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2-09-27   1456

조주형 대령 항소심, 군검찰의 본질 회피 여전

변호인단, 군검찰과 기무사의 위법수사 강하게 비판

F-X사업에 대한 외압의혹을 주장했다가 구속된 차기전투기 사업단 부단장 조주형(50·공사 23기)대령에 대한 항소심(재판장, 박주범)이 26일 용산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렸다.

변호인단(유현석, 최영도, 이덕우 변호사)과 군검찰을 비롯한 재판부의 심문으로 진행된 이날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조 대령의 군기밀누설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었다. 군검찰은 이날 역시 조 대령이 특정업체에 가격정보와 기술이전 등을 포함한 시험평가보고서의 내용 등 협상전략을 알려주고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 기밀일 수 없으며, 피고인이 제공한 적도 없지만, 제공했더라도 정확치 않은 가격정보 역시 기밀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역시 평가과정에서의 외압과 조작의혹이라는 사안의 본질에서 비껴나간 채 피고인의 기밀누설과 대가성 금품수수여부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군검찰을 변호인단은 정면으로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지난 3월 언론인터뷰를 통해 사업의 외압설을 주장한 조 대령에 대해 군검찰이 헌법적 절차를 외면한 채 위법수사로 일관, ‘보복행위’로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선 털어서 먼지를 내려는 식’으로 사안의 중대성을 축소해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판부는 외압의혹에 대한 사회여론의 가치판단과 법리적 해석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이날 군검찰의 질문에 차분한 어조로 조목조목 반박한 피고인의 진술내용과 변호인단의 변론내용에 대해 보충질문을 하면서 즉석에서 판결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주형 대령은 이날 최후진술을 통해 사업추진 과정 중 미국의 패권주의와 이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사이에서 겪었던 고뇌를 밝혔다. 그는 “최근에 드러난 F-15K의 절충교역 문제를 보고 또 당했구나하는 비탄과 함께 미국의 오만과 사기행각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이 휘두르는 거짓 장단에 절름발이 춤을 추었던 우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했구나하는 깊은 허탈감에 빠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얼마 전 병역비리와 관련, 국회에 출석해 양심에 따른 소신을 밝힌 젊은 군법무관들을 보며 흐뭇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소신에 대한 자부심과 떳떳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조 대령이 나직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최후진술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는 가족과 지인들이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최종판결은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재판부는 이날 밝혔다.

다음은 조주형 대령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께서 당신의 소원은 단 하나,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의 온전한 자주독립이라고 하신 말씀을 상기하면서 그것은 그 분 만의 소원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소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반세기가 넘도록 갈라진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화세상을 열망하는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저에게도 하느님께서 소원을 물으신다면 “제 소원은 우리 나라가 자국 이익만을 내세워 패권주의를 추구하는 강대국들의 벽을 넘어, 자주적으로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이룬 다음, 진정한 독립국가로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우리 민족이 크게 융성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지난 6월 월드컵 경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가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체험하였으며, 이제 우리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남북이 휴전선을 열고 철도와 도로 연결작업을 착수함으로써 길이 이어져 하나가 되듯 민족의 마음도 하나로 이어져 통일의 그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노정에서 우리는 먼저 군 작전통제권을 찾아야 하고 휴전협정을 대체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중요한 선결과제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FX사업의 기종결정 이후 추가 협상에서 처음에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던 F-15K의 가격인하와 7월말에 있었던 해군의 신예 구축함 사업의 기종 결정과정에서 미국 체계를 선택할 때 FX사업의 반사이익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저는 우리 나라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조금은 개선된 것으로 이해했었습니다. 그리고 과정이야 어찌 되었던 FX사업에서 F-15K가 유리한 조건으로 떳떳하게 결정된 것이라면 화려하게 포장하여 선전한 것처럼 아무 탈없이 진행될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었으며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드러난 바와 같이 최근에 드러난 F-15K의 절충교역 문제를 보고 또 당했구나하는 비탄과 함께 미국의 오만과 사기행각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그들이 휘두르는 거짓 장단에 절름발이 춤을 추었던 우리는 꼭두각시에 불과했구나하는 깊은 허탈감에 빠집니다.

이미 끝난 KFP사업의 절충교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 돈주고 사면서 권리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농락 당하여 또다시 허방에 빠진 느낌입니다. 좋은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기에는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으며 이런 것들을 우려하고 편법처리의 부당성을 지적했던 결과로 저는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얼마 전 병역비리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과정에서 국회에 출석한 젊은 군법무관들이 양심에 따라 바른 말 하는 것을 보고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매우 흐뭇했습니다. 저의 사건에 있어서도 재판장님이나 판사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언론보도 내용의 대화에 중립을 지킨 것이 군사기밀 누설이 될 수 없으며 말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아무런 기준도 없이 스쳐 지나간 불확실한 숫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기억도 없지만 사업관리자는 누구나 당연히 요구해야할 사항들을 용돈의 대가로 치부한 것은 지극히 잘못된 판단일 것입니다. 저의 잘못이 있다면 군인으로서 허락 없이 언론 기관의 인터뷰에 응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합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도와주시는 변호인단과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신부님, 수녀님, 교우님들 그리고 친구, 가족과 격려해주신 모든 부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우리 모두의 소원인 평화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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