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6년 03월 2006-03-01   629

“혼자보다 둘이 낫죠. 그게 참여의 이유입니다”

언제나 부산하고 바쁜 참여연대지만, 요즘 참여연대 사무실은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모금 캠페인 때문에 한층 더 정신이 없다. 상근자들이 회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회비의 추가 인출을 부탁하는 ‘한번 더 캠페인’이 마무리되던 날, 참여연대 운영위원이자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백년지기 회원 1호인 기우봉 선생님을 만났다.

지난 번보다 많이 야윈 모습에 놀라 물으니 몸이 좀 안 좋다고 하신다. 불편한 몸을 무릅쓰고 인터뷰를 위해 안국동 사무실까지 나와 주셨다.

활동가의 부모님들도 시민운동에 대해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부

모님보다 더 윗세대에 속하는 기우봉 선생님은 어떻게 참여연대와 함께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좌우대립이 극심해졌죠. 그때 미국이 들어와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지금 이라크인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에요. 사실 그때부터 좀 삐딱했지요. 대학은 이공계를 갔지만 사회 문제에 늘 관심이 많았어요. 바른 말 하고, 내게 위협이 된다 싶은 사람들을 압박하는 것, 죽이지 않더라도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가 진정한 사회인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은 하는데 행동은 잘 못했어요.

대신 금서였던 여러 책을 돌려보고, 주위 사람들에게 비슷한 생각을 심어주곤 했지. 시민운동에도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용기가 없어 빨리 참여하지 못했어요. 퇴직하면 바로 참여하겠다 생각했었는데, 94년에 퇴직하고 나서 또 미루다 보니 늦어진 거지. 그때 참여연대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단체였고, 당시 시민단체 중 가장 영향력이 있었던 경실련은 교수들만 모여 있는 것 같아서 내가 참여할 여지가 없어 보였죠. 그렇게 몇 년이 흐른 뒤 98년 초에 방송에서 시민운동이 위기라는 뉴스를 접했어요.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니까 시민 단체에 회비를 잘 안 내게 된 것이지. 이러다 시민운동이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더라고. 참여연대를 택한 이유는 하나보다는 둘이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참여연대와 함께 해온 지난 8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국회에 찾아갔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의정감시센터에서 시민로비단을 조직할 때 함께 했어요. 국회에 찾아가서 개혁입법을 통과시키도록 집회도 하고, 국회의원도 찾아가곤 했죠.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벌였는데, 국회의원들에게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면 부패를 조장 하겠다는 얘기냐고 몰아세우기도 했죠. 결국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긴 했는데 반쪽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활동을 하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산악회(산사랑)를 조직하게 됐고요.”

참여연대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이 곳 사람들과는 말이 통한다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편협한 시각에서 모든 것을 보고 남의 생각을 자기 것인 양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하셨다.

“참여연대의 고객은 물론 국민이지만 단골 고객은 회원이에요. 보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회원관리가 필요해요. 상근자 모두의 관심도 필요하고요. 물론 지금도 잘 하고 있긴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회원들이 더 소속감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참여연대에 가면, 활동하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면 자발적으로 회원이 회원을 모아올 수 있어요.”

사회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는 에너지 대안센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잘못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눈앞의 것만 보지, 10년 후, 100년 후를 생각 못하더군요. 기름은 곧 바닥이 날 텐데, 에너지 정책을 빨리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0년대부터 풍력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런 운동을 하려니 혼자 할 수는 없고, 그래서 에너지 대안센터를 찾게 됐습니다. 지금 학교를 다니는 것도 내가 알아야 남을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풍력발전에 대한 기술서적을 쓰고 있는데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끊임없이 대안을 고민하고, 참여를 모색하는 그야말로 진짜 활동가가 아닌가 싶다. 요즘

참여연대 사람들 모두의 고민인 보금자리 마련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종합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지금의 재원을 가지고 이것저것 욕심을 내면 한계가 있어서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거예요.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하면 공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지금 인원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돼요. 이사라는 게 말이 쉽지 참여연대는 가정집도 아닌데 몇 년에 한번씩 이사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조금 무리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참여연대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향후 참여연대의 활동이 공간 때문에 제약받는 일도 없어야 하고요. 계획을 할 때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베이스캠프 프로젝트는 혼자서는 이루지 못할 일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고마운 기회라고 말하는 기우봉 선생님 같은 이들이 있기에 참여연대에 희망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신념을 참여연대의 모든 사람들이 나눠 갖기를 희망한다.

김주연 참여연대 총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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