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 군 비리에 경종…군 사정 시스템 총체적 무능 입증
군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었던 김창해 전 준장(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12월 11일 밤 11시 30분 경 서울지검에 의해 구속 수감됐다. 김 준장의 이번 구속은 군 사법기관의 최고 수뇌가 비리 혐의로 구속 됐다는 점에서 고질적인 군 비리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김 전 준장의 구속은 그의 불법 혐의가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군 자체 사법기관이 아닌 민간 검찰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군 사정 시스템의 총체적 무능을 입증했다는 지적이다.
김창해 전 준장과 참여연대의 악연(?)
이번 김창해 전 준장의 구속은 참여연대 맑은사회운동만들기운동본부(본부장 최영도)의 고발 이후 1년 2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참여연대와 김창해 전 준장의 악연(?)은 지난 200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연대는 김 전 준장의 비리혐의를 제보 받아 관련 자료를 입수, 같은 해 10월 8일 군 검찰에 공금횡령,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했다.
당시 김 준장의 혐의는 검찰수사 활동비 1억4700만원 횡령, 군 비리 혐의사건에 있어 공소장소 변경, 공소 취소, 수사은폐 등의 직권남용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 검찰은 2003년 2월 21일 관련 혐의 전체를 무혐의 처분하고, 서면 경고로 끝냈다.
김 준장에 대한 고발이 무혐의 처분되자 참여연대는 이에 불복해 2003년 3월 재정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군 검찰이 김 준장의 횡령혐의에 대해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을 실시하지 않은 채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피의자 진술만을 토대로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였던 주임검찰관을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갑작스럽게 교체한 것은 이번 결정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재정신청과 별도로 감사원 역시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올해 4월에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는 공금횡령 혐의에 대해 “공금이 공적인 용도로 사용됐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김 준장에 대한 처벌 여부는 군 자체에 맡김으로써 군 조직 앞에만 서면 유난히 작아지는(?) 감사원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준장의 비리혐의는 국방부장관이 2003년 7월 9일 김 전 준장에 대해 보직해임 조치를 취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김 전 준장의 보직해임은 그가 더 이상의 보직을 받을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전역 조치였으며, 이후 민간인 상태에서 형사 기소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정한 조치였다. 그리고 11월말 전역된 이후 이번에 서울지검에 의해 구속된 것이다.
형사 피의자가 수사 지휘 검찰의 인사권자?
이번 김 전 준장의 구속은 보직해임 전 그의 직위에 비춰 군의 고질적인 비리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의미 못지 않게 그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명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은 “군납 비리, 군인사 비리, 병역 비리 등이 끊이지 않은 것은 군 자체의 적발, 처벌 시스템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번 김 전 준장의 구속처럼 모두 전역한 이후에야 처벌받는 실정은 군 조직의 불투명성, 그릇된 동료의식과 함께 군 사정기관이 부패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번 사건의 의미를 분석했다.
실제로 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창해 전 준장, 그리고 참여연대가 기밀누설죄, 문서탈취 등의 혐의로 고발한 고석 대령은 고발 이후 내부적으로 구명활동을 줄기차게 벌여 왔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처벌 분위기가 강해지자 스스로를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군사법원은 참여연대의 재정신청에 대해 눈치만 보면서 방치하다가 김 전 준장이 전역하자마자 서울고등법원으로 이 사건을 이송하는 기민함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번 김 전 준장 구속이 참연대가 고발한 공금횡령과 직권남용 혐의가 아니라 특가법상 뇌물죄로 이뤄진 것은 군사법원이 참여연대의 재정신청 처리를 미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 사정기능을 담당하는 헌병, 기무사, 법무병과, 군사법원 등이 고질적 군 비리에 대해 전혀 손을 쓰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 김 전 준장의 구속이 군의 사정 기능을 회복하는 제도개혁으로 나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일부에서는 군사법원을 없애고 군 인사도 민간 사법기관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사법개혁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법무병과가 군사법원과 군 검찰을 인사권을 통해 장악한 상황에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사건을 보고해야하는 상급자가 비리 관계자인 경우 군의 사정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군 사법 구조만큼은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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