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13년 02월 2013-02-14   2499

[읽자]교육 3주체, 따로 또 같이

교육 3주체,
따로 또 같이

 

박태근 알라딘 인문MD가 권하는 1월의 책

 

학생, 부모, 교사를 교육 3주체라 부른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막상 이들이 편안하게 마주서는 날은 졸업식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나는 고등학생 때 학생회 임원으로 목소리깨나 높이고 다녔는데, 운이 좋게도 마침 우리 학교가 무슨 시범학교인가로 선정이 되어서는 두어 달에 한 번씩 학생, 부모, 교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학교생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첨예하게 부딪친 두발 문제보다 기억에 남는 건, 각자 지레짐작했던 서로의 생각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니 돌아보면 꽤나 앞선 정책이었고, 그때를 빼면 막상 서로와 그만큼의 대화를 나눠본 경험이 별로 없다. 이렇듯 소통하지 않는 교육의 3주체는 지금 어떤 현실을 마주하며 각자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걸까.

 

201302_참여사회2월호

 

어른이 되지 못한 대한민국 부모
“아 씨발, 어제 지(아빠)한테 인사 안 했다고 뭐라고 막 지랄하는 거야. 너는 아빠가 퇴근하고 왔는데 인사도 안 하냐고. 근데 내가 지랑 친하지도 않은데 인사를 해야 해? 웃기지 않냐?”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친구에게 하는 말이다. 이들의 대화에서 엄마는 보통 ‘미친년’으로 불린다. 『대한민국 부모』는 부모와 아이들이 마주한 거대한 벽에 각자가 남겨놓은 낙서의 흔적들을, 수많은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선명하게 살려낸다. 엄마의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기력으로 저항하는 아이, 가장 어른답지 못한 어른으로 자기 부모를 꼽는 아이 등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부모가 실종된 한국 가정의 자화상을 차례로 살펴간다.
엄마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건다. 아이가 자기 삶의 증거이자 복제물이다. 그렇게 텅 빈 자신을 채우기 위해 아이를 길들여 삼켜버린다. 아버지는 무섭고 엄한 사람이 아니다. 돈 버는 기계로 여겨질 뿐 아니라 그 돈도 제대로 벌어오지 못해 엄마에게 구박을 받는 찌질이일 뿐이다. 자식에게 성공을 강요하며 현실을 유예시키듯 부모도 자식의 성공을 위해서라며 자신의 삶을 소멸시킨 결과다.
이 책은 아이가 독립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른이 되지 못한 부모는 서로를 사랑할 수도, 자녀를 보듬을 수도, 제 삶을 감당할 수도 없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부모를 둔 아이가 자존감을 키우기란 어려운 노릇 아니겠는가.

 

교육이 불가능하다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해야 한다면, 교사는 학교에서 독립해야 하는 걸까?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은 교육이란 상품을 시장에 내놓고 교사를 교육 판매자로,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 구매자로 만드는 교육 시장화를 비판한다.
그리고 교사들에게 오히려 무능한 교사, 그러니까 체제가 요구하는 내용을 유능하게 처리하는 기능인이 아닌 ‘체제 속의 이방인’이 되라고 말한다. 낙오될까 걱정하는 불안감과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강요된 교육의 의미와 규정된 교사의 일에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세 달여의 강의를 묶어낸 이 책은, ‘교사형 인간’이 아닌 교사로 살아가는 방법, 철수도 옳고 영희도 옳다는 허울뿐인 중립에서 벗어나 자기 가치와 주관을 드러내는 방법, 교육 불가능의 시대(학교 안에 여전히 희망이 있다는 기만적 태도에서 벗어나 교육 불가능을 인정하는 데부터 성찰과 변화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교육 운동의 방향을 가리키는 용어)에 교사로 산다는 것의 의미 등 요령보다는 통찰을, 섣부른 희망보다는 정직한 절망을 일깨운다. 학벌 의식의 내면화, 공론장 부재, 관료주의, 자기 감시 등 교사 사회에 뿌리내린 집단적 습성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그보다는 불의의 시대에 맞서는 최소한의 양심과 상식, 즉 불온함을 나누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이제 학생들을 만나볼 차례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학교에 없다. 밀양 송전탑과 탈핵희망버스, 생명과 평화가 짓밟히는 강정마을 등 첨예한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외면하지 않을 권리』는 현실과 분리된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교과서에는 없는 진짜 세상을 만난 청소년의 이야기다. 그저 투쟁 현장 한편에서 자리를 지키는 일에서 정책을 바꾸기 위해 토론회를 열거나 길거리 선전전을 벌이는 일 까지, 각각이 겪은 상황과 경험의 층위는 다르지만, 스스로 느낀 문제의식을 붙잡고 구체적인 현장에서 확인, 조율, 실현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비로소 시민이 되었다. 대견하다며 칭찬하는 어른들에게 이건 기특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도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당당히 밝힌다. 여전히 투쟁 현장에서는 “어린 것이 공부나 해라”와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라는 생뚱맞은 비난을 받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학교 명예 더럽히지 말라”며 징계를 받는 그들은, 성적과 대학으로 자기 계급을 변화시키는 데 안주하지 않고 그러한 계급 사회에 균열을 내기 위해 오늘도 싸운다.

 

학생, 부모, 교사가 서 있는 현실이 무척 비슷하고, 각자가 마주한 과제를 해결하느라 서로를 살피기 어려운 상황이란 걸 새삼 깨닫는다. 서로가 나만큼 힘들다는 걸 이해하고, 상황을 풀어가는 게 녹록지 않음을 인정하고, 어쨌든 각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어주고 응원하는 일이 먼저다. 학생이라면 교사와 부모의 이야기를, 부모라면 학생와 교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교사라면 부모와 학생의 이야기를 돌려가며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박태근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대한민국 부모』,
이승욱 신희경 김은산 지음, 문학동네

『불온한 교사 양성과정』,
홍세화, 진웅용, 정용주, 이형빈, 이상대,
이계삼, 안정선, 조영선 저, 교육공동체 벗

『외면하지 않을 권리』,
한다솜, 조우경, 정윤서,
이지훈, 유호준 저, 교육공동체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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