조 5천억원에 달하며, 이러한 비용은 흡연(최소 4조 8860억-최대 5조 9381억, 2006년 기준), 암(16조 가량) 등 여타질환에 비하면 매우 높은 비율이다. 또한 음주폐해 예방 및 감소를 위한 캠페인 및 홍보예산은 주류회사의 주류광고비의 0.005% 수준이고, 게임산업의 경우 매출 9조의 5% 수준 마케팅 비용 등에 엄청난 돈을 투입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독 예방에 대한 국가예산은 전체 0.01% 수준에 머무르는 암담한 실정이다. 또한 부처별로 다른 용어와 서비스체계로 서비스 이용에 혼란이 존재하고 부처별 중독별로 다른 조사와 통계로 중독폐해에 대한 정확한 가늠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른 건강문제에 비해 중독의 예방, 치료, 재활서비스에 대한 국가 투자가 적고, 그나마 서비스와 관리도 관련 산업의 인허가 담당 부처를 포함하여 너무나 많은 부처가 관련되어 있어 그나마 존재하는 적은 양의 서비스마저도 효과적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냉정하게 우리 사회를 돌아보자. 우리 사회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가? 도박자금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주부, 대학생,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자살한 남성, 게임에 빠져 자식을 죽이고 유기한 아버지, 게임에 빠져 자식을 굶겨 죽인 어머니, 술에 취해 어머니와 형을 죽인 살인사건, 술에 취해 결별 요구를 한 전 여자 친구의 부모님을 살해한 대학생,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살인 사건, 지나가던 여고생을 찔러 죽인 40대 가장, 대학생의 자살 등 기사 제목만 들어도 흉악한 일들이 최근에 벌어진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이 가진 인과관계나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이러한 사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중독’문제이다. 얼마나 많은 우리국민들이 알코올, 도박, 인터넷, 게임, 마약 중독으로 인해 고통 받는 지에 대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중독으로 인한 폐해는 바로 우리 옆에 가까이 있다.
그런데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것이 이렇게 국민의 삶에 엄청난 문제를 일으키는 중독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성과 사회의 적극적 문제해결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중독문제가 국민의 행복과 복지에 폐해를 끼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국가적 관심 영역에서 중독문제는 너무나 멀리 있다. 왜 그럴까? 중독관련 업체들은 중독이 개인적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금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유명정치인은 “게임중독자는 가족의 의사소통의 부족이 문제이고, 가족이 잘 관리해서 자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즉, 이 말은 중독문제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라는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독문제로 인한 자살, 가정폭력, 성폭력, 가정파괴, 생산성감소, 살인 등 강력범죄 등 수많은 사회문제와 연관되는 중독은 가족만의 문제이고, 그 모든 문제를 가족이 책임져야만 하는가? 중독이 개인과 가족의 문제인가? 이 시점에서 우리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마약을 제외한 알코올, 도박(사행산업), 게임 등은 모두 국가가 허가, 감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허가와 감독권이 있다면, 중독의 문제를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로 내몰기에 앞서 국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중독문제만큼 부처 이기주의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문제가 없다. 알코올중독문제의 경우 국민의 건강을 유해하는 물질인 ‘술’에 대해 담배에는 부과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고도주(도수가 높은 주류)에 대해 주세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당시 외국주류회사 등의 반발로 무산되었으며, 현재도 주류회사 및 관계자들의 ‘국민의 행복(술 마시면 국민이 행복해지나요?)’을 빙자한 반발 등으로 인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및 성폭력의 60%가량이 가해자의 음주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고, 살인범죄의 1/3에서 1/2정도가 음주와 관계가 있으며, 60-70%의 자살사망자 및 자살시도자들이 음주상태에서 자살을 행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알코올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못하여 음주폐해로 인한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어떠한 사업도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음주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홍보에 쓰는 돈이 전체 주류회사의 ‘주류 광고 및 마케팅비용’의 0.1%도 채 안되는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 있다. 왜 주세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못하는가? 또한 외국처럼 알코올에 대한 강력한 판매규제, 공공장소에서 음주금지구역 설정, 주세부과, 판매자 및 공급자 규제, 홍보제한 등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또한 도박중독문제의 경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어 관련 부처들이 참여하고 있으나, 어찌된 연유인지 보건복지부는 사업부담자가 아니라는 연유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참여가 배제되어 있다. 도박중독관련 문화관광부, 농림부 등이 참여를 하고 있음에도, 사업부담자가 아니라는 논리로 중독의 또 다른 주요한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제외하는 것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인터넷 게임중독 문제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과 맞물려 전 연령대를 막론하고 국민의 삶에 빠르게 파고들며 문제가 되고 있다. 많은 시민단체들의 노력 등으로 어렵사리 일명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고 합헌결정까지 났지만 관련 게임업체들의 반발 역시 지속되고 있다. 외국처럼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일을 수행함에 있어 특정 부처를 제외하고, 특정부처 중심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명백하게 문제가 있다.
이렇게 다양한 중독문제들이 관할 부처별로 진행되고 있고, 중독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중독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이 없으며, 산발적으로 중독과 연관된 법들이 각기 다른 정의로 중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이나 제도들이 각기 다르고 연계성이 매우 낮아 국민들의 중독문제 발생을 예방, 치료, 재활할 수 있는 서비스접근성은 사실상 전체 중독위험군의 엄청난 문제크기에 비교해볼 때 5%대 이하로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 1997년 정신보건법 시행 이후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서비스 비율이 65%를 훌쩍 뛰어 넘은 사실과 비교하면, 중독고위험군이 알코올 1000만 명, 도박 200만 명, 인터넷중독 200만 명 등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정신건강문제임에도 5%미만의 서비스접근성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발맞추어 복지욕구도 급증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는 중독에 대해 왜 국가와 사회는 침묵하는가? 혹자는 말한다. 중독과 관련한 ‘경제적인 부분’이 이러한 소극적인 국가의 책임과 부처 간 비협조를 유발하는 일차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은 부처 간 이기주의를 넘어선 절대적 명제이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각각의 중독문제에 대해서조차도 부처이기주의,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3년 국회에 발의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제정안」에서는 바로 국가 책임론을 명확히 하면서 모든 부처들을 망라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즉 이제 중독은 어느 한 부처만의 문제도 아닌, 국민을 위한 전 관련 부처들이 협조하여 중독폐해감소 사업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논리이다. 세계적으로 중독문제가 높은 국가군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제도적, 정책적으로 책임성 있는 태도를 취할 때가 왔다.
지금 우리주변 그 어디에도 중독문제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은 희미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1,000만 명 가까운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데, 중독자와 그 중독자의 가족들을 방치(!)에 가깝도록 바라보는 국가는 없다. 복지국가가 무엇인가? 국민의 행복을 위협하는 이렇게 엄청난 사회적 폐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개입할 것인가를 국가가 선언하고 책임질 때가 왔다. 아니 이미 너무 늦었다. 4대 중독의 고위험군이 국민 5명 중 1명에 달할 정도로 사회적 폐해와 문제가 크지만 중독을 단순히 개인의 의료적 질병의 문제로만 보는 사람들은 중독문제를 논할 자격이 없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이고 환경적 접근이 필요한 보건과 복지의 이슈이다.
중독은 개인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가족, 더 나아가 사회의 폐해를 가져오는 문제이다. 즉, 이제는 국가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는 중독 기본법이 당연히 필요하다. 수천만 명이 숨죽여 지금의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 가족만의 문제로 중독의 문제를 호도하지 말 것을 원한다.
이제라도 중독문제로 고통 받는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둘러야 한다. 특정부처의 밥그릇을 위한 다툼이라는 논지의 이야기는 그만하자. 어차피 지금 관련 부처들이 다 입장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자기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중독관련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은 더욱 자숙해야 한다고 본다. 관련 단체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받은 사람들은 일부 관련 업체의 주장에 편승하는 부끄러운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중독은 개인의 문제, 그리고 그러한 개인을 만들어낸(?) 가족의 책임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책임이다. 또한 차제에 각각의 중독관련 재원들을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리하여 일차적으로 국민의 중독폐해감소를 위한 비용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독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본다. 지금 이순간 우리 앞에서 무너져가고 있는 수많은 중독자들의 삶 앞에서 사회복지전문가로서 행복한 복지국가를 외치는 것은 허망한 것인가?
월간 <복지동향> 2014년 6월호(제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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