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평화는 아직 멀었다”
글 사진 김재명 <프레시안>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인류역사는 ‘전쟁으로 피를 흘려온 역사’ 곧 전쟁사라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숨을 쉬는 21세기는 어떠할까.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21세기도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고, 국가들은 저마다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무기를 사들여온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아랑곳없이 군비경쟁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 한국도 군비경쟁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국방비 세계 12위, 무기수입 세계 3위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최근 펴낸 2010년도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은 지구촌에서 얼마만큼의 전쟁이 벌어졌는지, 얼마나 많은 군비를 지출했는지, 지구상에 핵무기는 몇 개나 있는지를 보여준다.(www.sipri.org/yearbook 참고).
2009년 군사비, 전 세계 인구 1인당 224달러
전쟁연구자들은 일반적으로 전쟁을 가리켜 ‘1년 동안 1천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적대적 행위’로 규정한다. 전쟁 희생자 1천 명 속에는 전투원은 물론 비전투원인 민간인이 포함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옛 소련이 붕괴된 1990년대 전반기엔 지구상에서 해마다 30개쯤, 그리고 1990년대 후반기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은 15~20개쯤의 전쟁이 벌어져왔다.
SIPRI <2010년도 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년 동안 사망자 1천 명 이상을 낸 전쟁은 전 세계에 걸쳐 모두 17개가 벌어졌다(2008년 16개, 2007년 14개, 2006년 17개, 2005년 17개, 2004년 19개). 지역별로는 △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인도(카슈미르 분쟁), 파키스탄, 미얀마(버마 카렌족 분리운동). 필리핀(민다나오 지역), 스리랑카(타밀 엘람 반군) △중동에서는 이라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터키(쿠르드족 분리운동) △아프리카에선 르완다, 소말리아, 수단, 우간다 △미주대륙에선 미국, 콜롬비아, 페루 등이다. 미국은 지난 2001년 이래로 아프가니스탄과 2003년 이래로 이라크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다. 21세기 유혈분쟁의 특징은 미국-이라크, 미국-아프가니스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몇몇만 빼고는 대부분이 내전이다. 2000~2009년 10년 동안 한해에 1천 명 이상의 전쟁 희생자를 낸 유혈분쟁지역 30개 가운데 단지 3군데를 뺀 나머지는 모두 내전을 치렀다.
전 세계에 평화가 깃들어 모든 나라가 국방비를 줄이고 그 돈을 복지사업이나 문화 사업에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구촌의 평화를 기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군비축소 하면 떠올리는 구절이 “칼을 쳐서 보습(쟁기 끝에 붙은 쇠붙이)을 만들고 창을 쳐서 쟁기를 만든다.”는 것이다. 성서 미가서에 나오는 이 구절은 전쟁상태를 끝장내고 평화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뜻한다. 2010년도 SIPRI 연감을 들여다보면, 거꾸로 보습을 녹여 칼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200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군비지출은 1조 5천3백 10억 달러. 그야말로 엄청난 돈이 군사비에 쏟아 부어졌다. 전 세계 인구로 나누면 1인당 224달러. 전년도인 2008년에 비해 5.9% 늘어난 규모이고, 2000년 이래 지난 10년 동안 무려 49%가 늘어났다. 지구촌이 글로벌 경제위기와 만성적인 빈곤 퇴치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도, 군사비 지출만큼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은 2009년에도 가장 많은 군비를 지출함으로써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액수는 무려 6천 610억 달러. 이는 전 세계 군비지출액의 43%를 차지한다. 2008년에 견주어 미국은 무려 470억 달러의 군비지출액을 늘렸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을 2배로 늘리면서 그곳에 투입되는 군비지출이 이라크 주둔비용을 넘어섰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비를 지출한 국가들은 2위 중국(1천억 달러, 추정), 3위 프랑스(639억 달러), 4위 영국(583억 달러), 5위 러시아(533억 달러, 추정)로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꾸준히 늘어나는 재래식 무기 거래액
한국은 지난해 241억 달러(전 세계 군비지출액의 1.6%)로 브라질(261억 달러)에 이어 12위에 올랐다. 한국인 1인당 군비지출은 499달러로 전 세계 평균(224달러)보다는 2배가 넘는다. GDP(2008년) 대비 군비지출의 비중은 2.8%. 놀라운 것은 2000~2009년 10년 동안 한국의 군비지출 규모가 48.2%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일본의 군비지출 규모도 놀랍다. 일본은 2009년에 510억 달러로 한국보다 2배 이상의 군비를 지출했다(세계 6위). 경제대국인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동북아시아의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지, 군비경쟁을 부추길 것인지는 논란거리다.
SIPRI 연감은 전 세계에 걸친 주요 재래식 무기 거래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5~2009년에 걸친 무기 거래액은 앞선 5년 동안(2000~2004년)보다 22% 늘어났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수업체들은 무기수출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SIPRI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2005-2009년 5년 동안 중국(1위), 인도(2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무기를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무기의 3분의 2(66%)를 미국에서 들여왔다.
지구촌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핵무기 감축, 나아가 전면폐기는 평생 이루지 못할 꿈일까. SIPRI에 따르면, 현재 8개 국가들(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모두 2만 2천 6백 개의 핵무기를 보유중이다. 그 가운데 2천 개는 단지 몇 분 안에 목표를 향해 발사될 채비를 갖춘 상태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에 이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했던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몇 개나 갖고 있는지는 논란거리다. SIPRI는 영변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했을 경우 북한이 6개쯤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강대국들도 핵무기 감축 폐기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핵무기 숫자를 줄이고 나아가 모두 없애야 한다는 데 지구촌 평화주의자들이 더욱 큰 목소리를 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IPRI 연감의 결론은? “지구촌 평화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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