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2년 12월 2002-11-29   1219

2002시민운동가 송년좌담 차기정부 개혁과제 감시운동에 박차를

눈을 감는다. 그리고 한 해를 되돌아본다. 파노라마처럼 2002년이 지나간다.

민주당 국민경선, ‘악의 축’ 발언과 부시방한반대투쟁, F-X반대 국민행동, 지방선거, 여중생 사망사건 대응 그리고 대선. 두 번의 선거를 치르는 2002년은 어느 해보다 어수선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바쁘고 정신 없었던 2002년. 시민운동가들은 올해를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

정창수- 이런 말, 해도 되나? 전반기 평가할 때도 그랬는데 좀 비관적이에요. 특히 지방선거와 대선 활동을 평가해 보면 시민운동진영이 동력이 부족했다거나 성과가 미흡하다거나 좀 무력한 모습을 보인 게 아니냐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지요. 정치사회적 쟁점에 대해 주도권은 고사하고 하나의 주체도 못 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거고,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이 좀 반성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홍석인- 대선의 무기력한 대응은 시민운동진영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3자적 견지에서는 할 게 별로 없잖아요. 특히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볼 때 현 시민운동은 그들의 기대치를 넘지 못한 거죠. 어찌 보면 시민운동 스스로 묶어둔 딜레마에 빠져 활동성이 미약했던 한 해가 아닌가 싶어요. 이미 대선은 물 건너간 것 같고, 차기정부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박항주- 저는 환경운동가로서 올해를 평가할 때 여전히 우리는 거대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고, 생활정치나 시민들이 겪는 구체적 현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구나 싶습니다. 그 점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환경운동진영에선 올 지방선거에 50명을 출마시켜 15명이 당선되는 성과가 있었고, WSSD(리우+10회의) 회의에 전국 400여 명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큰 행사를 진행했지요. 그러나, 올해의 환경운동 주요쟁점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새만금, 동강 뭐 그런 큰 사회적 이슈를 만들지 못했지요. 대선이라 묻히는 분위기도 크고 말이죠.

채리미영 여성운동진영도 다소 우울한 평가를 하고 있어요. 군산 성매매업소의 화재사건이 올해를 끊는 첫 테이프였으니까 당근 심란하겠죠? 올해의 시민운동을 돌아볼 때, 주요한 현안에 대해 시민운동진영이 서로 어깨걸기를 했지만 결정적인 대오를 끌어내지 못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연대의 성과가 미진하다고 할까. 여성운동 쪽은 오히려 대선여성연대를 조직해 여성의 이슈를 전국화하는 데 다소 성공했다고 봅니다.

올해 가장 아쉬운 사안은 경제특구법

정창수 올해 시민운동은 각개약진 했던 한해였다고 봅니다. 그게 무의미하진 않지요. 다만 시민운동진영의 구체적 힘을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사실 환경연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활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현장에 진입한 시민운동가들이 의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얼마나 뛰고 있는지도 좀 봐야 하고.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연대회의의 역할 부재가 시민운동 내부의 문제는 아닌지 좀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박항주 저는 국감연대 같은 사안별 연대가 다시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나마 국감연대를 통해 해오던 의정감시활동이 사실상 구멍난 거죠. 국회 예결위, 농림위, 산자위 등 모니터조차 잘 안 되고 있잖아요. 주요한 정치일정에 시민운동이 개입해 목소리를 낼 거면 확실히 모니터 해야 한다고 봐요.

채리미영 여성운동 내부에는 ‘여성이슈로 연대가 될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죄다 이름만 걸어놓고 활동은 안 하잖아요. 대표적인 게 호주제 폐지운동이에요. 그런 면에서는 시민운동진영이 연대활동을 할 때 사안마다 모두 연대를 할 게 아니라 어디에 집중하고, 어디를 분산할 거냐 하는 분명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홍석인 올해 가장 아쉬운 사안은 ‘경제특구법 제정’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법안의 폐기를 위해 시민사회운동진영이 모두 달라붙었어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법안이 통과되면 여성은 물론 환경, 조세, 노동 등 전 분야에 걸쳐 국민 생존권이 위기로 내몰릴 징후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연대하지 못했고, 노동계의 사안인 것처럼 넘어갔지요. 이런 부분은 우리가 좀 기민하게 대처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창수 시민운동은 이번 대선을 정책선거로 이끌자고 주장했습니다. 네거티브 전술이었던 낙선운동에 비하면 너무 얌전한 전술인 거죠. 그래서인지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보면 시민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참여 모델을 만들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홍석인 이번 대선에서 시민운동이 강력하게 밀고 있는 것은 정책선거와 돈 안 쓰는 선거입니다. 특히 각 후보마다 대선자금을 공개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투명한 선거문화 만들기에 일조하는 거라고 판단해요. 또한 2030 투표참여를 이끌기 위한 부재자투표소 설치 운동은 잠자는 유권자를 깨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참여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가지고 거짓말하지 맙시다!

채리미영 이젠 차기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 모니터해야 하는 단계로 갔는데요. 저는 각 당 후보가 내세운 공약을 꼭 실천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육예산 늘린다고 공개선언 했으면 당연히 보육예산을 늘려야 합니다. 만일, 약속 불이행하면 반드시 보복할 거라고 꼭 써주세요. 하하하.

박항주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 만들기에 주력했으면 좋겠고, 핵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말았으면 합니다. 대형 국책사업은 이제 그만하라고 주장하고 싶어요. 수도권 집중화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합니다.

정창수 예산감시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차기정권은 좀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모두 감세 주장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겠다고 말합니다. 이게 가능합니까. 돈 가지고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얘기합시다!

홍석인 대통령 후보자들 공약집 낸 거 보셨나요? 100대 정책과제 이런 건 과거의 것과 다를 게 별로 없어요. 단체들이 모여 분서갱유를 한판 해야 정신을 차릴지 말지. (모두 웃음) 이제 시민운동이 할 일은 차기정부 개혁과제 실천의지를 모니터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만 무성했던 바를 얼마나 실천하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합시다! 내년엔 정말 잘합시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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