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연구교수
수서에서 출발하는 KTX노선의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넘겨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기존 KTX 노선과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KTX 민영화 방안을 이명박 정부가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 철도노선 중에서 KTX 노선만이 유일하게 거대 흑자를 거두고 있을 뿐이라서, 특혜 시비와 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업을 정권 임기 말에 무리수를 둬가며 마구잡이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이런 문제제기에 민간 기업이 진입하면 요금도 낮추고 시설 이용료도 많이 지불해 세금도 절감할 수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요금 폭탄이나 보조금 폭탄을 초래한 공항철도, 신공항고속도로 등 민자 사업들의 사례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사항만 내세울 뿐이다. 철도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사람들도 모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속내를 좀 알고 보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철도는 사회기반시설이며 대중교통체계의 근간인데, 이를 밑둥부터 뒤흔드는 사안이다. 여당에서조차 신중하게 대처하자는 입장이 나온바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민영체제를 도입할 명확한 근거와 이유는 제시하지 못한 채 ‘무조건 민영화’만을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의 수서발 KTX 민영화 추진 논리는 허구와 왜곡으로 가득하다.
출발역: 수서발 KTX의 민간기업 운영권 부여는 민영화
국토해양부는 수서발 KTX의 시설은 여전히 국가소유라서 민영화가 아니며, 운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의 비효율성을 치유하기 위한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한다. ‘민영화=재벌 특혜’로 이어졌던 수많은 기반시설 투자의 전례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철도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있다. 시설은 국가소유라고 하지만, 철도의 특성 상 시설까지 민간 기업에 매각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철도 선발국 중에선 철도를 완전 분할 민영화한 영국과 6개 지역으로 분할해 민영화한 일본의 경우만 이에 해당한다.
철도산업은 초기 시설투자비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 민간기업의 진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공공투자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게 되는 공공재 산업이다. 민영화 논리가 전 세계를 휩쓴 시기인데도 철도 시설까지 민간 소유로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태리, 스페인 등 철도 중추 국가들 대다수가 시설의 국가소유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설까지 민영화한 두 나라의 경우에도 공공보조금 지원은 불가피했다. 영국은 민영화 이후 철도시설 회사인 Rail Track의 엄청난 적자와 대형 인명사고 발생 등 안전 문제로 인해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사실상 국영기업인 Network Rail사로 전환했다. 일본처럼 지역으로 분할하여 민영화한 경우에도, 도서 3개사는 막대한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한 구조다. 무리한 민영화는 민간기업의 효율성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 폭탄 즉, 세금 폭탄을 불러오게 된다.
민영화의 전도사인 세계은행도 철도산업의 경우에는 시설까지 전환하는 경우보다 운영권 불하 등 다양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보장하는 부분 민영화, 분할 민영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내주는 정책결정은 철도 운영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자연독점성이 강한 철도를 민영화하기 위해 분할하는 것으로서 철도 민영화의 본격적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그런데도 자꾸 경쟁체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시장은 효율적이다’라는 해묵은 신자유주의 교조에 의지해, ‘특혜와 비리’의 의혹을 품고 있는 국민의 시선을 비껴가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2번 역: 철도에서의 경쟁, 과연 존재하나?
경쟁은 효율성을 가져다 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철도산업의 특성상 경쟁은 극히 제한된다. 국토해양부는 경쟁의 이점으로 항공, 통신 등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과연 이 사례가 경쟁을 통한 효율성 향상의 모범사례인지도 의문이지만, 철도산업과의 특성 차이도 간과하고 있다. 흔히 항공산업과 비교하는데, 여기선 비행기가 터미널이라는 두 점을 연결할 뿐 항로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들 일이 없다. 반면 철도산업은 역과 역 사이를 선으로 연결해야 하며 그 시설 설치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그 선을 따라 열차가 이동해야 하므로 안전을 위한 고려사항이 많아진다. 동일선에 복수의 운영자가 공동 운영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 수밖에 없다. 특히, 열차 운행이 빈번한 간선에, 300Km 내외의 고속으로 운행하는 경우에 복수 운영자가 상시로 공동 운행하는 사례는 없다. 한국 철도는 수서발 KTX 민영화를 통해 세계 철도사에서 전례가 없는 간선철도의 복수 운영자 공동 운영을 무리하게 실험하게 될 운명에 처해 있다.
수서발 KTX는 평택 이후 기존선으로 운행하며, 전체 노선의 80% 이상을 공동 운영하게 된다. 국토해양부가 간선 공동운영을 통한 경쟁의 사례로서 거론할 수 있는 경우가 딱 한 나라 일본이다. 일본의 분할 민영화 6사 중 흑자가 나는 3선 중 ‘도쿄-오사카’를 운행하는 JR중앙선은 후쿠오카까지 일부 연장 운행하며 ‘오사카-후쿠오카’를 운행하는 JR서부선(JR Central)과 중첩된다. 또 JR서부선은 가고시마까지 일부 열차를 연장 운행하여 ‘후쿠오카-가고시마’를 운행하는 JR큐슈선과 중첩된다. 그러나 부분적 연장 운행일 뿐이며, 중첩구간도 총 6개 여객 민영회사 영업거리 중 일부에 불과하다. 다른 철도 선진국에서도 극히 일부 중첩 구간만 존재할 뿐, 간선에서 동일선 복수운영자 운행 사례는 없다.
왜 그런가? 점(역)과 점(역)을 연결하여 선로를 따라 이동하는 철도만의 특성상 복잡한 신호, 관제체계가 필요한데, 동일 선로에서 경쟁을 도입하는 것은 안전하고 원활한 열차운행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동일선 경쟁이라는 철도문외한의 무모한 발상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가 철도교통 주무부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3번 역: 수서발 KTX는 지역분할 독점체제의 도입이다
KTX는 철도 이용자인 시민에게 고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대신 시간을 절약시켜 주는 교통수단이다. 이런 특성상 복수의 운영사 중 선택이 가능하다면, 가격보다 시간을 더 중요시 한다(가격탄력성보다 시간탄력성이 크다). 가격이 좀 싸다고 거주지에서 먼 곳의 철도 운영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이용자가 전체 이용객의 70%에 이르는 철도이용 특성상 전구간의 80%에 이르는 공동운영 구간에서도 이용자의 선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운영사가 들어와도 경쟁은 극히 제한된다. 수도권 내 거주지에 따른 지역분할 독점으로 양분될 뿐이다.
수서발 KTX의 지역분할 독점체제는 양극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크다. 기존선의 역인 ‘서울-용산-광명’과 새로운 선의 역인 ‘수서-동탄’의 지역권으로 분할된다. 수서발 KTX는 강남권, 분당판교권, 용인권, 수원동탄권 등 수도권에서 상대적 고소득층 거주지를 통과한다. 전체 인구수는 더 적지만, 가격탄력성이 낮은 층이며, 고객을 차별화해서 차등 요금을 부과해도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층이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수서발 민간기업의 영업기반은 기존선 운영자인 한국철도공사보다 우월하며, 그만큼 특혜 의혹도 증폭된다.
4번 역: 간선을 민영화한 나라는 실패한 영국과 일본뿐이다.
수서발 KTX의 경쟁도입 또는 분할 민영화라는 논란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철도 구조조정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철도 구조조정의 방법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 상하분리(시설과 운영의 분리)는 유럽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철도 구조조정 방법으로 우리도 2004년에 시설투자를 관장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운영사인 한국철도공사로 분리한 바 있다. 유럽에서 철도의 상하분리는 유럽 통합으로 인한 다른 국가 철도의 진입을 허용하기 위한 목적과 EU 통합 시 재정 적자 3% 유지 조항으로 인해 철도 시설투자 부채를 청산하기 위한 이유로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또한, ‘민영화냐, 공공철도 유지냐’ ‘지역별 분할이냐, 상하분리냐’도 중요한 철도구조개편의 선택지이다.
그런데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불하하는 것의 의미를 철도 선진국들 사례와 비교해 파악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간선 민영화/지선 민영화/공공철도 유지’의 차이에 있다. 간선을 민영화한 경우는 영국과 일본의 사례밖에 없으며,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은 공공철도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분리 민영화를 실시한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의 경우에도 지선을 민영화했지, 간선은 여전히 공공철도체계로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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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 민영화 |
지선 민영화 간선 공공철도 유지 |
공공 철도 유지(공공독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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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분리(수직분할) |
영국 |
스웨덴, 네덜란드 |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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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분할(수평분할) |
일본 |
독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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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선을 민영화한 나라는 보조금 폭탄, 요금인상을 초래한 영국과 일본의 경우 밖에 없다. 철도 민영화의 바람이 거센 와중에도 대부분 철도 선진국들은 철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하여 철도망의 주축인 간선의 공공철도체계를 유지하였다.
민영화가 아니라면서 자꾸 실패사례인 영국, 일본의 사례만을 들 수밖에 없는 국토해양부와 교통연구원 등 민영화 주창자들의 딜레마는 바로 철도 중심국들이 선택하지 않은 간선을 민영화하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영화의 대표적 실패사례로 알려져 있고, 영국 운수성도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영국의 사례가 실패하지 않았다고 한국의 국토해양부가 홀로 변호하는 한판의 소극(笑劇)이 벌어지고 있다.
5번 역: 재벌특혜 비판에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재벌특혜 논란을 비껴가기 위해 수서발 KTX 운영사 중 민간회사(재벌기업)의 지분을 49%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 중 30%는 국민주로 발행하여 재벌기업의 소유지배를 제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나머지 51%의 지분은 분산되어 있어, 49% 지분으로도 지배주주로서의 의사결정권은 제약받지 않는다. 또한, 한 번도 성공사례가 없는 국민주 30% 배분이라는 발상엔 근거도 부족하다. 기껏 예로 들고 있는 것이 언론민주화의 특수사례인 한겨레신문 방식이다. 또한 가능하다 하더라도 국민주는 나중에 시장에서 매입이 가능하다. 결국 지분을 줄여 특혜를 조금 줄이는 조처이거나, 투자재원 조달에 대한 우회적 특혜조처로 귀결될 뿐이다. 정권 임기말 대형 국책사업 발주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비껴나가기엔 현실성도 부족하고 함량도 떨어지는 꼼수일 뿐이다.
6번 역: 운임 인하와 세금 절감, 특혜 없이 불가능하다.
국토해양부는 수서발 KTX의 민간기업 운영권 부여의 근거로 철도공사의 비효율을 거론하면서, 반대로 민간기업은 운임도 낮추고 시설이용료도 많이 납부해 철도 시설투자에 따른 정부 지원금을 줄일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 근거자료라고 제출했던 한국교통연구원의 사업성 분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민간기업은 선로를 빼고도 열차, 역 시설, 차량기지 등 초기 투자비에 15조 내지 20조가 필요한데 투자재원 조달에 공공투자에나 적용될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시설의 대부분을 임대로 해결하여 정부나 기존 운영사인 철도공사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특혜의 전제 하에서만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 철도사에서 최초의 실험을 하는 정책 치고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 더구나 교통연구원은 공항철도, 경전철, 민자 고속도로 등 민간유치 사업에서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엄청난 국고낭비를 초래한 기관이다. 그 한 예인 공항철도만 해도 14조원의 국고 낭비가 발생할 일을 철도공사가 울며겨자먹기로 인수해 7조로 줄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국토해양부는 민간기업 참여는 요금인하를 가져와 철도 이용자에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최근엔 ‘KTX 고시운임 90%를 기본운임으로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올해 초 교통연구원의 사업성분석에 기초해 20% 요금인하 가능성을 주장하더니, 한달만에 10%로 낮췄다. 이러나저러나 근거가 없긴 마찬가지이다. 물론 초창기 국민의 시선이 따가울 때 요금을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최고의 알짜 노선이기 때문에 수익을 낮출 여력도 있고, 고객 차별화를 통해 특급에 초특급을 덧붙여 우회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며 기본요금은 낮출 수도 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과 외주화를 대폭 활용하여 인건비를 낮추어 그 여력이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철도 민영화의 반면교사인 영국의 요금추이를 보면, 규제된 요금인 정기권 요금은 유지하되 규제 밖의 요금인 비정기권과 특급의 운임은 대폭 올랐다. 그래서 영국의 철도 요금은 민영화 이후 107%나 인상되었고. 유럽 평균에 비해 30-40% 높은 요금을 영국 국민들은 지불하고 있다. 그래도 유럽의 철도 경쟁국들에 비해 영국의 철도산업 효율성 수준은 34%나 떨어진다고 영국 운수성은 자기비판하고 있다. 특히, 민영화 이후 최근에는 이용객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철도시설의 재국유화를 시도한 이후에 나타난 결과이며, 그 마저도 민영화 이전 만족도 수준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20년간 눈부신 철도산업 발전과정에서 기껏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영국철도를 모범사례로 들먹이는 안쓰러운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면 효율적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입증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시적으로 일반적인 요금을 약간 인하하고도 민간 기업은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철도산업 중 KTX만이 유일하게 수익성을 내고 있으며, 시설투자에 대한 최소 부담으로 최고의 밀집도를 보이는 지역에서 운행할 수 있는 알짜노선이기 때문이다. 기존 운영사인 철도공사는 시설투자 부채의 상당부분을 여전히 부담하고 있으며, 적자선인 지역선을 운영하고 있다. KTX의 수익으로 이 두 가지를 감당하는 악성 경영구조이다. 적자선인 지역선은 지역민의 교통 이용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 서비스일 뿐 아니라, 문전 수송이 가능한 도로교통에 근접하기 위해 간선 이용율을 높이는 데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수서발 KTX를 운영하게 될 민간기업은 이런 철도산업의 누적적자 요인으로부터 벗어나 알짜노선을 운영하게 되므로 대단한 특혜를 누리게 된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건설 부채를 충당하는데 쓰이는 선로사용료를 영업이익의 31% 수준으로 납부하는 한국철도공사에 비해, 민간 운영사에겐 40% 이상으로 의무화하여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선과 동일한 선로사용료를 납부하기 위해서도 민간기업의 수익률은 70%이상이 되어야 한다(현 철도공사의 영업이익률 40% + 선로사용료 31%(3000억)). 알짜 노선이긴 하지만, 초기 투자비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서 선로사용료를 더 많이 내는 건 쉽지 않다(그야말로 제대로 된 사업성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구나 다른 나라에 비해 선로사용료도 높게 책정되어 있어 반발의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도 최대한의 수익성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논리와 모순되기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행 선로사용료는 영업이익의 31%로만 정해져 객관적인 기준이 되지 못하는데, 그대로 유지한다면 공공철도면 상관없지만 민간 기업일 경우 문제가 생긴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에게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영업이익을 회수한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국민주를 발행한다고 하는데 투자자는 최대 수익을 거두려 하는데, 투자의 원리와도 모순된다.
그래도 워낙 황금노선이라 이익이 날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초기 투자비용 조달과 열차운영 편성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면서 민영화 명분을 추종할 것을 요구한다면 요금 인하, 선로사용료 인상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사적 이익의 논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의 행태를 제어할 수 없다. 민영화된 영국 철도에서 나타났던 보조금 폭탄, 규제받지 않는 요금인상, 비수익 운행시간의 감축을 통한 열차이용 편의성 감소라는 반공공적 결과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또한 철도망의 중추인 간선철도를 민간 운영의 원리에 맡기는 것은 간선과 지선이 네트워크로 얽혀 대중교통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철도산업을 죽이는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다. 민간기업이 알짜 수익선만 운영하며 초기 수익을 낸다면, 비교대상으로 비판받을 철도공사도 수익이 나는 열차운행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며 철도망의 기능은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착역: 분할 민영화가 아니라 공공철도 통합으로 나아가야 할 때
철도 선진국 대다수가 철도망의 중심인 간선을 공공철도로 유지하며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패한 민영화 사례를 추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철도정책은 비리와 특혜의 음습한 전례를 떠올리지 않고는 추진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할 민영화는 나아가 공공철도를 죽이는 정책으로 귀결되며, 철도산업의 전략적 가치는 훼손되고 철도망의 기능은 약화될 것이다.
우리 대중교통체계의 현실은 암담하다. 국토는 공공도로로 또 민자도로로 헤집힐 대로 다 헤집혀졌다.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까지 파헤쳐졌다. 지금 철도의 생태 친화성과 공공성, 쾌적성에 주목해서 철도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일 일이 이제 철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원주까지 고속선을 깔고 또 평창으로 연결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민자유치 경전철 사업은 국토 구석구석을 특혜와 세금 낭비의 합작품으로 점철해 놓았다.
지금은 소모적인 민영화 논란에 휘말릴 게 아니라, 참여정부 때 어설프게 이루어진 철도 구조개편을 보완하고 공공성 강화의 방향으로 재구성해야 할 시기이다. 당시 프랑스 공공모델을 흉내만 내고, 전략적 가치 부여 없이 어정쩡하게 건설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남겨 형식상 공공철도이지만 비정규직 양산과 외주화 확산, 민자사업 확대를 불러온 상업화된 공공모델로 귀착되었다. 한국의 철도 현실에서 정부의 투자 책임성 보장과 실질적인 책임경영제의 확립, 재정의 건실화, 경영실적의 투명화와 경영의 효율화를 보장하는 장치는 필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조직적 분리가 아니라 통합을 통해 회계상의 분리로 재편하고 건설부채를 해소하여 철도공사의 책임경영 기반을 확고히 하는 구조개편이 필요하다. 교통체계의 미래대안으로서 통일철도, 대륙횡단철도로 나아갈 기반을 구축하고 철도의 장점인 생태친화적 대중교통수단의 전략적 가치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철도 운영을 분할할 것이 아니라, 흩어진 철도, 지하철 사업을 통합하고 공공성을 강화하여 대중교통의 중추 네트워크로서 통합형 구조를 강화해 나가야 할 때이다. 통합형 공공철도의 대안을 가다듬기에도 아까운 시간에 특혜와 비리의 완결판이자, 철도산업의 특성도 무시한 채 근거 없이 추진되는 분할 민영화의 실험판을 벌이는 걸 지켜봐야 한다니…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3월호(제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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