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1년 04월 2011-04-01   1766

칼럼-노란 먼지와 보이지 않는 먼지

Yellow orange sky - jonmatthew photography

노란 먼지와 보이지 않는 먼지

이태호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1.
매년 이른 봄마다, 황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황사의 미세한 입자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중금속까지 다량 함유되어 있다고 해서 걱정이 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올 봄에는 황사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서쪽에서 부는 바람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발생한 방사능재가 한반도로 곧바로 유입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하고 있다니까요.
이 기회에 황사에 덧입혀진 나쁜 이미지에 대해서도 재고해 볼만합니다. 사실,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한반도의 황토는 중국의 황사가 퇴적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 흔한 황토가 사실은 수만 년 동안 봄마다 불어온 황사바람의 선물인 셈이지요.

  
2.
바닷가 연안의 냉대림들은 대체로 울창합니다. 캘리포니아 인근의 주목朱木숲에는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수명 역시 2000년 이상된 개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 숲을 비옥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은 바다에서 올라온 영양분이라고 합니다. 매년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연어가 곰이나 날짐승에게 먹히거나 산란 후 죽어서 남긴 영양소들이 수만 년 동안 이 거대한 숲들을 살찌워왔다는 거지요. 


3.
이른 봄이면 섬진강에 가는 것이 제겐 통과의례처럼 된 지 오래지만, 올해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즈음 쌍계사 계곡엔 벚꽃이 흐드러지고, 그 앞 화개여울엔 은어와 황어, 그리고 뱀장어들이 봄 강의 부드럽고 따뜻한 물살을 거슬러 소상합니다.
몇 해 전부터 섬진강 연어 회유 복원사업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연어의 치어들은 은어나 황어와는 거꾸로 초봄에 강에서 바다로 나갑니다. 이 녀석들은 본디 찬 물을 좋아하기 때문이지요. 한번 바다로 나가면 2년~5년간 베링해협 인근 북서태평양의 바다를 떠돌다 다시 돌아옵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연어보다 더 신비로운 물고기는 뱀장어입니다. 연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어른 물고기가 모천母川을 찾아오는데 반해, 뱀장어는 그 반대입니다. 한국, 일본, 중국의 강에 흩어져 살던 어른 뱀장어들이 일제히 남서태평양의 심해로 모여들어 알을 낳으면, 이 때 부화된 버들잎 모양의 뱀장어 유생렙토세팔루스, leptocephalus들이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오는 1년 여의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자신을 낳은 어미들은 산란과 함께 모두 죽기 때문에 아무도 길을 안내해주지 않지만, 이들은 북적도 해류를 타고 서쪽으로 흘러가다가 다시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북상하여 중국과 한국, 일본의 강어귀에 다다릅니다. 


4.
적도 이북 태평양의 바닷물은 크게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행하는 해류를 ‘북태평양 해류’라고 하고 적도 북쪽을 따라 서쪽으로 흘러드는 해류를 ‘북적도 해류’라고 부른다는군요. 물론 이 물길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회오리 모양의 역류를 만들어 냅니다. 알래스카 인근에서 북태평양 해류의 일부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북상하여 다시 베링해와 연해주로 돌아옵니다. 북적도 해류의 일부는 필리핀 인근에서 ‘적도 반류’라는 물길과 만나 역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적도를 따라 동진하지요.
후쿠시마가 있는 일본 동북 지역의 앞바다는 북적도 해류를 돌아 북상한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와 베링해를 통해 역류한 차가운 ‘알류우산 해류’가 만나 다시 북태평양 해류의 큰 물줄기를 형성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바다 중 하나입니다.


5.
국립 수산과학원의 발표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바다로 흘러든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 바다를 오염시킬 가능성을 별로 없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누출된 방사능은 해양 표층수를 따라 북태평양 해류를 타고 아열대로 순환하는데, 다시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 돌아오는 기간이 2∼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그 과정에서 태평양 바닷물과 섞여 희석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바닷물에 관한 한 국립 수산과학원의 추측은 적중할 것입니다. 하지만, 국립 수산과학원도 이 해류를 따라가거나 혹은 역류하며 성장하는 물고기들이 한반도의 바다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걱정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구, 오징어, 고등어, 정어리같이 우리 식탁에 흔히 오르는 물고기들의 회유 경로조차 완벽하게 알려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6.
우리는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황토와 비옥한 숲에 고마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한세대 남짓 사용할 전력을 얻기 위해 만든 인공적인 시설물과 거기에서 발생된 방사능은 수만 년간 지구에 남아 우리가 현재로는 모두 예측하기 힘든 지구의 곳곳에서 뭇 생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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