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2년 07월 2002-07-02   874

청소년과 시민이 만나면?

방학 맞는 중.고생들에게 시민운동 체험기회 늘려야


“저는 ○○ 중학교 학생인데요. 수행평가 때문에 물어볼 게 있어요. 이 단체에서 하는 일과 목적, 업적, 그리고 위치를 알고 싶어요. 제발 부탁인데,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제 이메일로 좀 보내주세요. 무지하게 급해서 그러는데 오늘 중으로 보내주세요.”

시민단체 홈페이지 찾는 중·고등학생들

요즘 웬만한 시민단체들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수행평가나 숙제를 이유로 중·고등학생들의 질의와 자료요청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어떤 날은 이들의 글로 게시판이 도배되다시피 한다. 장차 시민사회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시민단체의 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워낙 광범위해서 간단히 답변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뜩이나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해당단체의 홈페이지를 조금만 눈여겨보면 손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인데도 어떤 노력도 없이 질문부터 올리는 학생들을 볼 때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녹색연합 시민참여국 정명희 국장은 “중·고등학생들이 수행평가나 숙제로 글을 올리는 시기는 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다. 그때가 되면 하루에도 수십 건씩 비슷한 질문이 올라온다. 그러한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 주다가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설립목적, 활동내용 등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알 수 있는 것은 따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이 어리기는 하지만 그 역시 시민이고, 몇 해가 지나면 그들 역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온전한 시민이 되어 시민사회를 이끌어 갈 재목들이다. 이들의 질문이 맹목적이고 무성의하다고 해서 묵살해 버린다면 미래의 시민사회 역량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시민단체들은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시민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단체들의 활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시민운동의 바탕을 넓히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시민운동 모색

참여연대 시민사업국 김창엽 간사는 “게시판을 찾는 학생들에게 답변을 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아이들이 직접 시민단체 활동을 체험하고, 시민운동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민운동의 필요성과 활동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게시판에 질문만을 올리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단체를 찾아 정보를 얻고자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의 경우 직접 사무실을 찾는 학생들의 수가 4월 55명, 5월 166명에 이르렀다. 김창엽 간사는 “사무실을 찾는 학생들은 시민단체의 활동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간단한 자원봉사활동 등을 통해 몸으로 체험함으로써 시민운동에 대해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단체를 다녀간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에 놀라워하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학생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무실을 찾는 학생들에게 참여연대의 활동을 알리는 데서 더 나아가 교사들과 연계하여 학생들에게 시민운동을 알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테면 중·고등학교에 마련된 특별활동 시간에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이 강사로 나서 자신들이 속한 단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학생들이 시민단체에서 하루 동안 수업을 하면서 시민운동을 경험하는 방법도 타진하고 있다.

녹색연합 역시 각급 학교의 교과과정에 포함된 시민사회영역 부분과 연계해 자기 단체의 활동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녹색연합은 방문을 원하는 학생들이 있을 경우 매주 금요일 오후 3시에 사무실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한 사무실을 생태학습장으로 꾸며 학생들이 살아있는 환경학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경실련의 젊은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다음카페에 만든 ‘글 쓰는 남자’도 ‘NGO Q&A’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고생 눈높이에 맞는 시민운동 필요

시민단체들이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시민운동을 알릴 수 있게 되려면 담당교사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사들의 시민사회나 시민운동에 대한 이해는 그리 높은 편이 되지 못한다. 녹색연합 시민참여국정명희 국장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나 사무실을 직접 찾아오는 아이들의 경우 시민단체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없을 때가 많다. 과제를 내는 교사부터 시민단체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듯 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명고등학교 사회교사 이효건 씨도 “교사들 대부분이 우리나라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고, 수행평가나 숙제도 효과적으로 시민단체를 이해하는 방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담당교사나 교장의 판단에 따라 일주일에 두시간씩 배정돼 있는 특활시간 등을 이용해 시민단체의 활동가를 초청해 학생들에게 시민운동에 대한 강의를 할 수도 있겠지만 일률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지않아 중·고등학교는 방학에 들어간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는 시민단체 방문 및 체험 등의 과제가 주어지기도 한다. 또한 고등학생들은 학년마다 20시간씩 모두 60시간 동안 의무적으로 자원활동에 참여하여 내신에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국가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자원활동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비영리 시민단체에서의 자원활동도 인정하고 있다. 시민운동단체들은 방학을 맞아 자원활동을 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찾을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차 시민사회의 주역이 될 학생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시민운동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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