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0-08-02   2024

[인턴후기] 온 몸으로 경험하는 최저’생존’비


이 글은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이 진행중인 장수마을 방문 후기입니다.
참여연대는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인턴들의 화끈한 여름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다섯번째 이야기]

온 몸으로 경험하는 최저’생존’비
– 장수마을 방문 후기




6기 인턴 이선미




체험가들과 함께 하는 ‘보이는 라디오’

7월 21일, 날은 흐리지만 후텁지근한 오후, 우리는 장수마을로 향했다. 7월 1일부터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 캠페인”을 진행 중인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에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인턴기간 동안 참여연대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우리들과 달리 사회복지팀의 인턴 두 명은 장수마을로 출근하여 자원 활동가, 체험단과 함께 지내고 그 곳에서 퇴근한다. 그 친구들로부터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만난 할머니 이야기, 체험단이 고생하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어온 나는 내심 장수마을 방문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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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넘어 마을 정자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인턴 친구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앉아 계셨다. 그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리들은 체험가 안성호씨의 안내로 체험단이 지내고 있는 집에 들렀다. 집은 비좁고 어둡고 바깥보다도 덥다. 그런데 찌푸릴 수가 없다. 그 곳에도 내 것과 같은 소중한 삶이 살고 있으므로. 한 번 쓱 둘러보고 덤덤하게 집을 나왔다. 마을 구경을 끝내고 다시 정자로 돌아와 우리는 참여연대 피플TV ‘보이는 라디오’ 특별생방송을 함께 했다.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의 진행으로 21일째 체험 중인 체험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자리였다. 이미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에 익숙해진 듯한 체험가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려줬다.




린스녀와 영계백숙 


체험가들의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체험가 박은지씨의 이른바 ‘린스녀 사건’. 체험가들은 지출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해야 하는데 박은지씨가 린스를 구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수급자에게 린스는 사치품이라는 비난이다. 수급자에게는 린스도, 생수도, 핸드폰도 몽땅 사치란다.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분들에게 수급자는 ‘얼마를 줘도 모자라다고 할 배은망덕한 놈들’이다.


체험자 안성호씨는 3,500원 짜리 생닭을 사서 통마늘만 넣고 끓인 백숙을 세 끼니 먹었다. 한 끼 식비가 2,100원이니 과소비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차림상도 사치로 보이는 가보다. 아무래도 최저생계비 액수를 올리는 것보다 그들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것이 훨씬 어려울 것 같다.


직장인 체험가는 이보다 더 힘들다. 또 다른 체험가인 김소연씨의 이야기를 전화 연결로 들을 수 있었다. 김소연씨는 혼자 점심으로 컵라면이나 김밥, 집에서 싸간 도시락을 먹는다고 한다. 자연스레 동료들과 소통이 줄어들고 정보로부터 소외된다. 움직이면 다 돈이니 꼼짝 않고 방안에 박혀 있어야 할 노릇이다.






최저‘생계’비가 아닌 최저‘생존’비


2010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504,344원, 2인 가구 858,747원, 3인 가구 1,110,919원 4인 가구 1,363,091원이다. 약 50만 원의 ‘용돈’으로는 혼자 한 달 나기가 가능하겠지만 최저생계비는 ‘용돈’이 아니지 않은가. 주거비부터 가구 집기비, 각종 세금, 의료비, 교통비, 교육비, 식료품비 교양오락비 등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끼 식비는 2100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생존을 위한 극기 체험과 다르지 않은 현실에서 미래를 위한 저축은 고사하고 몸이 아파 병원에 가는 것도 사치다. 살면서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에 대처할 수 없다는 불안감은 현재를 압도한다. 이정도면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생존’비다. 이것이 정부가 말하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이란 말인가.


이번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의 목표는 시민들이 직접 최저생계비로 살면서 체험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올 8월에 있을 최저생계비 계측에 실질적인 변화를 주고, 사람들과 나누어 공감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현재 최저생계비 계측은 전물량 방식(Market Basket), 즉 사람이 사는 데 필수적인 품목에 대하여 최저한의 수준을 정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한 달, 그도 아니면 일주일이라도 직접 최저생계비로 살아보고 그들의 단기 체험이 끝난 후에도 그 곳에서 삶을 이어갈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보길 바란다. 온 몸으로 배우고 느끼는 것은 수백 권의 책보다 적나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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