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MBC는 할 말이 없다
이용마 MBC 해직 기자
글 황지희 현대도시여성
사진 박영록 사진가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MBC 이상호 기자가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파업에 참가했던 최일구 앵커는 직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브런치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소식에 시청자들은 할 말이 없다. 무너진 자존심에 MBC 직원들도 말을 아낀다. 과연 MBC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일련의 사건들은 어떤 의미일까? 앞으로 MBC에는 어떤 일이 생길까?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2년 3월 20일. 입사 15년 3개월 21일 만에 해직 당한 이용마 기자,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을 1월 15일 참여연대에서 만났다.
그의 휴대전화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수십 차례 울렸다. 인터뷰를 진행한 시간이 이상호 기자가 해직 통보를 받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날은 검찰이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MBC 김재철 사장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 날이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비슷했던 모양인지, 이용마 기자는 비슷한 답변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개인적인 질문부터 먼저 던졌다.
왜 기자를 직업으로 선택했나. MBC에 입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고, 고시를 준비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생각이 점점 변했다. 87학번이라 급변하는 국내외 사회 변화를 지켜보면서 달라진 것 같다. 사실 MBC에 들어올 때는 이곳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오히려 입사 이후 애정과 자부심이 생긴 편이다.
주로 어떤 기사를 써왔나.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서를 두루 취재했지만 주로 사회문제를 많이 썼다. 문화부에 있을 때는 마침 안티조선운동이 활발한 시점이라 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 안티조선운동 취재를 맡기려고 문화부에 특파됐다는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기억에 남는 건 삼성 관련 기사다. 현재 삼성전자 부사장인 이재용 씨 관련 기사가 이슈였다. 편법 상속 문제가 1997년에 발생했고, 공소시효가 7년이라 2004년까지 처리해야 되지만 검찰의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당시 검찰 출입하면서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썼다.
당시의 취재 분위기를 이야기 해달라.
삼성 관련 기사를 쓰면 아침에 회의할 때는 <9시 뉴스> 보도 순위 상위에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뒤로 밀린다. 그러다가 정작 뉴스가 시작되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기사를 빼버리고 아침 뉴스로 넘긴다든지, 기사가 아예 빠진다든지 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데도 MBC는 그나마 삼성 관련 기사를 많이 다루는 편이었다. 다른 언론사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기자들한테 물어보면 써봐야 뉴스로 나오지 않으니 괜히 분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식의 답변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사내 게시판에 ‘삼성공화국’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사태를 정리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게시물 때문에 라디오 편집국으로 쫓겨났었다.
그랬다. 적어도 시청자들은 노무현 정부 이후 언론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세상이 왔다고 느꼈다. 정치보다는 자본이 언론을 장악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 MB정권 이후 이제 한물간 주제라고 여겼던 고민, 어쩌면 무감각해진 화두가 다시 나온 셈이다.
MB정권을 겪고 보니 의문이 생긴다. 역대 정권이 언론에 계속 개입해왔지만 MBC가 건강한 조직이라 그것을 지켜온 것인가? 아니면 MB정권만 유독 압력을 넣는 것인가?
DJ정부까지는 약간의 압력이 있었지만 노골적이지 않았다. 당시 MBC 간부들은 기사를 작성할 때 매우 신중했고, 일방적인 정부 찬양 기사를 지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당시 기자 총회에서 청와대 출입 기자가 ‘청와대에 출입하고 있지만, 정권에 대한 비판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기자들 앞에서 공표했을 정도다. 노무현 정부 때는 그런 압력이 거의, 아니 전혀 없었다. 언론 자유가 만개했던 셈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권력의 언론 개입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었나?
당시에 언론 자유를 막는 세력은 정부가 아니라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이었다. 그런데 MB정부가 들어온 후 엄기영 사장 재임 기간부터 다시 정부의 압력이 시작됐다. 예를 들어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사과 요구, 보도본부장 교체 요구 등 많은 압력이 들어왔다. 그러나 다행히 당시 방송문화진흥회에는 야당 추천 인사들이 다수였기 때문에 보호가 됐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김재철 사장이 취임했을 당시에는 방송문화진흥회 구성원이 바뀌어 있었다. 여당이 더 많았다. 이후 노골적으로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개입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인사 문제에도 개입했다. 엄기영 사장이 2년 만에 중도 사퇴한 것도 방송문화진흥회의 압력으로 인한 것이었다. 김재철 사장은 MB의 최측근으로 취임 이후 MB와 이심전심으로 일했다.
김재철 사장이 아니었으면, MBC에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그렇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현재 방송문화진흥회가 여당 추천 인사 6명, 야당 추천 인사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 어떤 사장이 왔어도 방송문화진흥회의 의사를 거스른 행보를 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총선과 대선이 있었다. 중요한 선거가 두 번이나 있으니 편파성이 더 강했다.
김재철 사장 임기가 1년 남았다. 내부에서는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이제는 박근혜 당선자의 뜻에 달렸다. 지금까지 김재철 사장의 최대 목표는 임기를 마칠 때까지 버텨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의 경우 MB와는 최측근이지만, 박근혜 당선자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잔여 임기가 보장된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지난해 말에 이근행 PD와 정대균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특별 채용 형식으로 복직시킨 것은 김재철 사장이 박근혜 당선자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MBC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있으니 잔여 임기를 보장해 달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혹시 내부에서 물망에 오르는 다음 사장 후보가 있나?
MBC 주요 간부들을 MB 라인과 박근혜 당선자 라인으로 나눈다면, 대부분 MB 라인이다. 그래서 특별히 떠오르는 후보는 없다. 지금 MBC 직원들은 김재철 사장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웃음)
대통령 선거 이후 <뉴스타파>, <국민TV방송(가칭)> 등 대안 언론의 회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 새로운 언론에 대한 희망이 이런 움직임을 낳은 걸까? 거꾸로 해석하자면, 문재인 후보로 대표되는 진보 세력의 패배의 원인을 기존 언론이 공정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까?
대선 결과, 어떻게 해석하나. 기존 언론이 두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정보도 기사를 검증 하는 정보도 너무나 많다. 그보다는 선거 전략의 실패다. 노무현 대통령 선거 이후 서울시장 선거까지, 진보 대 보수의 구조가 형성됐다. 노무현 대선 시기에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과 기대가 강해서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부각되는 것이 선거 전략에 유효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이기기 위한 어떤 전략도 없었다. 단지 진보 대 보수의 구조에만 집착하고 문재인만 내세웠을 뿐이었다. 적어도 의료비 상한제 등 복지 공약 등을 내세웠다면 정책 경쟁이라도 되었을 것이다.
대안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어떻게 보는가?
걱정이 많다. 우리가 파업 기간에 파업 이유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말 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인터넷으로 라디오 생방송을 했고, <무한도전>도 방송했다. 드라마 빼고는 다 해봤다. 그럼에도 파업의 이유를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이었고, 지금도 우리가 중간에 파업을 했는지 모르는 시청자가 많다. 공중파 방송이 건강해지는 게 우선이다. 대안 언론은 힘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이상호 기자는 해고 통보를 받은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금요일(18일)부터 ‘논개 프로젝트’ 시작합니다. 전국을 도보로 걸으며 지역 현안과 민원을 취재합니다. 제보 받습니다. 제 꿈을 이뤄주신 김재철 사장님, 함께 걸어요”라는 글을 올렸다. 김재철 사장이 퇴임할 때까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의미다. MBC 파업 이후 MBC 해고자는 2013년 1월 현재 총 15명.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해고는 시대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곧 해직 1주년이다. 어떻게 살고 있나?
퇴직금도 나왔고 노조에서도 일정 부분 도와주고 있어서 생활이 매우 힘들지는 않다. 다만 만나는 사람마다 너무 위로를 해주셔서 오히려 사람 만나는 게 힘들다(웃음). 특히 대선 이후에 그렇다. 상처받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상처 받은 것 맞다.
해직된 직원들에 대해 노조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
해고 무효 소송을 하고 있다. 사측의 해고 이유가 업무방해 혐의, 사내 질서 문란 혐의 등인데, 말이 안 된다. MBC 파업은 공정 방송을 이유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2012년 파업은 한국 언론사에 큰 기록을 남겼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것도 부당하지만, 공정 방송을 위한 파업의 정당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반드시 복귀되어야 한다. 좋은 판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나 전망이 어둡다. 현재의 검찰이 노조 편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이제 시청자들은 무엇을 하면 되나?
시청자에겐 아무 죄가 없다. (이번에 받은 상처에 대해) 열심히 치유하고, 그동안 해온 것처럼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면 된다. MBC 사태는 언론인, 정치가, 운동가들이 책임지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김재철 사장은 2013년 신년사에서 MBC가 1등을 탈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희망대로 될지도 모른다. 신설한 몇 개의 프로그램은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 없다. 15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파업 후 복귀한 100여 명의 직원들에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손에 마이크를 쥐지 못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이대로라면 시청자들이 MBC가 박근혜 정권에서 공정 방송을 하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언론 자유가 없는, 혹은 스스로 자유를 지키지 못하는 언론사의 나라에서 국민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 MBC는 말할 자격이 없다.
황지희 전 참여사회 기자. 현재 모 회사 수석 PR 컨설턴트로 근무 중. 나라 걱정을 겸업하고 있으며, 클라이언트를 위해 모든 영화를 포기하고 소처럼 일할 각오가 되어있는 현대 도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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