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5년 05월 2005-05-01   652

‘百聞不如一見’을 온몸으로 깨친 북촌기행

4월 9일 비 오는 토요일, 동생과 함께 참여연대에서 주관하는 북촌기행과 신입회원 행사에 참여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전대통령의 옛집에서부터 건국준비위원회가 있던 현대 본사 자리까지 북촌 일대를 돌아보는 작은 행사였다. 회원모임인 우리땅 박상표 회장의 안내로 시작된 답사는 내가 사는 서울에 대해 많은 것을 새로 가르쳐준 고마운 시간이었다.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도 신분을 논했던, 정신은 없고 형식만 있는 기독교 유입의 태생적인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안동교회, 재동과 계동의 유래, 조선시대 실학가인 연암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와 그 집 마당에 서 있던 백송, 구한말 개화파 홍영식의 집 자리에 들어섰던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광혜원……. 이제는 그 희소성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송만이 사람들의 발길을 반겨줄 뿐 그곳은 자그마한 쉼터로 변해 있었다. 답사를 통해 배우지 않았던들 내가 앉아 쉬던 그 자리가 광혜원 터이고, 현재의 위치 표시는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겠는가. 도로를 내면서 집터의 반이 뚝 잘라져 나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칼국수 집이 되어버린 몽양 여운형의 집터까지도 기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 사람이 살았던 숨결은 그곳에 없었다. 후세의 무분별한 개발 속에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동안 스쳐갔던 거리들, 무심히 지나쳤던 건물들이 조선 역사의 마지막 현장이었음을 답사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기억은 남았으나 증거가 없는 서울 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우리는 후손들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해야 할지 모른다. 실물로는 한 번만 보여주면 되지만, 실체가 없으니 백 마디 말로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우리 스스로가 불러온 재앙이며, 우리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임을 되새기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북촌기행을 마쳤다.

윤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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