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인간세계는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섯 가지 삶의 형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여섯 가지 삶의 형태는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人間), 천(天)이다. 지옥은 경설(耕舌) 지옥, 검수(劍樹) 지옥, 확탕( 湯) 지옥, 거해(鋸解) 지옥 등 136가지 종류가 있다. 경설 지옥은 소가 밭을 갈듯이 혀를 뽑아 쟁기질을 하는 것을 말하고, 검수 지옥은 칼이 꽂혀 있는 산을 맨몸으로 걷도록 하는 형벌이다. 확탕 지옥은 펄펄 끓는 기름 물에 죄인을 집어넣어 삶는 것을 말하며, 거해 지옥은 죄인의 몸을 커다란 톱으로 자르는 끔찍한 심판이다. 아귀는 물과 음식을 먹으려 들면 불이 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늘 허기와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는 귀신이다. 아귀는 그리스 신화의 탄탈로스를 떠오르게 한다. 탄탈로스는 제우스의 아들이었으나, 신들의 음식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는 이유로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굶주림과 갈증으로 고통을 받는 형벌을 받았다. 그는 늪 속에 던져져 목까지 잠기게 되었다. 신들은 그의 머리 위에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과일이 열려 있는 나뭇가지를 대롱대롱 매달아 놓았다. 그러나 탄탈로스가 물을 마시려고 하면 물이 입 아래로 내려가며, 손을 뻗쳐 과일을 따려고 하면 나뭇가지는 위로 올라가고 만다. 축생은 소, 돼지, 말, 개 등의 가축으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아수라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이며, 인간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천(天)은 사왕천,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낙변화천, 타화자재천 등의 천상 세계를 말한다.
불교의 저승관
중생들은 이승에서의 업(業)에 따라 육도윤회(六道輪回)를 되풀이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육도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하면 극락세계로 가게 되는데, 그곳은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파라다이스와 비슷한 곳일 것 같다. 물론 불교의 극락정토는 서쪽에 있으며, 기독교의 낙원은 동쪽에 있다고 하니 서로 정반대 방향에 숨겨진 유토피아가 있는 셈이다. 사람이 죽은 후 다음 세상에 태어날 때까지를 중유(中有) 또는 중음(中陰)이라 부르는데, 그 기간이 49일이라고 한다. 불교 신자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으로 보내려고 천도재(薦度齋)를 지낸다. 천도재 중에서 중음의 기간이 끝나는 때를 맞춰 지내는 49재는 가장 널리 알려졌으며,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49재는 꼭 지내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불교의 저승관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감제사자라고 불리는 저승사자를 제일 먼저 만나게 된다. 저승사자는 죽은 사람을 명부(冥府)에 있는 10명의 왕 앞으로 데리고 가서 심판을 받게 한다. 죽은 지 7일째 되는 날에 진강대왕에게 심판을 받으며, 14일째 되는 날 초강대왕, 21일째 되는 날 송제대왕, 28일째 되는 날 오관대왕, 35일째 되는 날 염라대왕에게 심판을 받는다. 염라대왕은 머리에 책을 이고 있는데, 그 책 속에는 죽은 사람이 이승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만일 죽은 사람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업경대라는 거울을 통하여 생전의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42일째 되는 날은 변성대왕, 49일째 되는 날은 태상대왕, 100일째 되는 날은 평등대왕, 1년째 되는 날은 도시대왕, 3년째 되는 날은 오도전륜대왕에게 심판을 받고 여섯 가지의 길 중에서 하나로 영혼의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6세기경 중국에서 불교의 지장신앙과 도교의 저승관, 유교의 3년 탈상제도가 결합하여 형성되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빠진 중생을 모두 구제할 때까지 부처가 되기를 스스로 포기한 보살이며, 죽은 사람을 심판하는 시왕들은 도교의 저승세계를 주관하는 신들이다. 지장보살은 지옥문을 깨뜨릴 지팡이(석장)와 암흑세계를 비추어주는 보주를 들고서 중생들을 구한다. 지장 신앙은 그리스 신화에서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하데스나 지모신(地母神) 데메트르, 이집트 신화에서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오시리스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후세계를 땅속 깊은 어두운 곳으로 단정했던 사고체계가 동서문명 교류를 통하여 인도의 토착적인 지모신(地母神) 신앙과 결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장보살의 왼쪽과 오른쪽에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이 보좌하고 있다. 도명존자는 당나라의 승려로 저승세계를 다녀와서 명부(冥府)의 생김새를 세상 사람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얘기는 당나라의 장천이라는 승려가 가짜로 만들어낸 「불설예수시왕칠생경」을 통해 꾸며진 내용이다. 무독귀왕은 중국의 도교에서 저승세계를 관장하는 왕이다.
혼(魂)과 백(魄)
한편 7일(1주일)을 단위로 심판을 받고 제사를 지내는 풍습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세계의 시간관이 인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고유한 시간관념은 한 달을 열흘을 단위로 나누어 상순, 중순, 하순으로 구분했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혼(魂)과 백(魄)으로 분리되어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형체인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죽은 조상의 혼을 위하여 사당(廟)을 만들고, 백을 위하여 무덤(墓)을 만들어 조상을 숭배하도록 하였다. 사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모시고 제사를 하는 곳이고, 무덤은 몸의 형체인 백을 묻어 모시는 곳이다. 유교에서는 초상(初喪)을 치른 다음, 1년 후에 지내는 제사를 소상(小祥)이라 부른다. 3년 후 지내는 제사를 대상(大祥)이라 하는데, 대상을 지낸 후 상복을 벗었기 때문에 탈상(脫喪)이라 불렀다.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공간은 지금 여기!
죽은 사람은 10명의 왕에게 7일마다 7번, 그리고 100일 후, 1년 후, 3년 후에 각각 1번씩 모두 10회의 심판을 받은 이후에 극락이나 지옥으로 가게 된다. 10번의 심판을 받을 때마다 천도재를 지내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한다. 육도윤회를 떠나기 전에 죽은 사람이 잠시 머무는 공간을 명부(冥府)라고 불렀는데, 명부는 중세 기독교에서 사후에 심판을 받으려고 잠시 머물러야 하는 공간으로 설정했던 연옥과 비슷하다. 중세 사람들은 죽은 후 연옥에서 심판을 받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생각했으며, 성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사면 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러한 중세적 사고체계 속에서는 성직자들의 재량권이 남용될 우려가 컸다. 실제로 불교나 기독교의 성직자들이 각종 공양이나 의식 또는 면죄부를 통하여 경제적으로 지나친 치부를 하여 사회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종교개혁이 일어났음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지옥세계는 죽은 사람보다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겁주고 협박하려고 만든 가상의 세계가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는 여섯 가지 삶이나, 있는지 없는지도 불확실한 극락이나 천당 또는 지옥이 아니라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의 삶이 아닐까?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나으며, 죽어 석 잔 술이 살아 한 잔 술만 못하다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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