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경부대운하에 대한 분석과 대안 모색
변창흠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changbyeon@sejong.ac.kr
개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이중성
우리 사회에서 개발에 대한 인식은 참으로 이중적이다. 196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국토 공간 개발은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되면서 개발은 기존 공간을 파괴하고 새로운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개발은 보전(conservation)과 상충하고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개발이 지닌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근래 각 기관들은 이름에서 ‘개발’자를 떼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한국토지개발공사는 한국토지공사, 한국수자원개발공사는 한국수자원공사로 변경하였으며, 국토개발연구원은 국토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도 한국교통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달았다.
그렇다고 개발 자체가 배척되거나 선호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에도 주택공급 확대,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업경쟁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 투자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다양한 개발 사업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왔다. 수도권의 신도시, 행복도시, 혁신도시, 지역발전특화지구, 경제자유구역특별법, 평택지원특별법, 미군공여구역주변지역지원특별법 등 각종 특별법에 의한 개발 사업이 그 실례이다.
개발 이익 좇아 신도시 27개 추진 중
이처럼 ‘개발’이라는 용어는 싫어하지만 개발 사업을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 개발예정지나 주변지역은 대부분 확실하게 이익을 보지만, 비용은 거의 부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규모 토목사업이라고 비판을 하고 반대하지만, 막상 추진되는 경우 지자체나 주민, 정치인들은 환호할 것이다. 원주민과 토지소유자는 지가가 상승하고, 막대한 보상금을 받을 수 있으며, 새로운 도시편익시설이 설치되기 때문에 반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재정적인 추가 부담 없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도시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지방세수가 증대되며, 민원사업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도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 관료들도 손해 볼 것이 없다. 지역개발을 통해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고, 자신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으며, 주민이 늘어남에 따라 행정조직도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는 수주 물량이 확대되고, 부대사업으로 도시개발을 수행하는 경우 개발이익을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고 있다.
국가재정과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효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당장은 재정적인 부담을 수반하지 않는다. 용도변경과 지가상승을 통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자 유치로 추진하는 경우 재정 부담이 거의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개발사업의 직간접인 파급효과로 고용을 창출하고 건설관련 산업을 활성화하며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개발 사업이 갖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국적으로 엄청난 물량으로 추진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연간 공공부문만 900만 평 이상의 택지개발을 계획하고 있고 판교, 동탄, 송파, 검단을 비롯한 10개의 신도시가 건설 중에 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로 1,500만 평, 인천경제자유구역 6,300만 평, 황해권경제자유구역 2,000여 만 평, 평택국제평화신도시 528만 평, 미군공여지 및 주변구역 15억 평 등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외에도 수도권에서 이전할 175개 공공기관을 수용하기 위한 10개의 혁신도시, 6개의 기업도시가 추진 되고 있다. 대표적인 신도시만도 전국에 걸쳐 27개가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타당성 없는 경부운하 어떻게 민자유치하나
경부운하 사업을 단순한 개발 사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업자체가 경제적 타당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인수위는 민자유치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즉, 정부가 운하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자체적으로 사업성을 분석해서 신청을 하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전체적인 비용-편익의 크기를 비교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경제성 분석과 사업 자체의 현금흐름을 통해 현금 유입과 현금유출의 크기를 비교하는 재무적 타당성 분석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경제적 타당성은 있으나 재무적 타당성은 없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인 경우가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추진되어 온 민자유치사업은 당초 민간의 창의성을 활용하여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민간부문의 영리성을 충족시켜주며 결과적으로 공공부문이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로 변질되어 왔다. 민간부문은 사업자체의 운영수입보다는 시공이윤을 확보하는 데만 관심 갖게 되었고, 운영수입의 부족은 국가재정을 통해 보전해 왔다. 2006년 민자유치사업에서 수익성이 부족한 부분을 공공이 재정을 통해 메워주던 운영수익보장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이미 준공된 인천신공항고속도로 등과 같은 민자유치사업에 대해서는 국가가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타당성이 없는 경부운하에 어떻게 민자유치사업이 가능할까? 경부운하를 물류수송용으로 쓰든 관광용으로 쓰든 좁은 국토에 KTX와 고속도로망, 연안항만이 발달되어 있는 교통체계 하에서는 분명히 운영수입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가 없다. 결국 민간개발사업자에게 주변지역의 도시개발권을 주고 개발이익을 통해 수익을 보전하는 방식을 취하게 될 것이다. 좀 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미 폐지된 민자유치사업의 운영수익보장 제도를 재도입할지도 모른다. 민자유치사업의 운영수익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경우 사업초기에 일시에 지불할 사업비를 수십 년에 걸쳐 분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고용 생산 부가가치 유발 숫자놀음 의미 없어
경부운하를 국운을 상승시키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측에서는 경부운하의 건설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경부운하는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며 수도권 동부, 경북북부내륙지방이나 경남 내륙지방의 지역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경부운하는 엄청난 고용창출효과,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초래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각종 유발효과는 투입되는 사업비에 일정한 계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한다. 생산유발효과는 한국은행이 작성한 산업연관표에 나온 생산유발계수를 적용하며, 해당사업비에 건설산업 생산유발계수(2003년 기준 1.980)를 곱하면 된다. 부가가치유발효과도 동일하게 사업비에 건설산업 부가가치 유발계수(2003년 기준 0.837)를 곱하여 산출한다. 고용창출효과는 금액당 고용유발계수를 곱해서 계산하는데 2003년 기준으로는 10억 원당 11.1명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하사업의 유발효과를 계산한다면 사업비용이 클수록 유발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땅을 팠다가 다시 메워 원래 상태로 만드는 데 수십조 원이 투입되었더라도 동일한 파급효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치상의 파급효과와 유발효과의 크기가 아니라 사업내용이 얼마나 지식기반 경제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이다. 토목경제가 지식기반산업 시대에 생존력을 지닐 수 없으며 운하사업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높이거나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물류비용 절감 효과도 없어
다음으로 경부운하는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까? 2006년 국가교통 DB에 따르면 서울에서 출발하는 화물자동차 중 부산, 경남, 울산에 도착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고 대구와 경북을 포함하더라도 2.8%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화물자동차 목적지의 87.2%가 서울, 경기, 인천과 같은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산에서 출발하는 화물자동차의 경우도 수도권을 목적지로 하는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물동량이 전체화물 수송량의 5%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 물량이 모두 운하로 이동한다고 할지라도 전체 물류비용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운하를 통해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면 이미 운하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물류비용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어야 한다. 경부운하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물류비용은 2000년 기준으로 15.3%로 우리나라의 12.5%보다 오히려 높다(한양대 홍종호 교수, 2007). 운하는 다른 교통수단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 이것이 국가의 물류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거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수단이 되지는 못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는 물류가 비용이지만, 국가전체로 보면 물류도 산업의 일종이고 물류산업에는 수많은 인력이 고용되어 있다. 따라서 물류비용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물류산업의 일자리와 생산액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경부운하의 건설이 낙후지역에 획기적인 개발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개발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이 지역의 부동산은 이미 3배에서 10배까지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방자치단체와 건설업체, 그리고 주민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운하가 통과하는 항구에 대규모 개발 사업이 일어날 만큼의 물동량과 유동인구가 있을까?
하루에 많게는 30여 척, 적게는 12척의 바지선이 통과하는 내륙 항구는 지방도시의 고속버스터미널이나 화물터미널에 비해 물동량이 결코 많을 수가 없다. 지방도시의 여객터미널이나 화물터미널 인근에 몇 개의 식당과 편의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시설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도 물동량이나 유동인구가 적은 내륙 항구가 운하 개통을 통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미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12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택지개발사업은 기존 도심을 죽이고 기존 주택을 빈집으로 남겨두게 될 것이다.
한건주의 버리고 국가 전략·성장 산업 알차게 육성해야
지구온난화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교토의정서 준수 의무, 에너지 자원 고갈 위기와 에너지 가격의 급등 등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은 자동차 위주의 물류체계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신속성이 경쟁력인 물류문제를 느림의 특성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없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 동남아시아와 시베리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교통물류 네트워크를 고려한다면 철도가 오히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포항에서 태백, 강릉까지, 서울에서 강릉, 양양까지 연결되지 못한 철도를 연결하고 기존 철도를 복선화한다면 철도가 물류비용을 줄이고 에너지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경부운하에 투자하고자 하는 막대한 재원은 그것이 국가예산이든 민간재원이든 국가의 전략산업, 성장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기적인 사업성, 개발이익을 활용한 수익성에 치중하여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고려할 때 가장 바람직한 산업,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에 재원이 집중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국가적으로,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산업이 현재에는 수익성이 부족하다면 국가가 재정을 투입하여 보조하더라도 사업화, 산업화해야 한다.
경부운하와 같이 대규모 개발 사업에 기대는 지역개발방식은 결코 성공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지속성을 유지할 수도 없다. 경부운하 500여㎞를 따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난개발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국토의 양호한 경관은 사라지게 되고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자원이 파괴될 수 있다. 리조트법, 테크노폴리스법 등을 통해 단기간의 부동산 붐에 기대하여 개발에 치중했던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거품이 꺼지고 난 이후 흉물로 남은 구조물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외부의 투기자본에 의존하는 개발이 아니라 지역의 내생적인 자원을 활용해 지역 특성에 기반을 두어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개발 모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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