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활협동조합이란
의료생활협동조합이란 지역사회의 지역주민들이 그들의 건강, 의료와 관련하는 생활상의 문제를 다루고자 조직된 주민의 자발적인 협동조직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임원들과 직원, 의사를 비롯한 의료전문가들과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하고, 지역사회에서 장애인, 노인 등 건강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등 건강, 의료에 관련한 여러 현안들을 스스로 해결하고자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예방보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주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여, 의료기관등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민주적인 지역주민조직을 말한다.
현행 의료보장제도의 문제
우리 나라는 1989년부터 전국민 보험화가 이루어져 어떤 형태로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왔다. 그러나 이렇게 제공되어지는 의료서비스는 양적으로나 질적 수준에서 미흡할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남아 있어 이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임종한과 이인동 등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잘 밝혀 놓았다. 요컨대, 의료서비스 공급체계에 있어서 공공부문과 시장경제에 의한 민간부문의 실패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지적되었다. 현행의 의료보장체계 하에서는 ①의료보험서비스의 단편성이나 부적절성, ②일차 의료의 낙후성, ③이중적인 의료비 부담 피해, ④질병예방체계의 미구축, ④이윤추구적인 민간중심의 의료공급 체계, 그리고 ⑥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정책혼선 등의 문제로 인해 양질의 서비스를 적기에 적절하게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사각지대에 속하는 인구집단에게는 제3의 의료안전망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복지와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
지역사회복지(community welfare)란 전문 혹은 비전문 인력이 지역사회 수준에 개입하여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제도에 영향을 주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일체의 사회적 노력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지역사회복지를 증진시키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역사회조직(community organization)이다. 지역사회조직이란 지역사회를 단위로 하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주민 스스로의 노력으로 지역사회의 공동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접근방법이다.
Rothman은 지역사회조직 사업의 유형을 지역사회개발(locality development), 사회계획(social planning) 그리고 사회행동(social action) 등으로 분류하였다. 이 가운데 사회행동은 지역사회내의 불이익에 처한 주민들에게 사회정의와 민주주의에 입각해서 보다 많은 자원과 향상된 처우를 그 지역사회에 요구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지역사회의 기존 제도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민권운동이나 복지권 운동, 소비자보호운동, 환경보호운동, 그리고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역사회조직의 원칙이란 주민 스스로의 욕구를 바탕으로,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제한된 복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참여와 선택의 권리를 추구하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이념이나 실천방법과 일치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은 사회복지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하에 지역사회조직방법을 적용한 지역사회복지사업인 것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의 국제 동향
의료생활협동조합은 1992년 일본 도쿄에서 제1차 세계 보건-의료생활협동조합 포럼을 개최하면서 국제적 교류가 시작되었다. 이 포럼은 스웨덴, 스페인, 미국, 브라질, 파나마, 인도, 스리랑카, 말레이지아, 일본 등에서 참가한 13개 조직의 대표들로 구성되었다. 의료생활협동조합 포럼은 세계 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 ICA) 대의원회 30차 포럼에서 처음으로 세계 협동조합중의 하나로 인정받았다.
제2차 보건-의료생활협동조합 포럼은 1995년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열렸고, 1996년 세계의료생활협동조합 기구(International Health Co-operative Organization : IHCO)가 남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에서 발족하였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1994년 스리랑카의 콜롬보에서 1차, 1996년 인도의 봄베이에서 2차 아·태지역포럼을 개최한 후, 1997년 네팔에서 아·태지역의료생활협동조합기구(Asia-Pacific Health Co-operative Organization : APHCO)가 탄생되었다.
보건과 사회 부조를 위한 생협은 전 세계적으로 수 천 개에 이르고 아시아 지역만 300개 이상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IHCO에 회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있는 10개의 의료생활협동조합들은 공식적으로 CCCS라는 연합회를 구성하여 IHCO의 일부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의 모색과 전개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은 앞에서 제기했던 현행의 의료보장제도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 보완하고 의료사각지대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모색되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운동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회적 분위기 즉, 80년대의 민주화와 사회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성숙된 시민권 의식과 의료소비자운동 등에 영향을 받으며 발아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은 1994년에 농촌지역인 안성에서 처음 조직되었고 뒤이어 대도시인 인천(1996)과 신흥 개발도시인 안산(1996)등에 설립되었다. 이들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특성을 비교하면 아래의 표와 같다.
| 비교기준 | 안성의료생협 | 인천평화의료생협 | 안산의료생협 |
| 설립지역 특징 | 농촌 | 대도시 | 신도시 |
| 설립 동기 | 농촌지역 의료봉사 | 산재 및 직업병 해결 | 지역환경보호운동 |
| 최초의 주체 | 농민회와 연세의대기독학생회 | 기독청년의료인회 | 시민의 모임 동의학민방연구회 |
| 주체의 성격 | 주민과 의료인 | 의료인->주민 | 지역주민->의료인 |
| 설립년도 | 1994년 4월 | 1996년 11월 | 1996년 9월 |
| 운영의료기관 | 농민의원(한,양방) | 평화의원(한,양방) | 새안산의원(한,양방)* |
| 조합원수 | 857세대 | 307세대 | 178세대 |
| 출자금 총액 | 3억1천만원 | 1억원 | 2천5백만원 |
자료: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제정 기념 심포지엄자료집」. 1999. 7. 의 자료를 참고로 필자가 작성하였음.
* 새안산의원 및 한의원은 2000년 7월 개원
한국 의료생활협동조합의 과제와 전망
앞에서 제시한 특성비교표를 중심으로 한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1) 설립 및 운영주체
주민과 의료인이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설립된 모델은 안정된 성장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안정되기까지는 이 운동을 전개할 수 있는 양심적이고 헌신적인 의료인들이 필요하다. 특히 조합 설립 초창기부터 주민과 함께 주체를 이루어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 주체는 개인보다는 단체조직이 참여할 때 보다 안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조합이 성숙하여 활성화되면 점차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참여기회와 폭을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2) 동기조성의 문제
한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이 발아된 것은 시민의 민주의식이 성장하였기 때문이지만, 시민들의 민주의식이 그들의 생활 속에 젖어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의료생활협동조합운동에 지역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강화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의료의 형평성이나 상품화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인도주의적 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동기를 조성하는데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기존의 의료보장제도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보건 예방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하게 개발하고 전문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동기를 자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의료(medical care) 서비스의 제공보다는 보건의료(health care)의 입장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해나가며, 건강한 의식을 가진 시민으로 자기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이끄는 지역사회복지적 차원의 프로그램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3) 지역 공통문제에 대한 의식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지역사회내의 모든 주민들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는 문제들을 찾아 알리고 그 해결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불편이나 잘못된 제도들―건강관련 시설, 건강을 해치는 관습이나 제도, 불량한 환경―을 그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 의식을 공유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4) 사회적 승인의 문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그 동안 합법적인 사회적 승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빈약했으나 1998년 12월 29일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1999년 2월 공포됨으로써 1999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한 비영리 법인으로 인정받고 지역사회의 건강 파수꾼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승인이란 합법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것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이 과연 지역주민들의 의료욕구와 건강보호에 대한 서비스를 충실히 담보해 줄 수 있는 조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참다운 사회적 승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5) 자원의 확보 문제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기초로 탄생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은 무엇보다도 인적자원의 확보가 중요하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는 그에 상응하는 권력의 나눔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조합의 운영과 의사결정구조에서 그리고 사업의 수행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누어 작은 힘이 모여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는 물적 자원의 확보를 위해 지역사회내의 자원을 동원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내의 유휴시설이나 자원들을 위탁 또는 이양 받아 해당 지역주민의 건강한 생활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기 위해 공공부문과의 협조체제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주는 사회복지적 함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은 건강을 지켜주는 주민 자발적 참여조직으로서 넓은 의미에서 사회복지를 향한 또 하나의 집합적인 노력인 것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주민들과의 협의에 의해 공공부문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보건 예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사회복지의 보완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정부의 실패(공공의료)와 시장의 실패(영리추구형 민간의료)의 현실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순전히 의료서비스만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유지시키기 위한 보건서비스 까지 포괄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생활협동조합은 서비스의 수혜자에게 낙인을 주지 않으며, 이에 참여하는 그 누구도 주체가 될 수 있는 조직이므로 주민의 자조정신을 최대한으로 존중한다. 그러므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최대한으로 인정하고 기회의 균등과 사회연대성을 강조하는 사회복지의 가치체계와 이념을 그대로 살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은 민주화와 사회정의의 실현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의료소비자 운동과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발전되어 왔다. 우리는 공공의료의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실패와 영리 추구형 민간의료의 제한에 대해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으로 지역사회복지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생활협동조합이 지역사회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운영주체, 동기조성의 문제, 지역 공통문제에 대한 의식, 사회적 승인, 자원의 확보와 같은 과제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강조한다.
참 고 문 헌
유수현. ‘의료전달체계에서 자발적 주민조직의 참여에 관한 연구: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회과학논총」. 제4집. 숭실대학교사회과학연구원, 2002.
이인동. ‘우리 나라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현황과 전망,’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제정기념 심포지엄 자료집」. 의료생활협동조합, 1999. pp. 18-25.
임종한. ’21세기 한국의 보건의료발전과 지역주민의 참여,’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제정기념 심포지엄 자료집」. 의료생활협동조합, 1999. pp.9-10.
최일섭·류진석. 「지역사회복지론」. 개정판. 서울: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pp.34-35.
Yoo, Stephen Soohyun. ‘Development of Korea Health Co-operatives and Its Implications as Community Welfare’. Proceedings in The 1999 Seoul International Conference of NGOs. 1999.
월간 <복지동향> 2002년 11월호(제49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