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후기] ‘4천원 인생’ 저자로 부터 듣는 노동현실
88만원, 4천원 그리고 300원의 노동 – 인턴 정초희
마르크스에게 있어 노동은 자연이 인간에게 부과한 질곡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자신을 실현하는 지고의 창조적 능력이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인간은 노동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창조한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노동이다. 인간은 노동하는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은 그러한가? 서양 철학에서 말하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노동’이라는 말은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유효할까?
안수찬 기자가 쓴 ‘4천원 인생’이라는 책은 2009년, 한겨레21에 9월부터 연재된 노동 OTL을 책으로 엮어 낸 것이다. 기자들이 모여서 이 시대 빈곤노동의 현장에 직접 뛰어 들어가 한 달간 같이 일하고, 술을 마시며 얻어낸 절절한 생활 현장의 스케치이다.
강연은 ‘대학진학률의 진실’에 대해 말하며 시작되었다. 뉴스 기사에서 많이 접하는 ‘대학 진학률 84%’는 거대환 환상이며 사실을 은폐하는 하나의 기조라고 말했다. 흔히들 말하는 명문대를 제외한 전문대나, 지방대 등의 대학을 가는 학생의 경우 빈곤층으로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가 청년노동을 체험하기 위해 강북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며 경험적으로 느낀 공통점은 대개 그들의 부모가 ‘중산층 이하’라는 것이다. 중산층 이하의 학부모를 가진 자녀들은 여러 이유로 학생 때부터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중학교까지 의무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급식비나 문제집, 보충학습 비용은 지원되지 않으며 학교를 다닐 때 드는 용돈 역시 그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 때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아르바이트는 또래와의 학업 성취도의 격차를 일으켜 학력 경쟁에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들은 졸업을 앞두고 부양 압박을 얻는데, 대개 이런 가정은 부모 중 하나가 실직상태이다. 가족의 한 명이 실직 상태라는 것은 곧 최저생계비를 벌지 못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자신이 얻을 수 있는 한정된 취업자리에 아르바이트의 형태로 취업을 하게 된다. 시간이 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이 형태는 고착화 된다.

주로 이 형태는 IMF가 지나며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어 가는 추세를 보이는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경쟁 사회에 들어가려면 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 경쟁 사회에 진입하는 18-26세에 충분히 먹고, 입을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하는 ‘스폰서’가 제공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진입의 기회조차 해당되지 않고 빈곤 노동층으로 전락하고 만다.
안수찬 기자가 꼽는 이 사회의 큰 문제점으로는 빈곤계층이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회변화의 에너지는 ‘우리’라는 정체성의 확립시 발생하는데 한국의 빈민은 철저히 원자화 되어있다. 예전에는 동정의 대상으로, 연대의 대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그들은 용역업체에 고용되고, 철거와 재개발로 흩어지고, 공단과 같은 곳에서 격리되어 노동하며 철저하게 흩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은 ‘슬럼’이 없다. 슬럼은 범죄와 혼란의 공간일 수 있겠지만 민란과 봉기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슬럼의 부재는 현실의 본질을 은폐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슬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문제제기를 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안수찬 기자는 ‘버스노선 만들기’와 같은 작은 시도부터 시작하자고 말을 한다. 분당과 일산의 광역버스는 배차시간도 짧고 노선도 다양하지만 안산의 공단을 지나가는 버스는 배차시간도 길고 노선도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콩나물 시루처럼 늘 만원버스를 이룬다. 이러한 제도를 개선하여 노동자들이 버스안에서 10분이라도, 20분이라도 조금 쉴 틈을 주자는 것이다. 안산의 공단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고된 업무 때문에 쉴 틈도 없고 생계유지를 제외한 다른 생각이나 문화를 즐길 여유가 없다. 버스에서라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버스안에서 출근길에 흘러나오는 라디오도 듣고, 음악이라도 한 곡 더 들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 여유는 다른 생각을 갖게 만들고 다른 생각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생각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에게 직업의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중이다. 그들은 점심값을 하루에 300원을 받았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노동현실에 대해 그들은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가능하게 만들 직업의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대개 이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업자존감이 낮은 편인데 자신의 직업이 세상에서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 사회 변혁의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빈곤인구는 점점 늘어만 간다. 88만원을 받을 20대, 4000원 남짓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늘어난다. 점심값을 300원 주는 용역업체가 존재하는 이상 절대적 빈곤은 떠나가지 못할 것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짓는 행위인 노동이 신성하지 않고 고문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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