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란 무엇인가?’만큼 난해한 질문도 없다. 그 ‘무엇’이 X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그것이 아니고서는 X가 될 수 없을, 따라서 X의 ‘본질’이라 할 수 있을 바의 것인 까닭이다. 그런데 우리 시대는 그 ‘본질’이라는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그 ‘본질’이란 게 X가 가진 얼마나 많은 것을 추상화하고 희생시키는지를 그렇게도 모르겠냐면서. 물론 X에 대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그 답을 X의 ‘본질’이 아닌 ‘현상’을 통해서만 찾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
이번에 실린 두 개의 글은, 지금까지 《시민과학》에 실렸던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우선 첫 번째 글은, 과학기술자들의 반전·평화 선언을 촉구하는 글(45호 참조)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을 통해, 그 ‘무엇’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요소가 빠질 수 없음을 다시금 확인토록 해준다. 두 번째 글은, 신개발 연료와 관련해서 각계에서 혼선이 벌어진 것을 지켜보며, 그 ‘무엇’이 근시안적인 손익계산이 아니라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 기반하는 것이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들에 주목할 때, 우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근본’으로 돌아가는 일이 절실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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