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3-12-30   858

<경제프리즘>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구하기

삼성그룹은 우리나라의 대표 재벌이다.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02년말 41조원의 매출과 7조원의 순익을 올린 초우량기업으로 ‘기업 월드컵’이 열린다면 아마 한국의 `국가대표’로 발탁될 것이다. 이러한 삼성의 경쟁력은 대정부, 대언론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예를들어 금감위가 생보사 상장에 대해 방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판을 접기로 한 것이 단적으로 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3일 부실문제로 고민하던 삼성카드는 역시 부실에 시달리는 삼성캐피탈을 흡수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카드는 향후 1조원을 증자하기로 하고, 삼성생명은 기존 주주사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의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자에 참여한다고 한다.이는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부실을 보험 계약자의 돈으로 구성된 삼성생명 자산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매우 대담한 방안이다.

 

주목할 것은 LG카드 부실 해결방안에는 대주주에 대한 책임범위가 상당히 논의되었지만 삼성카드 부실문제에 있어서는 이 문제가 언론에서 조차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쪽은 LG카드의 주식 5%를 소유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삼성카드의 주식이 없다는 단순한 논리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재벌 오너들의 과실만 챙기고 책임은 회피하는 ‘주주의 유한책임’ 한계를 결코 극복할 수 없다. LG의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삼성도 오너 일가가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출자로 이들 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의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주식(삼성카드 14%, 삼성캐피탈 11%)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출자는 보험업법상 위법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보험업법에는 생보사의 자산운용은 안정성·유동성·수익성·공익성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는데, 사실상 자산잠식 상태일 수도 있는 기업에 확실한 실사도 없이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자산운용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에 출자하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에버랜드로 연결되는 순환출자가 이루어지는데 이 순환출자는 비록 현행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공자본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버려야 할 구태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개혁을 강조한 삼성의 입장과 전략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에 출자하는 것은세계적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의 전략으로는 보기 어려운 자기파괴적이다. 삼성은 평소 리더는 몸을 던져 솔선 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삼성카드의 부실에 대해 삼성이 스스로의 책임을 어떻게 다하는 지 국민들이 유심히 지켜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삼성은 평범한 기업이 아니며 경제계의 어른이며 대스타이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이란 외침으로 축구국가 대표에게 혼을 바칠 정도로 열광했지만 축구 대표팀이 흔들릴 때마다 강한 비판의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국가대표‘ 삼성의 경우도 화려한 수식의 찬사가 어느 순간에 단호한 경고의 쓴 소리가 돼 돌아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머니투데이에도 실려 있습니다.

김헌수(순천향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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