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 보유 퇴직 공직자의 ‘로펌 취업심사 제외’ 특혜 폐지해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예인 박모 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형사과장으로 있던 A씨가 퇴직 후 올해 초 박모 씨 사건을 대리하는 로펌(법무법인 광장)에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경찰서 형사과는 지난해 12월부터 박모씨의 매니저 폭행 및 의료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해 온 부서다. 해당 퇴직자가 박모씨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건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수사 책임자가 피의자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로펌에 재취업한 것은 전형적인 이해충돌이며 부적절한 처사다. 그럼에도 해당 퇴직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우 법무법인 취업을 허용하는 공직자윤리법상 예외 규정에 따라 취업심사 없이 재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형 로펌 취업 시 취업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이해충돌 방지와 공직자의 직무수행 공정성 확보라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다. 국회는 시급히 해당 예외 규정의 개정에 나서야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일정 직급 이상 퇴직 공직자가 민간기업에 취업할 경우, 취업심사를 통해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기관)의 업무와 취업 예정 기관 간에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아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5항은 취업심사대상자가 퇴직 전 5년 동안 처리했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업무와 관련하여 법무법인이 사건을 수임한 경우 이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해당 퇴직자는 수사 내용을 보고받고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책임자였던 만큼, 박 씨 사건을 맡은 로펌과의 업무 관련성은 명백하다. 따라서 해당 퇴직자가 박 씨의 변호를 맡은 로펌에 취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심사조차 받지 않은 채 재취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 제7항은 취업심사대상자 중 「변호사법」 제4조에 따른 변호사는 법무법인 등과 합작법무법인에, 「공인회계사법」 제3조에 따른 공인회계사는 회계법인에, 「세무사법」 제3조에 따른 세무사는 세무법인에 각각 취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퇴직 공직자가 전문자격을 보유하고 있다면 수사 업무를 수행하다가도 법무법인에 취업심사 없이 취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외 규정으로 검사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관은 대형 로펌에 손쉽게 취업하여, 수사기관과 대형 로펌 간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수사과정과 결과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수사 권한이 확대되면서 대형 로펌들의 경찰 출신 인력 영입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다. 실제로 지난해 약 30명의 경찰관이 취업심사를 거쳐 대형 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변호사 자격이 있다는 이유로 취업심사대상에서 제외된 인원까지 포함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제도는 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을 염두에 두고 특정 기업에 특혜성 정책을 추진하거나, 퇴직 후 민간기업에 취업해 현직 공직자의 직무 수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업무 관련성이 있는 민간기업에 취업하려는 경우에도 특별한 경우 취업승인을 받아 취업할 수 있는 절차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변호사 자격 등 보유자에 대해 취업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직자와 기업 간 유착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통제하지 못하게 하고, 재취업한 퇴직 공직자의 규모조차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게 하며 외부 감시 또한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런 만큼 전문자격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분야에 취업심사 없이 취업을 허용하는 것은 공직자윤리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해충돌 방지와 공직자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해당 예외 규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논평 [원문보기 / 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