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1년 12월 2002-12-01   1037

정치적 참여에 대한 올바른 독법

진리의 단순성을 일컬어 벼락치는 듯한 단순성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던가. 사람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그 무수한 문제들에 대한 처방은 따지고 보면 너무도 간단하다. 각자 이기심을 버리고 남보다 더 가지지 않으려는 자세로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기심은 버리지 못하면서 그런 대로 어떻게 정의를 실현해 볼까 하고 궁리를 하자니, 온갖 복잡한 이론들이 나오게 되고, 이런저런 제도들이 도입되는가 하면 얼마 안 가 빈 껍데기가 되고, 다시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게 되는 것이다.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2001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나는 또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바빴는지 반성해 본다.

공공재를 제공하는 일은 예나 제나 국가의 몫이지만, 온천지가 시장판이 되니 공공지물(公共之物)은 점점 줄어들 뿐더러 이를 배분하는 국가의 역할도 점점 위축되어 간다. 시장 값을 내놓지 않으려면 목숨을 내놓으라는 식의 세상이 집밖의 현실이 된 것이다. 시민사회의 심장인 NGO의 역할은 시장의 약진에 처해 사회적 재화를 배분하는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는 데 대한 저항이자 그 대안이라는 데에 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NGO의 역할에 대해 많은 격려와 찬사도 쏟아진 반면,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던 한 해였다. 말의 위력은 얼마나 큰지, 홍위병이니, 제2중대니 하는 표현들은 너무나도 크고 충격적인 표현들이어서, 정녕 내뱉은 사람은 이미 잊어버렸을 수도 있지만 그 사회심리적 파장은 아직도 남아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래도 남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웃의 일에 권한은 없으면서도 왠지 책임을 느끼는 사람들이 시간을 쪼개어 모여 만든 소박한 조직을 그토록 파괴적이고 무성찰적인 조직에 비교하도록 만들었을까.

무엇이 공익인가에 대해 언제나 의견일치가 가능하다고 볼 수 없는 한, 그래서 공익을 추구하는 길이 서로 다른 주장과 대안들의 경연장일 수밖에 없는 한, NGO도 이슈마다 공익의 최후보루일 수는 없다. 깨끗한 공기도 공익이지만 저렴한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NGO도 공익에 대한 다른 전망과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언제나 자기성찰을 잃지 않는 조직일 필요가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리 사회에서 NGO를 비판하는 세력 가운데는 참여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하는 독해법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 경력을 선택한다는 것과 정치적 참여는 다른 것이며, 후자야말로 참여민주주의의 본질이자 시민적 일상에 속한다. 정치적 경력을 선택하지 않는 정치적 참여! 남보다 조금은 더 알기 때문에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지식인들의 사회참여를 필자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참여사회』 독자님들의 평안을 빈다. 그리고 내년에도 따뜻한 격려와 추상 같은 질책을 부탁드린다. NGO에게 분명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면서도 동시에 어쩌면 더 심한 비난이 쏟아질지도 모를 새해를 향하여!

박은정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