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익활동가학교는 강의, 직접행동 기획 뿐만 아니라 사회 운동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 해당 의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체험하는 탐방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이번 공활 30기도 어김없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부터 <전쟁기념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까지 하루동안 긴 일정을 소화해내었어요. 전쟁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전하고 있는 장소에서 참가자들은 마음 다해 탐방에 참여해주었습니다. 그 날의 분위기를 박성준님의 글로 전해드립니다.
역사적 아픔에 마주하기
청년공익활동가학교 30기 참가자 박성준(평화디딤돌)
평소 뉴스와 책을 통해서만 접하던 우리 역사의 아픈 매듭들을 직접 마주하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수요일 정오의 춥지만 마음만은 뜨거웠던 수요시위 현장부터, 웅장한 전쟁기념관, 그리고 성산동 골목 끝에 자리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까지. 이 세 곳을 잇는 여정은 저에게 ‘과거의 역사적 기억을 넘어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 현장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매주 이어져 온 이 싸움의 현장에 직접 서니,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제가 딛고 있는 아스팔트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할머니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시민의 목소리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사죄를 넘어 다시는 이 땅에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세대를 잇는 강력한 ‘평화의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기억할 것”이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연대라는 것이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이렇게 같은 자리에 서서 마음을 보태는 것에서 시작됨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이어 방문한 전쟁기념관은 국가를 지켜낸 거대한 서사와 화려한 승전의 기록들이 가득한 공간이었습니다. 압도적인 크기의 무기들과 사진들을 보며 분단의 비극과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질문이 남았습니다. 국가라는 거대 서사 속에 가려진 ‘개인’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전쟁과 이념의 다툼 속에서 이름 없이 희생된 시민들, 그리고 전쟁의 폭력이 남긴 역사적 상황들을 전시하지 않고 승리의 역사만을 일방적으로 전시해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진실의 기록, 처참한 전쟁의 상황에서 반성에 대한 성찰이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방문했습니다. 주택가 속 숨겨진 박물관, 벽돌 담장을 따라 좁은 통로를 지날 때 발밑에서 들리던 자갈 소리가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할머니들이 지나온 험난한 세월을 소리로 재현하는 듯해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지하 전시실에서 마주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앳된 얼굴의 사진들은 세월이 지난 순간에도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전시의 끝에는 아픔을 이겨내는 회복과 공감을 목격했습니다. 할머니들은 본인의 고통을 넘어, 오히려 전 세계 분쟁 지역의 여성 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나비 기금’을 일구고 계셨습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식민, 이산, 분단을 겪은 한반도에서 평화는 단순히 ‘총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당사자 고통에 공감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전쟁없는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이어가는 것. 곧 ‘기억의 연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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